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강아지 목줄 채우고 다녔다”…다소 충격적인 사연 고백한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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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경계성 진단, 싱글맘의 20년 양육 투쟁기

ADHD 진단을 받은 아들을 키우며 겪은 양육 고충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은 스타가 있다. 대형견용 하네스를 아들에게 직접 채웠다는 고백이 방송을 타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육아의 현실은 종종 이론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배우 정영주. / 정영주 인스타그램
배우 정영주. / 정영주 인스타그램

바로 배우 정영주의 이야기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말자쇼'에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게스트로 출연해 아들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솔직하게 풀어놨다. 정영주는 다수의 뮤지컬과 드라마, 음악 경연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로,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과 달리 싱글맘으로서 아들을 홀로 키워온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2년 이혼 이후 아들과 단둘이 살아왔다.

강아지 목줄인 하네스를 아들에게 채웠던 이유

정영주의 아들은 어릴 때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병명으로 규정짓기 어려운 경계성 사례였다. ADHD 경계성 진단은 증상이 기준치에 가깝게 나타나지만 완전한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는 않는 경우를 말한다. 치료 방향 설정이 쉽지 않고, 주변의 시선도 부모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영주는 "병명으로 정확하게 학명으로 규정지어지지 않다 보니 약간 경계성이 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불편을 많이 겪게 되기도 하는데, 주변에서 그걸 보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 쉽다"고 밝혔다.

아들에게 강아지 목줄을 채우고 다닌 적 있다고 고백한 정영주. / KBS2 '말자쇼'
아들에게 강아지 목줄을 채우고 다닌 적 있다고 고백한 정영주. / KBS2 '말자쇼'

가장 절실한 문제는 안전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아이가 어느 방향으로 뛰어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정영주는 "횡단보도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큰 강아지한테 채우는 하네스를 채우고 양육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이 방송에 공개되자 "현실 육아가 이런 것"이라는 공감과 함께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어린아이용 안전 리드줄 제품은 시중에도 판매되지만, 활동량이 많고 예측 불가한 행동을 보이는 ADHD 아동의 경우 일반 제품으로는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부모들이 대형견용 하네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실제로 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거론되는 방법이지만 공인이 직접 방송에서 언급한 것은 드문 일이다.

감정 충돌과 대화 그리고 반복

ADHD 경계성 아동을 키우는 과정에서 정영주가 겪은 어려움은 안전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아이가 생각하는 방식과 일반적인 기준이 맞지 않을 때 감정 충돌이 생겼고, 그 충돌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잦았다.

정영주는 "혼자서는 못 한다. 조언을 얻을 곳이 있으면 조언도 얻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상담을 병행하면서 아이의 언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대화가 풀리지 않아 덮어두는 날도 있었지만, 아이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를 놓지 않았다고 했다.

어린시절 정영주 아들 모습. / 정영주 인스타그램
어린시절 정영주 아들 모습. / 정영주 인스타그램

ADHD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소통 방식의 차이다. 충동성과 부주의가 주요 특성으로 나타나는 ADHD 아동은 일상적인 규칙과 지시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반복되면 부모는 지치고 아이는 오해를 쌓게 된다. 정영주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아들이 건네준 꼬질꼬질한 행주 한 장

정영주가 양육 방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아들이 7세 때였다. 당시 정영주는 인생의 실패를 겪으며 심각하게 무너진 상태였다. 그때 아들이 젖어서 꼬질꼬질하게 마른 행주를 들고 와 "엄마 눈곱 꼈어요"라며 직접 닦아줬다. 정영주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고 했다.

"그때 아이한테 자극받고 배운 느낌이 있어서 그걸 계기로 아이 양육을 바꿔봤다"는 말은 단순한 감동 에피소드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본인이 가장 취약했던 순간에 아이가 돌봄의 주체로 나섰고, 그 경험이 정영주로 하여금 아이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치아 없이도 멈추지 않은 비트박스

아들이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안와골절을 입고 1400바늘을 꿰매는 중상이었다. 긴 시간 병원 신세를 졌다.

정영주는 "그럼에도 어른스럽게 어떤 부분은 날 위로해 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치아가 없는 상태에서도 평소 열심히 하던 비트박스 연습을 멈추지 않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정영주는 "나 같으면 그런 상황이었으면 포기했을 거 같은데 이가 없는 상태에서도 하더라. 나는 그 정도로 내가 하는 일에 미쳐본 적은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되레 아이한테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영주와 그의 아들. / 정영주 인스타그램
정영주와 그의 아들. / 정영주 인스타그램

ADHD 진단을 받은 아이가 하나의 분야에 극도로 몰입하는 특성을 보이는 사례는 임상에서도 보고된다.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강한 집중력과 지속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들의 비트박스가 그런 경우였을 수 있다.

2002년생, 현재 25세인 아들은 지금 독립해서 자기 생활을 하며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영주는 아들에 대해 더 이상 걱정이나 안타까움을 앞세우지 않고, 자극을 받았다는 표현을 쓴다.

정영주는 누구인가

정영주는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무대 위에서 쌓은 내공과 함께 드라마와 음악 경연 출연을 통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뮤지컬 특유의 발성과 표현력은 다양한 무대에서 검증됐으며, 무대 밖에서는 싱글맘으로서 20년 가까이 아들을 홀로 키워왔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정영주. / 정영주 인스타그램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정영주. / 정영주 인스타그램

ADHD,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ADHD는 뇌의 전두엽 기능과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신경발달질환이다. 의지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뇌 구조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나이가 들면서 뇌가 발달하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성장기에는 뇌의 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외형적인 행동 문제가 겉으로 크게 드러난다.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수업 중 자리를 이탈하거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잉행동, 질문이 끝나기 전에 말을 꺼내거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는 충동성, 지시사항을 놓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주의력 결핍이 대표적이다. 학교에서 '말썽꾸러기'나 학습 태만으로 오해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정영주가 아들에게 하네스를 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시기 과잉행동의 예측 불가능성에 있었다.

성인 ADHD, 조용하지만 더 복잡하다

성인이 되면 몸을 들썩이는 눈에 띄는 과잉행동은 줄어든다. 대신 계획, 조직화, 시간 관리 같은 집행 기능의 부재가 전면에 나타난다. 시작하기 어려운 만성 미루기, 마감일 준수 실패, 업무 우선순위 조정의 어려움이 일상적인 문제로 자리 잡는다. 겉으로는 가만히 있어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초조하고, 약속이나 물건, 일상적인 행정 처리를 자주 잊어버린다.

감정 조절 장애도 성인 ADHD의 주요 특성이다. 욱하는 충동성과 조급함, 예민함으로 인해 직장 내 마찰이 생기고, 잦은 이직과 인간관계 단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보고된다. 만성적인 죄책감과 우울증, 불안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중년에 처음 진단받는 이유

ADHD는 성인이 된 후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어릴 때 발생해 치료되지 않은 채 성인기, 중년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중년층이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중년이 되면 가정, 직장, 자녀 양육, 재정 관리 등 동시에 처리해야 할 책무가 폭증한다. 그동안 어떻게든 버텨온 자가 조절 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증상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자녀가 ADHD 진단을 받으면서 "어릴 적 내 모습과 똑같다"는 점을 인지해 병원을 찾는 부모도 적지 않다. 건망증, 노화, 호르몬 변화(갱년기)로 착각했다가 검사 후 ADHD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