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전제 아니다" 국방부, 호르무즈 해협 상황 파악하러 조사단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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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청 속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언제 결정되나?

국방부가 중동전쟁 상황과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조사단을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거듭된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군사적 기여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조사지만,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실제 병력 파견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8일 “호르무즈 해협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며 “현지 조사단은 해당 지역 정세 및 안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보낸 조사단은 UAE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자체가 아니라 UAE를 거점으로 현지 상황과 우리 군 전력이 활동할 경우 필요한 여건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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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기지·기항지 등 지원 여건 확인

이번 조사단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우리 군 전력이 현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지와 기항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을 갖춘 장소를 뜻한다. 기항지는 군함 등이 항해 중 잠시 정박해 연료나 식량, 물자 등을 보급받거나 승조원의 휴식과 정비 등을 할 수 있는 항구를 말한다.

해외에서 군사적 활동을 수행하려면 단순히 병력과 장비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함정이나 항공기가 실제 임무를 수행하려면 연료와 식량, 정비시설, 통신체계 등 여러 지원 여건이 필요하다.

조사단은 이 같은 현지 지원 가능 여부와 함께 장비 및 보급 여건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실제 파병이 결정됐다는 의미라기보다 향후 정부가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경우 필요한 현지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가 조사단 파견의 목적을 ‘정세 및 안전 상황 파악’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안규백 국방부장관 / 뉴스1
안규백 국방부장관 / 뉴스1

미국 파병 요청 속 ‘11월 시한’ 보도 일축

이번 현지 조사단 파견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에 기여할 것을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상 통로다.

국내에서는 미국 측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관련 군사적 기여를 요청하면서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기간을 파병 시한으로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지 조사단의 파견이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해당 보도와 관련된 파병 시한을 사실상 부인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규모의 병력을 언제까지 보내기로 결정했다는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검토하는 ‘실질적 기여’는 무엇인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대해 특정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국익을 중심으로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정부의 기여 방안에 대해 “실질적 기여는 군사적 기여를 포함하고 여기엔 전투·비전투 참여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또 “파병”이라는 표현이 곧바로 전투 참여나 대규모 병력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군사적 기여라고 해서 반드시 지상군을 대규모로 보내 전투에 참여하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상 감시와 정찰, 기뢰 제거, 폭발물 처리, 선박 호송 지원 등 임무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전력과 병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여러 전력을 놓고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현재 우리 정부가 검토하는 전력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이다. 해상초계기는 바다 위를 장시간 비행하면서 선박과 해상 상황 등을 감시하고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다.

폭발물처리(EOD) 전력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EOD는 Explosive Ordnance Disposal의 약자로 폭발물처리반을 뜻한다. 폭발물이나 기뢰 등 위험한 폭발물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전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해상 통로인 데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해상 안전 확보와 기뢰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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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은 왜 중요한가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좁은 해상 통로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며 중동 산유국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세계 각지로 이동하는 주요 통로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선박 운항 차질이 발생하면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역시 원유와 에너지 자원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국내 경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활동에는 위험도 따른다.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군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에 따라 임무와 위험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투 임무인지 비전투 임무인지, 해상 감시인지 기뢰 제거인지 등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병력, 현지 협력 방식이 모두 달라진다.

정부가 현지 조사단을 보내 기지와 기항지, 보급 여건 등을 확인하는 것도 이런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병력 100명 이하 전망…구체적 규모는 미정

현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전력으로 P-8A 포세이돈과 EOD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실제 파견 병력은 100명 이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재까지 거론되는 전망일 뿐 정부가 공식적으로 병력 규모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어떤 전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인원은 달라질 수 있다. 해상초계기를 운용하려면 조종사와 승무원뿐 아니라 정비와 지휘·통신 등을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다. EOD 전력을 보내는 경우에도 폭발물 처리 임무에 필요한 인원이 별도로 필요하다.

함정을 파견하는 경우에는 승조원과 정비·보급 인력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병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현재 단계에서 확인된 것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면서 현지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역시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각국이 추진하는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대응과 관련해 미국이 주도하는 움직임과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움직임이 각각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쪽의 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응 방식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역시 여러 선택지를 놓고 외교·안보적 판단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조사단의 파견은 이 같은 판단에 필요한 현장 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국방부가 이번 조사가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힌 만큼, 조사단 파견만으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확정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향후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과 국제사회의 움직임,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에너지 수급과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