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115년 폐가가 가족 불러모았다…멀어졌던 부녀의 특별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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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1905년생 폐가 고쳐 책방으로…멀어졌던 아버지와 딸 다시 한집
90년 촌집에선 유복자로 자란 남편, 집 고치며 ‘아버지’와 ‘아들’ 얻었다

오래된 폐가를 고쳤더니 흩어졌던 가족이 다시 모였다. 또 다른 낡은 촌집에서는 아버지 없이 자란 남자가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장인어른을 아버지라 부르게 됐고, 기다리던 아들까지 품에 안았다.

8일 방송되는 EBS1 ‘건축탐구 집’에서는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편을 통해 전북 김제에 자리한 두 오래된 집을 찾아간다. 1905년에 지어진 폐가를 고쳐 책방과 가족의 보금자리로 만든 집, 90년 세월을 품은 서까래 촌집이 각각 소개된다. 낡은 집을 다시 살리는 과정에서 함께 회복된 가족들의 관계가 이번 방송의 중심이다.

1905년생 폐가에 반했다…PD였던 딸의 과감한 선택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의 주인공은 전북 김제에 있는 1905년생 집이다. 최별 씨는 한때 도시에서 방송국 PD로 일했다. 언젠가 시골집을 직접 고쳐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던 그는 인터넷에서 매물로 나온 집 한 채를 발견했다.

푸른 김제 평야 한가운데 놓인 집의 풍경을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고 결국 계약까지 진행했다. 집을 사기 전 아버지 최찬석 씨에게 따로 상의하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않았던 딸다운 결정이었다.

시골집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집을 고칠 시간을 확보하려고 회사에 시골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기획안까지 제출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집은 시간이 지나면서 책방으로 변했다.

집 안에는 별 씨가 바라던 시골생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많은 물이 들어갈 정도로 큼지막하게 만든 조적 욕조부터 사방으로 시야가 열리는 바깥 거실까지 일반적인 시골집과는 다른 공간들이 이어진다.

햇빛 가득한 거실, 그 안에 남겨둔 엄마의 자리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바깥 거실을 만나게 된다. 어두운 집에서 홀로 독립생활을 했던 자신의 20대를 위로하듯 별 씨는 새집만큼은 밝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바깥 거실과 연결된 안쪽에는 더욱 특별한 공간도 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벽장이다. 드라마 작가였던 어머니가 남긴 원고와 가족사진을 차곡차곡 보관했다.

사진 속에는 부모님과 언니, 어린 별 씨까지 네 식구가 함께했던 시절이 담겨 있다. 가족이 과거 머물렀던 시골집은 묘하게도 별 씨가 지금 고쳐 살고 있는 집과 닮아 있다.

별 씨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언니가 먼저 집을 떠났고 별 씨와 아버지만 남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주고받았고 그때 생긴 감정의 골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별 씨까지 독립하면서 부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딸이 폐가 산다니까 찾아온 아버지…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러던 중 별 씨가 폐가를 사서 시골에 살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걱정이 된 아버지는 딸이 산 집을 찾아왔다.

그런데 잠깐 둘러보고 돌아갈 것 같았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딸 곁에 머물기 시작했다. 별 씨가 내어준 방 한 칸에서 생활하며 책방을 지키는 ‘북지기’가 됐다.

원예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는 낡은 집을 묵묵히 고쳐나가는 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신 “꽃만큼은 실컷 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집 마당을 직접 돌보기 시작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꽃들이 피어났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도 호미를 들고 정원으로 향하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말리는 딸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아버지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딸의 곁에 머무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다.

아버지·딸·사위·손주까지…결국 한집으로 모였다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최근에는 집에 새로운 변화도 생겼다. 읍내에서 생활하며 책방을 오가던 별 씨가 별채를 고쳐 자신의 가족과 함께 들어온 것이다.

이제 집에는 아버지와 딸뿐 아니라 사위와 어린 손주까지 함께한다. 가족들은 넓은 현관을 지나 바라보이는 김제 평야를 마주하며 끼니를 함께한다.

