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더니...추미애 경기도지사 '관사' 47평에 1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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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경기도 재정 비상이라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추 지사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경기도가 도지사 관사로 12억원이 넘는 전세 아파트를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노컷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6월 도청 인근에 있는 전용면적 156㎡(약 47평) 규모 아파트를 보증금 1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해 도지사 관사로 제공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인 7월부터 해당 관사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으며, 전세보증금 등 관련 비용은 경기도 예산으로 부담했다.
논란이 된 것은 관사 계약 시점과 경기도가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시점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5일 재정 비상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5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도는 당시 재정 위기 대응을 위해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각종 업무경비를 줄이고 낭비성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직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세입 구조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후 내부 복지성 예산도 긴축 대상에 포함됐다. 전국공무원체육대회 참가비 등이 삭감됐고, 하반기 정기 인사는 조직 개편 등을 이유로 내년으로 미뤄졌다.
각 부서에는 내년도 본예산을 올해보다 줄여 편성하라는 주문도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시·군에 지원하는 도비 보조율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1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47평 규모의 도지사 관사를 마련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혜원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양평2)은 시·군에 대한 지원까지 줄이려는 상황에서 대형 평수의 도지사 관사는 현재 경기도의 재정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경기도청 직원들의 익명게시판에서도 관사 규모와 예산 집행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게시판에 과거 남경필·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자택에서 출퇴근했고, 김동연 전 지사는 자비로 전셋집을 구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재정 위기 상황에서 도 예산으로 47평 아파트를 관사로 계약한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도청 인근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전세 아파트도 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도청 바로 앞에는 전용면적 84㎡ 규모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전용 84㎡는 일반적으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면적이다.
해당 아파트는 추 지사가 입주한 아파트와 같은 해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용 84㎡ 단일 면적으로 구성된 1700세대 이상의 대단지다. 올해 6월에도 전세 실거래가 이뤄진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도지사 관사에 12억2000만원을 투입한 것과 도청 인근 84㎡ 아파트의 9억원대 전세 매물을 비교하면서 관사 규모와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관사 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정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가까운 곳에 관련 규정에 따라 관사를 얻었다”며 “계약은 이미 체결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비상상황과 관련해서는 “재정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지는 취임 이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경기도가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대규모 감액 추경과 각종 긴축 조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도지사 관사에 어느 정도 규모의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관사 계약이 재정 비상상황 선언보다 앞서 이뤄졌다는 경기도 측 설명과, 이후 실제로 공직자 업무경비와 내부 복지 예산 등을 줄이는 긴축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함께 알려지면서 관사 계약의 필요성과 규모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 지사가 경기도의 재정상태가 심각하다고 밝힌 건 지난달 5일이다.
추 지사는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께 반드시 알려야 할 경기도의 현실이 있다”며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공개했다. 그는 지방채 발행 한도를 사실상 모두 소진했고 기금까지 활용했지만 필수 사업 예산조차 충분히 편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추 지사가 이날 공개한 경기도 재정 상황은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추 지사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모두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방채 발행 한도인 9460억원의 99.6%에 해당하는 규모다. 추 지사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처럼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기금 역시 재정 부족을 메우는 데 활용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 조례를 개정해 용도가 정해진 목적기금을 통합계정을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뒤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에 옮겨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 지사는 이 과정에서 접경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조성된 남북협력기금도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시에 써야 할 자금까지 일반 예산으로 돌려 쓰면서 기금 자체가 바닥났다”고 주장했다.
지방채와 기금을 활용했음에도 올해 예산에는 추가 재원이 필요한 사업들이 적지 않다는 게 추 지사의 설명이다.
추 지사는 다수의 필수·민생사업 예산이 12개월치가 아니라 9개월치만 반영돼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간 재원이 비어 있다고 밝혔다. 노인장기요양 예산 1234억원,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 예산 10억원, 도교육청 학생 급식비 지원 584억원 등을 사례로 들었다.
추 지사는 이 같은 재정 운용에 대해 “신뢰를 말아먹은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재정 상황을 일찍 공개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가리는 사이 재정을 바로잡을 시기를 놓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추 지사는 전임 민선8기 도정의 재정 운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가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전체 예산 규모만 놓고 보면 약 41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정책적으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추 지사의 진단이었다.
한편 추 지사는 지난 3월 12일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당시 김동연 전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 등과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민주당은 예비경선을 거쳐 후보를 압축한 뒤 4월 5~7일 본경선을 진행했으며, 추 후보는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 등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추 지사는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첫 여성 광역단체장이 됐으며, 6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등을 지낸 뒤 경기도 행정을 이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