'호프' 정말 해외에서 먹히나…첫날 2위 찍더니 북미 관객 반응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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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10년 만의 신작, 북미서 '스파이더맨' 제치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 북미 개봉
한국에서 호불호가 엇갈렸던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북미 극장가에서는 놀라운 출발을 알렸다. 할리우드 대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를 제치고 개봉 첫날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호프’는 9일(현지 시각) 북미 개봉 첫날 1560개 극장에서 약 11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로, 2312개 극장에서 약 126만 달러를 벌어 들였다. 3520개 극장에서 상영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약 100만 달러로 3위에 머물렀다. ‘코요테 vs 아크메’ 역시 약 89만 7742달러를 기록하며 ‘호프’에 밀렸다.
상영관 수와 매출을 고려하면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1560개 극장에서 상영된 ‘호프’의 극장당 평균 매출은 약 705달러로 해당 날짜에 집계된 작품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매출에서는 2위였지만 적은 상영관으로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냈다.
이는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개봉일 매출이다. 앞선 기록은 심형래 감독의 ‘디 워’로, 2007년 북미 개봉 첫날 2277개 극장에서 160만 2000달러를 벌어 들였다.
해외 박스오피스 분석가 루이즈 페르난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미 배급사인 네온이 칸 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은 나홍진 감독의 SF 스릴러 '호프'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었고, 이에 따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상영관을 배정했다"며 "그 결과 대박을 터뜨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호프'가 개봉 첫날 1560개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을 제치며 110만달러라는 강력한 성적을 거뒀다"며 "이는 역대 한국 영화의 북미 오프닝 데이 성적 중 최고치이자, 배급사 네온이 선보인 해외 영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라고 덧붙였다.
현지 평단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일 오전 기준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평론가 토마토지수 80%, 관객 팝콘지수 77%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즐길거리가 풍부하지만, 머리를 비우고 봐도 되는 영화는 아니다. 악당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평가에서는 “기존 장르의 문법과 관객의 예상을 기분 좋게 가지고 놀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무비스쿼드는 “몇몇 어설픈 장면에 정신이 팔렸다면 아찔한 카메라 움직임, 놀라울 정도의 세밀한 연출과 웅장한 음악을 놓친 것이다. 정말 완벽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에서도 작품에 대한 반응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갈리고 있다. 일부 관객은 "대담하고 엉뚱한 방식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속편이 나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한 관객은 "이 영화는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이상한 영화 중 하나"라고 했다. 한 평론가는 "좋았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꼭 봐라"고 평했다.
일본 영화평론가 마치야마 토모히로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영화는 처음 봤다. 줄거리를 말하면 말하는 사람이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마을이 습격당하며 즉시 탑기어의 액션으로 돌입하고, '분노의 도로'와 견줄 만한 스피드 체이스가 펼쳐진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배우 정호연이 M203 그레네이드 런처를 쏘는 장면을 두고는 "장렬할 정도로 멋지다"고 평가했다.
북미 관객 사이에서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조스'가 외계인과 만난 격", "영화 내내 단 1초도 숨 돌릴 시간을 주지 않는 거대하고 짜릿한 대형 스크린 경험"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호프’의 북미 개봉 규모 자체도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 사례에서 의미가 크다. 네온은 미국에서 약 1500개 극장에 작품을 걸었으며, 이는 2019년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로는 가장 넓은 규모의 개봉이다. 미국 현지 매체 더랩도 네온이 ‘호프’를 1500개 극장에서 선보이며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 가운데 가장 큰 미국 개봉 규모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네온은 ‘기생충’을 비롯해 칸 국제 영화제와 아카데미에서 주목 받은 작품을 북미에 소개해온 배급사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네온이 북미 배급을 맡았다. ‘어쩔수가없다’는 2025년 말 북미 13개 극장, 45개관에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상영 규모를 확대했고 최종적으로 1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3개 극장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통해 상영관을 늘렸으며,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한 뒤 2000개관까지 확대됐다. ‘기생충’은 하루 최대 220만 달러, 최종 5300만 달러의 북미 수입을 기록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포구 마을 호포항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SF 액션 스릴러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주민들에게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마을 전체가 비상에 빠지고,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 배우들도 출연했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약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라는 점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호프’는 제79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5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 제5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제74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31회 부산 국제 영화제 등에도 초청되며 해외 영화제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북미 개봉을 앞두고 나홍진 감독과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현지 관객과 만나는 일정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5일 개봉해 누적 관객 455만명을 넘어섰다. 관객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흥행 성적에 대한 반응도 엇갈렸지만, 해외 시장을 겨냥한 규모는 개봉 전부터 상당했다.
‘호프’는 칸 영화제 기간 열린 필름마켓에서 전 세계 200여개 국가 및 권역에 선판매됐으며, 한국 영화 해외 선판매 사상 최고액 기록을 경신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의 절반 수준을 조기 회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를 포함한 영미권 배급은 네온이 맡았고, 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복수의 글로벌 배급사가 참여한다. ‘호프’는 9월 9일 북미 개봉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호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홍콩,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순차적으로 관객을 만난다.
국내에서 엇갈렸던 평가와 별개로 해외 극장가에서는 개봉 첫날부터 뚜렷한 흥행 지표를 만들어내면서 다음 주말까지 이어질 성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