한때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멀었던 아버지와 딸은 오래된 폐가를 고치는 시간을 거쳐 다시 한 공간에서 살아가게 됐다. 흩어졌던 가족을 1905년생 집 한 채가 다시 불러모은 셈이다.

90년 촌집 천장 뜯었더니…옛 서까래가 그대로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 역시 전북 김제에 있다.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마을의 오래된 촌집이다.

집주인은 최수현·이지은 씨 부부다. 수현 씨는 한겨울에도 넓은 마당에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이 집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린 시절 비슷한 시골집에서 생활한 기억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

집을 계약한 뒤에는 곧바로 쇠지렛대를 들고 천장부터 뜯었다. 오래된 집이었던 만큼 내부 상태에 대한 걱정도 컸지만 천장을 열자 약 90년의 세월을 견딘 서까래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부부는 서까래뿐 아니라 목재 천장과 아궁이 흔적 등 기존 집이 가진 요소를 최대한 남겼다. 실내 툇마루를 지나 거실에 들어서면 옛집의 시간을 보여주는 상량문도 그대로 자리한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란 남자가 그토록 집을 원한 이유

수현 씨가 유독 ‘내 집’이라는 공간에 애착을 갖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의 사연이 있다.

아버지는 수현 씨가 태어나기 두 달 전 세상을 떠났다. 큰아들을 잃은 충격을 받은 할머니는 이후 절에 들어갔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수현 씨 역시 오랜 기간 절에서 생활했다.

그런 그가 어릴 때부터 갈망했던 것이 자신의 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이 정말 그리워했던 것이 단순한 건물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한 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그 안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집을 고치는 과정에서 뜻밖의 인물이 그 빈자리에 가까이 들어왔다. 과거 인테리어업에 종사했던 아내 지은 씨의 아버지 민배 씨다.

장인과 사위가 함께 만든 부엌과 청록색 욕실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부부는 집을 고치면서 장인어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부엌과 욕실에는 그의 경험과 손길이 그대로 녹아 있다.

낮은 천장 때문에 상부장을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는 주방을 디귿자 형태로 설계해 해결했다. 세 식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수납공간도 확보했다.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지은 씨는 디자인에서도 쉽게 양보하지 않았다. 특히 작은 타일을 원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 만큼 부엌에서는 아버지와 협의해 타일 크기를 조정했지만 욕실만큼은 자신의 취향을 밀어붙였다.

결국 욕실은 짙은 청록색 작은 타일로 채워졌다. 장인과 사위가 직접 부대끼며 작업한 시간이 벽면 곳곳에 남았다.

“아버지”라 부르게 된 장인…집 고치며 가까워진 두 사람

민배 씨는 아버지 없이 자란 사위의 사정을 알고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위 역시 장인어른을 편하게 대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은 씨의 지시에 따라 두 사람이 함께 집을 고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가 조금씩 달라졌다.

무거운 자재를 옮기고 구조를 고치며 하루 종일 함께 일하다 보니 서먹함이 사라졌다. 이제 수현 씨에게 민배 씨는 거리낌 없이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집을 고친 것은 낡은 구조물뿐이 아니었다. 서로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장인과 사위의 관계도 같은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시 만들어졌다.

17년 만에 들린 아기 울음…마을 전체가 반겼다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 이야기가 있다. 지은 씨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시아버지를 위해 매년 직접 제사를 지내왔다.

그런 부부에게 간절히 바라던 아이가 찾아왔다. 아들 은우다. 은우의 탄생은 가족에게만 큰일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던 마을에서는 17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주민 모두의 경사가 됐다.

이장도 은우의 탄생을 기념해 마당에 귀한 소나무를 심어줬다. 아이는 마을 어르신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아버지 없이 자라 늘 가족과 집을 그리워했던 수현 씨는 오래된 촌집을 고치면서 자신이 ‘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을 얻었고,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러줄 아들까지 만났다.

한 집에서는 멀어진 아버지와 딸이 다시 가까워졌고, 다른 집에서는 장인과 사위가 부자처럼 가까워졌다. 오래된 집을 고치는 일이 결국 가족을 다시 잇는 과정이 된 두 집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EBS1 ‘건축탐구 집’ ‘폐가를 고쳤더니, 가족이 왔다’ 편은 9월 8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