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투자한 현대제철…미국 한복판에 지으려는 '이것'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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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철강 협력, 8조 원 투자로 북미 시장 공략
전기로 제철소로 탄소 20% 감축, 2029년 가동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총 58억 달러(한화 약 8조 원)를 투입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탄소저감 고급 자동차 강판 전문 전기로 제철소인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기공식을 개최하고 북미 현지 일관 생산 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국내 철강 업계 1, 2위 기업인 양사는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내수 침체라는 악재를 돌파하고자 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지 제철소 공동 투자를 결정했다.

기공식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비롯해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트로이 카터·줄리아 렛로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이경은 주휴스턴 총영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업 측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주주사와 협력사 관계자 250여 명이 동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환영사에서 HPLS에서 생산되는 강판이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차세대 모빌리티 제조에 중추적인 구실을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발전 설비 등 미국 내 핵심 첨단 산업 인프라 구축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임을 언급했다.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숙련된 노동력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루이지애나를 선택한 현대제철의 결정에 고마움을 표하며 현지 일자리 창출과 지역 기업 성장 효과를 확신했다.
HPLS 전기로 제철소는 미국 내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 강판 전용 생산 시설이다. 올해 4분기 토목 공사에 들어가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추진된다. 제철소 내부는 원료 가공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일관(원료 처리부터 제강·압연까지 연속 진행) 공정 구조를 갖춘다. 직접환원철 생산 설비인 DRP(철광석과 천연가스를 반응시켜 순수한 철을 추출하는 장치)에서 만든 직접환원철(DRI)을 고철과 섞어 전기로에 투입한 뒤 슬래브(Slab, 철강 중간 소재)를 거쳐 열연 및 냉연 강판, 도금 강판을 연속 생산한다. 이 공정은 기존 고로(용광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20% 줄일 수 있어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에 유리하다.
투자 배경에는 미국 철강 시장의 독특한 수급 구조와 통상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매년 8200만 톤 수준의 조강을 생산함에도 자체 수요를 채우지 못해 해마다 2000만 톤 이상의 철강재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자동차 강판이 포함되는 고부가 판재류 수입량만 연간 1000만 톤에 달한다. 최근 미국 내 열연 강판 내수 가격은 톤당 약 1200달러 선으로 아시아나 유럽 시장 대비 30%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어 수익성 확보에 우수한 조건이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외국산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재인상하면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현지 공장 설립은 무역 장벽을 우회하는 확실한 수단이 된다.

입지 조건도 우수하다. 건설 부지인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은 미국 주요 철도 노선과 바로 연결되어 육상 수송이 용이하다. 미시시피강 유역을 끼고 있어 7만 톤급 파나막스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자체 항만 조성이 가능하다. 1시간 거리에 인구 83만 명의 배턴루지와 96만 명의 뉴올리언스가 위치해 인력 수급도 수월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비롯해 GM, 폭스바겐,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제조 공장들과 가까워 물류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현대제철은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조직 정비와 계약 체결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2025년 5월 북미철강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6월 루이지애나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2026년 1월 주요 주주사들의 출자를 완료했다. 이탈리아 다니엘리(Danieli), 독일 SMS 그룹과 핵심 설비 도입 계약을 맺었으며 미국 엔터지(Entergy)와 전력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피브스(Fives)와 냉연 설비 공급 협력을 약속하고 리버 패리시스 커뮤니티 칼리지(RPCC)와 손잡고 전용 인력 양성 교육 센터를 마련했다. 향후 DRP 설비에 투입되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교체해 2050년까지 수소 기반 완전 탄소중립 제철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현지 제철소 기공 소식에 증시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9월 7일 한국거래소(KRX) 장마감 기준 현대제철 주가는 전일 대비 1,000원(3.17%) 상승한 3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고가 3만 3,950원까지 치솟기도 했던 현대제철은 거래량 725,869주, 거래대금 약 236억 8,700만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시가총액은 4조 3,236억 원으로 코스피 132위 수준을 유지했으며 외국인 소진율은 15.65%(보유 주식수 20,883,693주)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1배(BPS 151,227원) 수준으로 저평가되어 있던 현대제철이 대미 관세 리스크 해소와 고수익성 북미 시장 진출을 계기로 재평가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투자의견 컨센서스는 '매수(4.00)', 목표주가는 4만 3,783원으로 제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