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굴보다 타우린 2배 폭발… 간 회복 돕는 가을철 '보약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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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린 함량 2배, 낙지의 간 건강 효능
가을 보양식 낙지, 제철은 9월부터 2월까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남도 밥상에는 어김없이 낙지가 오른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옛말처럼, 낙지는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는 대표적인 가을 보양식으로 꼽혀왔다. 팔팔 끓는 매운탕이나 얼큰한 볶음 요리로도, 담백한 회로도 두루 즐길 수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9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전남 해안이 주산지
낙지는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한자로는 돌 틈에 산다는 뜻의 석거(石距)라 불린다. 지역에 따라 낙자, 낙짜, 낙쭈, 낙찌, 낙치 등 다양한 방언으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60㎝에 이르며 몸통과 머리, 다리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얕은 바다의 돌 틈이나 진흙 속에 몸을 숨기고 살며, 한국과 중국, 일본 연해에 고루 분포하는데 특히 전남 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체색은 적갈색이나 회갈색을 띠고, 패각이 퇴화해 사라졌으며 잘 발달한 상하 턱판으로 먹이를 잘게 찢어 먹는 습성이 있다. 제철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로, 이 시기에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른다.
좋은 낙지를 고르는 법은 간단하다. 눌러봤을 때 살에 탄력이 있고 단단하며 색이 투명한 것이 신선한 낙지다. 껍질을 벗길 때 매끄럽게 잘 벗겨지는지도 신선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다리를 만졌을 때 빨판이 손에 잘 달라붙고 힘있게 움직이는 개체일수록 활력이 좋은 낙지로 통한다. 시장이나 수산물 코너에서 살아있는 낙지를 고를 때는 이런 움직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타우린은 미역·굴의 2배…간 건강에 이만한 게 없다
낙지가 가을 보양식으로 꼽히는 이유는 영양학적으로도 뒷받침된다. 생낙지 100g에는 열량 55㎉, 단백질 11.5g, 지질 0.6g이 들어 있어 지방 함량이 극히 낮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다이어트나 체중 관리를 신경 쓰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식재료인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타우린 함량이다. 낙지의 타우린 함량은 미역이나 굴보다 2배 이상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은 황(S)을 포함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간세포 재생을 돕고 담즙산 분비를 원활하게 해 간의 부담을 줄여준다. 피로 회복은 물론 알코올 해독에도 도움을 줘 술자리가 잦은 계절에 특히 반가운 성분이다. 시력 회복과 빈혈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현대인들에게도 유용한 성분으로 꼽힌다. 낙지는 오징어처럼 콜레스테롤 함량이 있는 편이지만, 정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타우린 역시 함께 들어 있어 서로 상쇄되는 구조라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무기질도 고루 갖췄다. 칼슘과 인, 철분,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유황, 옥소, 코발트, 망간 등 다양한 미네랄이 들어 있어 조혈 작용과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B2(리보플라빈)는 세포에서 효소로 작용해 점막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발육을 돕는다. 낙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체내에 흡수된 뒤 아미노산으로 혈액 속에 녹아들어 폴리펩티드로 전환되고, 이것이 신체 각 부분으로 운반돼 여러 기관을 형성하는 데 쓰인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아세틸콜린과 낙지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베타인 성분도 함유돼 있다. 여기에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줘 심혈관 건강에도 이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연과 셀레늄 같은 항산화 미네랄도 들어 있어 이들 성분이 세포 손상을 막고 면역력 강화에도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옛말…자산어보에도 등장
낙지의 원기 회복 효과는 옛 문헌에도 등장한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책은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 시절 인근 바다의 어류와 해산물을 관찰해 기록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어보로, 낙지에 대한 이런 묘사는 당시부터 낙지의 원기 회복 효능이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남도 지방에서는 소가 새끼를 낳거나 여름 더위를 먹고 쓰러졌을 때 큰 낙지 한 마리를 호박잎에 싸서 던져주면, 이를 받아먹은 소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원기 회복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낙지 한 마리가 지친 소를 일으켜 세울 만큼 영양가가 응축돼 있다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낙지의 효능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무더위에 지친 여름을 지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낙지 한 접시가 스태미나 음식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다.
