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퓰리즘의 덫과 행정의 파행, 울진이 마주한 씁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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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포퓰리즘이 민생지원금 꼼수 둔갑
행정과 의회, 그리고 군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울진=위키트리]박병준 기자=선거철만 되면 지역 사회는 달콤한 장밋빛 공약들로 술렁인다.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파격적인 공약들은 당장의 청량제처럼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 정교한 법적 검토와 재정적 뒷받침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울진군을 강타한 월 10만 원 에너지 연금 공약 파동과 이를 수습하기 위해 불거진 140억 원 규모의 민생지원금 꼼수 지급 사태는 선거용 포퓰리즘이 행정과 의회, 그리고 군민의 신뢰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축소판이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한 황이주 군수의 무리한 선거 포퓰리즘에 있다.
황 군수는 당선 당시 천억 원이 넘는 원자력 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를 재원으로 삼아 군민 모두에게 매월 10만 원, 연 120만 원의 에너지 연금을 안겨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다수 울진군민들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비나 목적세인 지역자원시설세가 법적으로 용도와 사용 범위가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어, 군민 개인에게 무차별적인 현금성 연금으로 직접 쥐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법적·제도적 한계로 인해 자신의 공약을 정면으로 지킬 수 없게 되자, 집행부는 이를 감추기 위해 꼼수를 꺼내 들었다.
공약 불이행 위기에 몰린 황 군수 측은 재원을 지방세 등으로 슬그머니 갈아 끼우며 이를 민생지원금이라는 새로운 포장지로 둔갑시켰다.
애초에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여론을 선동해놓고, 그 후폭풍을 모면하기 위해 다시금 140억 원이라는 막대한 군민의 혈세를 단발성 현금성 지원에 쏟아붓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명백한 절차적 파행과 불통이다.
집행부는 정식 의회 심의와 의결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추석 전 지급을 흘리면서 군의회를 철저히 패싱했다.
행정 절차를 무시하고 군민의 혈세를 마치 쌈짓돈처럼 다루는 오만을 보였다.
울진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차 지원 효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부재, 조례상 중대한 위기상황 요건 미달, 재정자립도 11%의 열악한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최종 부결시킨 것은 당연한 자업자득이다.
자기 공약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정책적 파산을 면하기 위해 또 다른 꼼수 지원책을 들고 나와 여론전을 펼치고, 의회를 무시하며 군민의 혈세를 흔드는 행태는 결코 건전한 지방자치의 모습이 아니다.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한 포퓰리즘의 대가는 결국 지역 사회의 갈등과 행정 불신으로 돌아왔다.
꼼수 여론전을 멈추고 지킬 수 없는 공약에 대해 군민 앞에 솔직히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