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15만 원씩 챙겨줘도 안 온다...인구 5개월째 줄어든 '이 지역'
작성일
같은 정책도 지역따라 달라...옥천군은 증가, 청양군은 감소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대상 지역인 충남 청양군의 인구가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인구 3만명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청양군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 등에 따르면 청양군 인구는 지난 3월 3만77명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4월에는 3만88명으로 11명 더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3만81명, 6월과 7월에도 감소세가 이어졌고 8월에는 3만10명까지 내려왔다.
3월부터 5개월 동안 청양군 인구가 67명 감소한 셈이다. 현재 인구가 3만명에 불과 10명 웃도는 수준인 만큼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다시 2만명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양군은 그동안 인구 3만명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과 전입을 늘리는 여러 정책을 추진해왔다. 출산장려금도 대표적인 정책 가운데 하나다. 청양군은 첫째 아이에게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 다섯째 이상에게는 30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구가 3만명을 넘어선 시점에는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도 영향을 미쳤다. 청양군은 지난해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이후 일정 기간 인구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증가세가 멈추고 다시 감소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소득이나 연령 등에 따른 별도의 제한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업 대상 주민에게는 매달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형태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역 주민이 지급받은 상품권을 해당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해 주민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는 제도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주민 개인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4인 가구라면 매달 60만원 상당을 받을 수 있다. 한 달 단위로 지급되는 만큼 1년 동안 지급받을 경우 1인당 180만원, 4인 가구는 720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된다.
청양군 역시 이 사업을 통한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뒤 인구가 3만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본소득 지급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정체하면서 인구 증가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청양군 관계자는 위장 전입 여부와 실제 거주 기간 등을 확인한 뒤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실제로 거주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만큼 단순히 주소만 옮겨놓은 경우를 걸러내는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양군은 최근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기본소득 지급을 통한 인구 유입이 정체된 점과 출생 인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청양군 관계자는 “위장 전입과 3개월 이상 거주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며 “기본소득 지급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정체한 데다 출생 인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인구 감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동원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인구 3만은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청양군과 달리 같은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대상 지역인 충북 옥천군에서는 올해 들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옥천군의 인구는 지난 1월 5만명에서 8월 5만730명으로 730명 늘었다.
옥천군의 인구 증가에는 주변 도시와의 지리적·생활권 관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인접한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동한 인구가 상당한 규모를 차지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대전에서 옥천으로 전출한 사람은 1165명이었다. 같은 기간 옥천에서 대전으로 전입한 사람은 457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 간 이동만 놓고 보면 대전에서 옥천으로 순이동한 인구는 708명이다.
이 기간 옥천군 전체 인구가 730명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동한 인구 규모가 전체 증가 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옥천군의 인구 증가가 자연적인 출생 증가보다는 주변 도시에서의 전입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대전과 옥천은 생활권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동하더라도 기존 생활 기반을 크게 바꾸지 않고 두 지역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생활권이 같은 옥천에 농막 등을 짓고 대전에서 왔다 갔다 하다 주소를 아예 옥천으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전의 인구도 올해 들어 감소세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대전시 인구는 지난 5월 144만2213명에서 8월 144만2838명으로 625명 증가했다.
청양과 옥천의 사례는 같은 농어촌기본소득을 지급하더라도 지역별 인구 흐름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기본소득이라는 동일한 정책 외에도 주변 대도시와의 거리, 교통과 생활권, 주거 여건, 일자리 등 여러 지역적 조건이 인구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의 정책 목표 역시 단순히 주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어촌 주민의 소득을 보완하고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인구 감소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취지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도 이런 목적과 관련이 있다. 지급받은 금액을 해당 지역의 음식점이나 상점 등에서 사용하게 되면 외부로 빠져나가는 소비를 줄이고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도 확대된다.
정부는 올해 17개 군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을 내년에는 35개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지난해 10월 처음 선정된 지역은 7개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였다. 이후 같은 해 12월 3개 지역이 추가되면서 대상 지역은 10개로 늘었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개 지역이 더해지면서 현재 17개 군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는 대상 지역을 35개 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대상 지역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농어촌기본소득을 받는 주민의 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된다.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예산은 올해 3047억원에서 내년 1조1658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국비 지원 비율도 기존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비 지원 비율이 높아지면 사업비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농어촌 지역의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충남에서도 사업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최근 충남도의회에서 내년 농어촌기본소득 사업 대상 지역을 부여·금산·태안·서천·예산 등 5개 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사업 대상인 청양군은 이미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본소득 지급만으로 인구 감소가 멈추는 것은 아니며, 지역마다 전입과 전출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도 서로 다르다는 점이 청양과 옥천의 인구 흐름에서 나타나고 있다.
청양군은 인구 3만명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과 전입을 포함한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구가 3만명을 다시 밑돌 경우 지역의 인구 감소가 수치상으로도 더욱 뚜렷해지는 만큼 청양군은 3만명을 인구 정책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