낙지는 대표적인 산성 식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알칼리성 식품인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좋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국물이 낙지의 쫄깃함을 한층 살려주는 동시에, 산성과 알칼리성 식품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표고버섯과 곁들이는 것도 잘 알려진 조합이다. 실제로 낙지볶음이나 연포탕에 콩나물과 표고버섯이 자주 함께 들어가는 것도 이런 전통적인 궁합에서 비롯된 조리법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미나리나 대파처럼 향이 강한 채소를 곁들이면 낙지 특유의 바다 내음을 한결 부드럽게 눌러주는 효과도 있다.
손질은 밀가루와 굵은소금으로
낙지를 손질할 때는 먼저 내장과 먹물을 제거한 뒤, 굵은소금과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문질러 씻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하면 표면의 미끈거림과 잡내가 함께 빠져나간다. 깨끗이 씻은 낙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리에 활용하면 된다.
낙지볶음부터 연포탕, 탕탕이까지

낙지 요리는 강한 매운맛부터 담백한 국물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가장 대중적인 낙지볶음은 손질한 낙지를 데친 뒤 양배추와 양파, 대파, 청양고추 등 채소와 함께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볶아내는 요리다. 마늘과 고춧가루, 간장, 설탕 등을 배합한 양념에 낙지와 채소를 넣고 센 불에서 재빨리 볶아내면 낙지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난다. 이때 낙지를 너무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 쉬우므로, 채소가 먼저 익은 뒤 낙지를 마지막에 넣어 짧게 볶아내는 것이 요령이다. 불맛을 살려 밥이나 소면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반대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싶다면 연포탕을 추천할 만하다. 무와 다시마 등으로 우린 맑은 육수에 낙지를 통째로 넣어 살짝 데치듯 끓여내는 국물 요리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낙지 특유의 감칠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미나리나 쑥갓 등 향이 좋은 채소를 더하면 국물이 한층 깔끔해진다. 원래 연포탕은 두부를 맑은장국에 데쳐 먹던 조선시대 음식에서 유래했는데, 오늘날에는 낙지를 넣어 끓이는 해물 국물 요리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전남 지역에서는 손가락 굵기의 작은 세발낙지를 통째로 참기름에 찍어 먹는 산낙지회도 즐겨 먹는다. 살아있는 낙지를 잘게 다진 뒤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해 무쳐 먹는 낙지탕탕이 역시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짚에 낙지를 돌돌 말아 양념을 발라 구워내는 낙지호롱은 조리 과정에서 불향이 배어 독특한 풍미를 낸다. 낙지호롱은 원래 전남 무안 등 산지에서 즐겨 먹던 향토 음식으로, 짚불 특유의 훈연 향이 낙지 살에 은은하게 배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문어와 마찬가지로 시금치나 알배추 등 제철 채소와 함께 굴소스로 가볍게 볶아내면 영양 균형이 잡힌 반찬으로도 손색없다. 다양한 조리법 어디에도 잘 어우러지는 만큼, 이번 가을에는 낙지 한 접시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손질부터 보관까지…신선하게 즐기는 법
낙지는 손질과 보관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손질할 때는 먼저 내장과 먹물을 제거한 뒤, 굵은소금과 밀가루를 뿌려 바락바락 문질러 씻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하면 표면의 미끈거림과 잡내가 함께 빠져나간다. 밀가루 입자가 낙지 표면의 이물질과 점액을 흡착해 씻어내는 원리로, 소금만 쓸 때보다 훨씬 깨끗하게 손질할 수 있다. 손질 과정에서 낙지가 힘차게 꿈틀거려 다루기 까다로울 수 있는데, 이때 굵은소금을 먼저 골고루 뿌려 5분 정도 두면 한결 수월하게 손질할 수 있다는 것이 요리 전문가들의 팁이다. 깨끗이 씻은 낙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조리에 활용하면 된다. 데칠 때는 오래 삶기보다 짧게 데쳐야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구입한 낙지를 바로 조리하지 않는다면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손질을 마친 낙지는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2~3일 정도 신선하게 즐길 수 있고, 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한 번에 먹을 분량씩 소분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냉동한 낙지는 조리 전날 냉장실에서 서서히 해동해야 육즙 손실이 적고 식감도 살아난다. 급하게 해동하려고 실온이나 뜨거운 물에 담그면 살이 물러지고 감칠맛이 빠져나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분해 냉동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적당량만 꺼내 쓸 수 있어, 낙지 한 마리를 사더라도 여러 끼니에 나눠 활용하기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