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이 대통령 아주 세게 들이박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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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연임 포기 직접 선언 없이 '말장난' 논란 심화되나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관련 발언을 '연임 포기 선언'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 대통령에게 "연임하지 않겠다"라는 직접 선언을 요구해온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말장난", "동문서답"으로 평가절하했다.

프랑스 국빈 방문 공식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현지 시각)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프랑스 국빈 방문 공식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현지 시각)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공군 1호기에 올라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대통령의 말 돌리기,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는 1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거론하며 "대통령의 말 돌리기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이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겠지만 결국 '연임을 위한 꼼수 개헌은 없다',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임기의 헌법적 제약을 언급했을 뿐, 정작 야당이 요구해온 문장은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장 대표는 발언의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걸 헌법 개정, 개헌과 연관시킨다면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하려면 꼼수 개헌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뒷부분을 잘라내고 앞부분만 이야기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신동욱 "몇 년 쉬었다가 또 대통령 할 수 있다는 뜻이냐"

신동욱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화법 문제를 파고들었다. 신 최고위원은 "내 임기는 헌법에 정해져 있다. 말을 뭐 이렇게 어렵게 하느냐"라며 "'나는 연임이든 중임이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대통령 임기 이후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화법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신 최고위원이 '연임'과 '중임'을 나란히 언급한 대목은 야당 공세의 핵심 지점이다. 그는 "만에 하나 연임은 안 되면 이번 임기를 잘 마치고 몇 년 쉬었다가 또 대통령 할 수 있다는 뜻이냐. 무슨 얘기냐"라며 따져 물었다.

신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과거 화법까지 끌어왔다. 그는 "평소 화법을 보면 버젓이 해놓은 말도 '누구를 존경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진짜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할 정도"라며 "이 정도 말해놓으면 이 말을 뒤집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정점식 "말장난에 불과, 개헌 논의할 생각 없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논리를 폈다. 정 원내대표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에 불과하다"라며 "그걸 고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건데 자꾸 동문서답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 스탠스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라며 "죽어도 '연임 안 한다', '재판 받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는 그 본심은 충분히 알았으니 말장난으로 국민 우롱하지 마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있는 헌법도 지키지 않는 세력과 개헌 논의할 생각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의 '연임 개헌' 가능성을 주장하며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원내대표 연설과 이날 페이스북 글이 이틀 간격으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 구도다.

발단은 파리 동포 오찬간담회 발언

논란의 출발점은 프랑스 국빈 방문 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현지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취임 초 해외 방문을 집중적으로 소화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임기를 언급했다.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결국 빨리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라는 취지였다.

발언의 맥락은 외교 일정의 조기 가동 필요성이었지만, 야당은 '헌법상 제한'이라는 표현을 임기 연장 문제와 곧바로 연결했다. 같은 문장을 두고 여권은 임기가 애초에 늘어날 수 없다는 전제를 확인한 것으로, 야당은 임기 제한을 고치지 않겠다는 약속은 아니라는 것으로 각각 다르게 읽고 있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통령실 "연임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임기 관련 발언은) 연임이라는 것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하신 걸로 저는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해석은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이미 닫힌 사안으로 전제했다는 데 무게를 둔다. 반면 야당은 '불가능하다'는 상황 설명과 '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은 다른 층위의 문장이라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양측 공방이 사실관계보다 화법과 문장 구조를 두고 벌어지는 이유다.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정하고 있나

현행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연임뿐 아니라 임기를 마친 뒤 시간을 두고 다시 대통령직에 오르는 경우까지 함께 막는 조항이다. 신 최고위원이 "몇 년 쉬었다가 또 대통령 할 수 있다는 뜻이냐"라고 물은 대목은 이 구분을 겨냥한 질문이다.

연임은 임기가 끝난 직후 이어서 한 번 더 재임하는 형태를, 중임은 연속 여부와 무관하게 다시 재임하는 형태를 뜻한다. 현행 헌법에서는 두 경우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임기 조항을 바꾸려면 개헌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 제128조는 헌법개정을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제130조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국회 의결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확정된다고 규정한다.

핵심은 제128조 제2항이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현직 대통령 재임 중에 임기·중임 조항을 고치더라도 그 개정 내용이 현직 대통령 본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해당 조항 자체를 함께 손보는 방식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제130조가 정한 국회 3분의 2 찬성과 국민투표 요건을 통과해야 한다.

장동혁 대표. / 뉴스1
장동혁 대표. / 뉴스1

공방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여야가 문장 해석을 두고 맞붙는 상황은 단기간에 정리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특정 문장의 발화이고, 대통령실이 내놓은 것은 상황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형태의 직접 선언이 나오지 않는 한 같은 논리의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 자체에 선을 그은 점도 변수다. 개헌은 국회 재적 3분의 2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는 사안이라, 제1야당이 논의 참여를 거부하는 상태에서는 임기 관련 조항이든 다른 조항이든 개정 절차를 밟기 어렵다. 야당의 '개헌 없다' 선언은 임기 연장 가능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개헌 논의 전반을 묶어두는 효과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