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스테이블코인 Qivalis, 37개 은행·15개국으로 확대…이더리움 공개망 택했다

작성일

유럽 은행 37곳 뭉친 Qivalis, 유로 스테이블코인 이더리움 발행 추진
2026년 하반기 목표…DNB 인가는 아직 안 나

Qivalis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Qivalis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유럽 은행들이 만드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Qivalis가 몸집을 크게 키웠다. 회원 은행이 37곳으로 늘었고, 15개 유럽 국가에 걸쳐 있다. 목표는 2026년 하반기 출범이며, 발행 무대는 폐쇄형 은행 네트워크가 아닌 공개 이더리움 블록체인이다. 다만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의 전자화폐기관(EMI) 인가가 아직 나지 않아 정식 발행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9개 은행에서 37개 은행으로…9개월 만의 확장

Qivalis는 2025년 9월 ING, 유니크레디트(UniCredit), KBC 등 9개 은행이 모여 출범했다. 이후 BNP파리바가 12월에 합류했고, DZ방크(DZ BANK) 합류 시점은 보도에 따라 2025년 12월 말과 2026년 1월로 엇갈린다. 2026년 2월에는 BBVA가 들어오면서 회원사가 12곳으로 늘었다.

가장 큰 변화는 5월에 일어났다. 25개 은행이 한꺼번에 합류하면서 컨소시엄 규모가 단숨에 37개 은행·15개국으로 확대됐다. 새로 들어온 은행 중에는 ABN AMRO, 라보뱅크(Rabobank), 노르데아(Nordea),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 보면 스페인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진다. 아반카(ABANCA), 방코 사바델(Banco Sabadell), 방키터(Bankinter), 세카방크(Cecabank), 쿠트샤방크(Kutxabank) 등 5개 기관이 새로 합류했다. 프랑스·스웨덴·그리스·네덜란드·핀란드·아일랜드가 각각 2곳씩, 이탈리아도 추가로 2곳을 더해 유럽 남북을 가리지 않는 참여 양상을 보였다.

왜 폐쇄형 대신 이더리움 공개망을 택했나 / AI 생성 이미지
왜 폐쇄형 대신 이더리움 공개망을 택했나 / AI 생성 이미지

왜 폐쇄형 대신 이더리움 공개망을 택했나

은행권 토큰화 자금은 대개 폐쇄형 네트워크에서 움직인다. JP모건은 허가형 이더리움 기반의 키넥시스(Kinexys)에서 예금 토큰 JPMD를 운영하며 기관 고객으로만 이용을 제한하고 있고, 이를 프라이버시 중심의 캔턴 네트워크(Canton Network)로도 확장하는 중이다. 파이낼리티(Fnality)와 파티어(Partior) 역시 회원 기관끼리만 쓰는 공유 원장 방식을 채택했다.

Qivalis는 정반대 길을 골랐다. 이더리움에는 이미 사용자층과 거래소,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현재 이더리움은 20개 네트워크에 흩어진 유로 스테이블코인 물량의 약 69.5%를 담고 있다.

기술 파트너로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업체 파이어블록스(Fireblocks)를 선정해 토큰화 엔진, 커스터디, 트레저리 인프라를 맡겼다. 선정 시점은 소스에 따라 3월 또는 4월로 엇갈려 보도됐다. 파이어블록스는 ERC-20F 표준으로 토큰을 발행할 예정인데, 일반 ERC-20 툴과 호환되면서도 업그레이드 기능과 허용목록·차단목록(access list)을 추가로 지원해 컴플라이언스 통제를 토큰 계약 안에 내장할 수 있다.

MiCA 규제와 준비금…아직 남은 인가 절차

Qivalis는 EU의 암호자산시장 규제(MiCA) 틀 안에서 토큰을 설계하고 있다. MiCA는 유로에 고정된 이런 토큰을 전자화폐토큰(EMT)으로 분류하며, 발행사는 준비금을 1:1로 보유하고 요청 시 액면가로 상환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준비금 구조는 최소 30%를 은행 예금으로, 나머지 최대 70%는 저위험 자산으로 채우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플로리스 루흐트(Floris Lugt)는 보유자가 24시간 연중무휴 상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행까지는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의 전자화폐기관(EMI) 인가가 필수다. Qivalis 홈페이지는 아직 인가받지 않았고 현재 전자화폐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규제당국이 심사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출범 시점은 이 결정에 달려 있다.

Qivalis 최고경영자(CEO) 얀-올리버 셀(Jan-Oliver Sell)은 유로가 유럽의 화폐인 만큼 온체인 금융 인프라도 유럽 기관이 만들고 유럽 규칙이 지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위원회 의장 하워드 데이비스(Howard Davies)는 데이터 보호와 금융 안정성, 규제상의 엄격함이 차세대 디지털 화폐에 내재돼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스는 과거 영국 금융감독청(FSA) 초대 의장을 지냈다.

이 흐름에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소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5월 초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의 국제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 최선의 경로는 아니라고 말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유로판을 만드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달러가 99.5% 쥔 시장…유로의 몫은 아직 0.3% 미만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3,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며, 이 중 달러에 페그된 토큰이 약 99.5%를 차지한다. 유로 스테이블코인은 8월 5일 기준 8억 1,000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MiCA가 명확한 규칙을 제공한 덕에 2024년 초 대비 9배 늘어난 규모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체 시장의 0.3%에도 못 미친다.

기존 유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미 여러 사업자가 자리 잡고 있다. 서클(Circle)의 EURC가 약 65%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고,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 계열 SG-포지(SG-Forge)의 EURCV가 시가총액 2위다. 뱅킹서클(Banking Circle)은 EURI를, 슈만파이낸셜(Schuman Financial)은 EUROP을 발행하며, 도이치뱅크·DWS·갤럭시(Galaxy)·플로우트레이더스(Flow Traders)는 합작사 올유니티(AllUnity)를 통해 EURAU를 지원한다. 6월 기준 MiCA 요건을 충족한 유로 스테이블코인은 8종가량으로 파악된다.

스페인의 참여는 별도의 의미도 있다. 브라이티(Brighty)가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스페인은 서클 EURC 소매 이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로 꼽힌다. Qivalis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기술이 아니라 유통망이다. 소매·기업·기관 고객을 아우르는 37개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경쟁자는 아직 없다.

ECB의 디지털 유로 시범사업은 이보다 느린 시계로 돌아간다. 2027년 하반기에 36개 결제서비스제공업체(PSP)를 선정해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실제 발행은 2029년 이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Qivalis로서는 그만큼 여유 있는 시장 선점 기간이 주어졌다.

앞서 골드만삭스·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 등 21개 국제은행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추진하며 2026년 하반기 법인 설립, 2027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내걸고 유로 등 G7 통화 확장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Qivalis는 이보다 앞서 유로에 초점을 맞춘 37개 은행 연합을 이미 갖춘 상태다.

Qivalis는 출범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와도 접촉하고 있다. 셀 CEO는 인가 획득을 전제로 거래소·유동성 공급자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으며, MiCA 인가를 받은 스페인 거래소 비트투미(Bit2Me)가 회원 은행 한 곳과 협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테이블코인 추적 서비스 파로스(Pharos)는 Qivalis를 출시 전 단계로 분류하고 4분기 출시를 예상 일정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