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약 2조 5500억 받는 권혁빈 전처 측…“아쉬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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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거물 2조 5500억 상당 재산분할, 전처에게 지분 35%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이 이혼소송 1심에서 배우자 이 모 씨에게 2조 5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나눠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국내 이혼 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이다. 이 씨 측은 법원 판단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분할 비율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 4년 만에 나온 결론…재산분할 2조 5500억 원 상당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부장판사 정동혁)는 9일 이 씨가 권 이사장을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씨가 2022년 11월 소송을 낸 지 약 4년 만이다.
재판부는 권 이사장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넘기고, 비율에 못 미치는 650억 원은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 주식 35%를 현물로 분할하고 비율에 따라 부족한 부분 650억원은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밝혔다.
혼인 파탄의 책임을 둘러싼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양측이 장기간 갈등하게 된 경위,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그 책임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있고, 책임 정도도 대등하다고 봐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인용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 만큼, 이 씨가 청구한 위자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전처 이 씨 측 "공동 창업자 지위 상당 부분 인정받았지만...분할 비율 아쉬워"
이 씨는 애초 스마일게이트 지분의 절반을 요구했다. 권 이사장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공동 창업자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2년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지분은 권 이사장이 70%, 이 씨가 30%를 보유했고, 이 씨는 창업 초기 대표이사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재판부가 이 같은 공동 창업자로서의 지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대리인은 "원고가 스마일게이트 공동 창업자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지분을 재판부에서 찾아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인 파탄에 대해 피고(권혁빈 이사장)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재판부에서 기각한 점,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분할 비율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대리인은 "본 사건은 최태원·노소영 이혼 사건과 달리 공동 창업이라는 차이점이 있는데도 비슷한 재산분할 비율이 산정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최 회장 측 재상고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대리인은 "재산분할 총액이 매우 크다 보니 재판부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 여부나 추후 계획은 판결문을 수령한 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스마일게이트 지분도 재산분할 대상…현금 대신 현물 택한 이유
재판부는 권 이사장이 가진 스마일게이트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졌다. 스마일게이트 설립 과정, 이씨가 스마일게이트엔터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기됐던 이력,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점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권 이사장의 주식도 분할 대상이 된다고 봤다.
기여도 평가는 권 이사장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 설립 경영 과정에서 권 CVO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회사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권 CVO의 기여도를 더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혼인 초기 이씨와 이씨 측 가족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고 소송 제기 이후 권 CVO가 스마일게이트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받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 경위·이씨와 권 CVO의 나이와 직업 및 소득·경제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의 순자산은 현금흐름할인법(DCF)에 따라 7조 3350억원으로 산정됐다. 이 중 96.8%에 해당하는 7조 1049억원가량이 스마일게이트 주식으로 조사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현금이 아닌 현물로 분할하라고 결정한 부분이다. 통상 비상장주는 처분이 까다로워 이혼 소송에서는 피고 측이 현금을 마련해 지급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그러나 재판부는 스마일게이트 주식이 비상장이라 현금화 과정에서 세금 등 처분 비용이 발생하는 점, 권 이사장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부를 넘겨도 회사 지배권을 잃을 위험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현물분할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최태원 회장 사건에서 서울고법이 SK 주식을 경영권·지배권의 근거로 보고 현금 지급을 명령한 것과는 대비되는 결론이다.

◆ 경영권은 지켰다…친권·양육비는 큰 이견 없어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권 이사장의 경영권 자체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 65%는 이사 선임 등 보통결의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정관 변경이나 합병 등 특별결의 사항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해, 이 씨가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워진다. 35% 지분은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등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도 충족한다.
두 사람 사이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자·양육자 지정과 양육비 문제는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정리됐다. 친권은 이씨에게 넘어갔고, 권 이사장은 이번 달부터 매달 20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 부분은 양측 간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권 이사장 측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권 CVO측에만 있는) 어떤 유책 사유는 없다고 판단하신 것으로 그렇게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판결문을 검토해 보고 향후 절차에 대해서 의뢰인과 협의해 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아직 1심 결과다. 이 씨 측이 당초 지분 절반을 요구했던 만큼, 항소심에서 분할 비율이나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국내 이혼 사건 사상 역대 최대 재산분할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