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하는 히말라야… 2100년 한국도 무사 못할 '대재앙'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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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히말라야 빙하 80% 녹을 것… 기후재난 시계 더 빨라져

히말라야 빙하가 붕괴하면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을 덮친 대홍수를 두고 ‘인류사적 위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상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를 배출하는 인류 활동이 기후변화를 불러와 재앙에 가까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경고다. 올여름 한국을 강타한 ‘200년 만의 물폭탄’이 내년에는 ‘201년 만의 물폭탄’이 되고 ‘폭염→가뭄→호우’로 이어지는 이례적인 연쇄 재난이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히말라야 자료 사진 / Slepitssskaya-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히말라야 자료 사진 / Slepitssskaya-shutterstock

세계적 기후 석학인 벤저민 호턴 홍콩성시대 에너지환경대학 학장은 “현 기후변화는 인류가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인 ‘행성 경계’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네팔 대홍수의 직접적 원인

이번 홍수는 렌데강이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상류를 거쳐 본류로 이어지는 수계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네팔 랑탕 국립공원 내 랑탕 리룽산 북쪽 사면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빙하 붕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분석 결과 이는 지각 지진이 아닌 빙하 붕괴 자체가 일으킨 진동으로 확인됐다. 붕괴한 물과 토사가 하천 골짜기를 막아 언색호(자연댐 호수)가 형성됐고 해당 댐이 무너지면서 홍수 피해가 확산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빙하호 붕괴(GLOF)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windykvzl-shutterstock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windykvzl-shutterstock

히말라야 빙하는 아프가니스탄부터 미얀마, 방글라데시, 부탄, 중국, 인도, 네팔, 파키스탄에 걸쳐 약 3500㎞ 길이로 뻗은 힌두쿠시-히말라야(HKH) 산악권에 넓게 분포해 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에 따르면 HKH에는 6만 3700여 개의 빙하가 있으며, 전체 면적은 남한 면적의 절반을 웃도는 5만 5782㎢에 달한다. 얼음 매장량도 5736㎦에 이른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1990∼2020년 사이 HKH의 빙하 면적은 약 12%, 얼음 매장량은 약 9% 감소했다.

빙하가 녹아 생긴 빙하호의 둑이 무너지면 막대한 물이 하류로 쏟아진다. ICIMOD는 네팔·티베트·인도 유역의 빙하호 3624개 중 47개(네팔 21개, 티베트 25개, 인도 1개)를 범람 위험이 큰 호수로 지정했다. 여기에 이번 참사로 무너져 내린 암석과 토사가 하천을 막으면서 새로운 언색호까지 형성됐다. 기존 빙하호의 위험에 더해 새로 생긴 언색호마저 무너질 경우 또다시 대규모 돌발홍수가 발생할 수 있는 이중 위기에 처했다.

과학계는 온난화에 따른 빙하 융해와 ‘영구동토층’ 붕괴가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북반구 육지 면적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은 거대한 빙하와 암반을 붙잡아주는 ‘자연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기후변화로 이 접착제가 녹아내리면서 지반의 구조적 안정성이 급격히 무너진 것이다. 예란 에크스트룀 컬럼비아대 교수는 “히말라야의 빙하와 영구동토층 해빙이 이번 사태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얼음 장벽인 남극 빙붕의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85년 남극 빙붕의 60%가 임계 상황에 도달해 장기적으로 최대 10m의 해수면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ICIMOD는 히말라야 빙하의 녹는 속도가 2010년대 들어 이전보다 65% 빨라졌으며 2100년까지 전체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엘니뇨의 일상화 역시 전 지구적 기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해빙이 사라지면 바다가 햇빛을 흡수해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더 강한 폭염과 폭우가 빈번해진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5~2025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1년이었으며, 2024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5도 높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잠기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영토 면적이 25㎢에 불과한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해발고도가 5m 이하로, 이미 9개 섬 중 2개가 바닷속으로 거의 사라졌다.

한국에 닥친 기후위기 현실

한국은 빙하가 없어 네팔과 같은 빙하 붕괴 직접 재난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최근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 강우가 늘면서 산지 급경사지 붕괴와 돌발홍수 위험이 현실화됐다. 서해 연안 매립지의 경우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가 맞물려 복합 재난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올여름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도까지 치솟는 등 122년 기상 관측 역사를 새로 쓰는 이상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 사진 / The physio-shutterstock
자료 사진 / The physio-shutterstock

북극해 빙하 감소로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해상 운송 시간이 단축돼 한국 물류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온 상승으로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지가 확대되거나 난방비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 반면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급증, 가뭄·홍수로 인한 농업 생산성 저하, 인프라 파괴에 따른 재해 복구 비용은 국가 재정을 압박한다. 특히 수산업은 해수온 상승에 따른 어장 이동과 양식 환경 변화로 장비 교체 및 장거리 항해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배출국과 피해국의 불일치, ‘선진국 책임론’

2024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네팔의 비중은 0.08%에 불과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중국(29.2%), 미국(11.11%), EU(5.95%), 한국(1.26%) 등 주요국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1750년 이후 누적 배출량 역시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순으로 크다.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중국, 인도, 미국 3개국의 전력 부문 배출량만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며 G20 국가의 배출 비중은 83%에 달해 배출지와 피해지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히말라야 자료 사진 / Julia Mountain Photo-shutterstock
히말라야 자료 사진 / Julia Mountain Photo-shutterstock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변화로 인한 타국 피해 방지 의무와 배상 책임을 인정함에 따라, 네팔이 다배출국을 상대로 기후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온실가스 배출과 특정 홍수 피해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고 피해 배상액 책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페루 농민이 독일 전력기업을 상대로 낸 빙하 융해 관련 소송에서도 인과관계 입증 실패로 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