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오디세이' 보다 평점 높다…넷플릭스 뜨자마자 5위 꿰찬 19금 영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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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천만 돌풍, 22년 전 영화까지 덩달아 흥행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영화 순위에 22년 전 개봉작이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톱5에 오른 이 영화의 정체는 바로 2004년 개봉작 '트로이'다. 지난 8일 넷플릭스에 첫 공개된 영화 '트로이'는 9일과 10일 이틀간 넷플릭스 코리아 영화 부문 순위 5위에 자리했다. 신작 영화들 사이에서 2004년 개봉작이 톱5에 오른 배경에는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있다.

'오디세이' 천만 돌풍, 22년 전 '트로이'까지 소환했다
'오디세이'는 국내 개봉 33일 만인 지난 6일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이자, 놀란 감독에게 국내 첫 '쌍천만' 타이틀을 안긴 작품이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신들의 노여움을 사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겪는 10년의 여정을 그린다. 원작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로, 앞서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트로이'와는 같은 신화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인 셈이다.
이 같은 접점 덕분에 '오디세이' 흥행과 함께 '트로이'를 향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오디세이' 개봉 이후 국내 VOD 플랫폼에서 '트로이' 구매량이 4000% 넘게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로이 전쟁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오디세이'를 본 관객들이 정작 전쟁의 '시작과 과정'을 담은 '트로이'를 찾아 나선 셈이다. 넷플릭스 오늘의 톱10에 '트로이'가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디세이'의 흥행세는 놀란 감독 개인의 커리어에도 새 기록을 썼다. 이번 작품으로 놀란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세 번째로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감독이 됐고, 국내에서는 '오펜하이머'에 이어 두 번째 '천만 감독'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 화려한 캐스팅과 놀란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맞물리며 개봉 초반부터 특별관 좌석이 매진 행렬을 이뤘던 만큼, 신화 세계관 전체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확장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참고로 넷플릭스에는 같은 제목의 콘텐츠가 하나 더 있어 헷갈리기 쉽다. 2018년 BBC와 넷플릭스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트로이: 왕국의 몰락'이 그것으로, 이번에 톱10에 오른 2004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와는 다른 작품이다. 시청 전 제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브래드 피트·올랜도 블룸 총출동…2004년 개봉작 '트로이'는 어떤 영화
'트로이'는 2004년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한 전쟁 서사극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각색했다.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 분)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분)의 사랑에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을 배경으로,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 분)와 트로이의 수호자 헥토르(에릭 바나 분)의 대결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여기에 피터 오툴, 숀 빈, 브라이언 콕스, 로즈 번, 새프런 버로스 등이 힘을 보탰다.
당시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가 투입된 대작으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4억 9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의상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며, 브래드 피트와 에릭 바나가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한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 장면은 지금까지도 트로이 영화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트로이' 로튼토마토 대중 평점 74%…"20년 지나도 볼만하다"
영화 '트로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대중의 반응은 다소 결이 다르다. 로튼토마토 기준 비평가 신선도 지수는 53%에 머물렀다. 로튼토마토 총평은 스펙터클은 화려하지만 감정적 울림은 다소 부족한 작품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반면 대중 점수인 팝콘 지수는 74%로 비평가 평가보다 높다. 25만 건이 넘는 관객 평가가 쌓여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IMDb 평점은 7.3점(10점 만점), 국내 씨네21 기준으로는 전문가 평점 6.67점, 관객 평점 7.11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 남겨진 로튼토마토 관객 리뷰에서는 "러닝타임이 길고 의상 고증에서 아쉬운 점도 보이지만, 대규모 전투 장면과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해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그 이상으로 몰입감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화려한 캐스팅과 의상, 웅장한 음악을 향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단순하지만 그만큼 오락영화로는 제격인 스토리"라거나 "죽음이 영원보다 아름다웠던 영화"라는 감상평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20년이 지나도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비교 대상인 '오디세이'의 평가는 글로벌 지표 기준으로는 이보다 한층 더 뜨겁다. 로튼토마토 기준 비평가 지수 94%, 관객 지수 97%를 기록 중이고, 왓챠피디아에서도 5점 만점에 4.2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쌓이고 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반응부터 "액션 비중이 적어 기대와는 달랐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감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평이 우세한 분위기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국내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이다. 9일 기준 '트로이'는 9.33점을, '오디세이'는 9.07점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평론·관객 지표에서는 '오디세이'가 앞서지만, 정작 국내 실관람객들 사이에서는 22년 전 개봉작 '트로이'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개봉 초반 9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오디세이'의 실관람객 평점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안정화된 반면, '트로이'는 오랜 기간 쌓인 팬층의 높은 평가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년의 시차를 둔 두 영화가 나란히 화제에 오르면서, 신화 원전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함께 읽는 독자들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놀란 사단이 말하는 '트로이 전쟁' 그 이후 이야기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도 '트로이 전쟁'과의 연결고리는 화제였다. 오디세우스 역을 맡은 맷 데이먼은 세 번째로 놀란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두고 "놀란 감독과 일하면 당연히 차기작도 '예스'가 된다"며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촬영 과정에 대해서는 챕터마다 배경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 마치 영화 7편을 동시에 찍는 듯한 난이도였다고 돌아봤다.
놀란 감독 역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맷 데이먼에 대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그 누구도 맷 데이먼 대신 오디세우스를 연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현장에서 늘 앞장서 배우와 제작진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놀란 감독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오디세이'가 트로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고뇌를 다룬 작품처럼 느껴진다는 질문에, 전작 '오펜하이머'의 영향이 이번 작품에도 담겨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현실의 무게를 뒤늦게 마주해야 했던 '오펜하이머' 속 인물처럼, '오디세이'의 오디세우스 역시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으로 도시 하나를 무너뜨린 대가를 10년에 걸친 표류와 신들의 분노로 치러야 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이 '자신이 초래한 사건의 무게를 뒤늦게 짊어지는 인물'이라는 공통된 문법을 공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으로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가 정작 그 대가로 10년간 신들의 분노와 마주해야 했던 '오디세이'의 이야기는, 22년 전 스크린을 수놓았던 '트로이'의 마지막 장면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넷플릭스에 새롭게 출격한 영화 '트로이'가 천만 신화를 쓴 '오디세이'의 화력을 힘 입어 어디까지 올라갈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