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안된다”…주민 61.7%가 ‘교도소 유치’ 찬성한 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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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지역의 '절박한 선택'…교도소를 경제 활성화 카드로

전형적인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교도소가 충북 제천에서 지역 회생을 위한 카드로 떠올랐다. 교정 시설 건립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주민 반발에 부딪혔던 과거와 달리, 제천에서는 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유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가 이어지면서 교도소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도 달라진 셈이다.

사진은 서울남부교도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사진은 서울남부교도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제천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시민 1506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7%가 교정 시설 유치에 찬성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5%포인트다.

시민 61.7%가 찬성…50대는 67.4%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40~60대에서 찬성 여론이 특히 높았다. 50대의 찬성률이 67.4%로 가장 높았고 40대 67.3%, 60대 62.7%가 뒤를 이었다. 10대에서도 58.4%, 70대에서는 54.1%가 유치에 찬성했다.

지역별로는 청풍면의 찬성률이 71.4%로 가장 높았다. 덕산면은 70.8%, 한수면은 62.5%를 기록하는 등 제천 남부지역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두드러졌다.

시민들이 교정 시설 유치에 찬성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였다. 전체 찬성 이유 가운데 ‘지역 상권 활성화 기대’가 20.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교정 공무원과 가족 등 상주인구 증가, 지역 일자리 확대, 국가시설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매년 청년 인구가 500명씩 유출되고 지역 상가 공실률이 22%를 넘어서는 등 제천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안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왜 교도소는 전형적인 기피시설로 꼽힐까

기피 시설 교도소 / 뉴스1
기피 시설 교도소 / 뉴스1

교도소와 구치소 같은 교정 시설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작 거주지 주변에 들어서는 데에는 반대가 큰 대표적인 ‘님비 시설’로 분류돼 왔다. 수용자 도주나 출소자 관련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 면회객 등 외부인 유입에 따른 치안 우려가 가장 먼저 제기된다.

높은 담장과 감시시설이 지역 경관을 해치고 ‘교도소가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주택과 토지 가치가 떨어지거나 자녀 교육 환경, 주변 생활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입지 선정 단계부터 주민 반발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는 상당 부분 심리적 불안과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비롯된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신축 교정 시설은 폐쇄 회로(CC)TV와 감지 장비 등 보안시설을 강화하고 외관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는 추세다. 교정 시설이 들어온다고 해당 지역의 범죄가 반드시 늘거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다고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공청회에서 제시됐다.

제천의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은 38.3%로 집계됐다. 반대 이유로는 ‘범죄·치안에 대한 불안’이 32.1%로 가장 많았다. 지역 이미지 저하와 수용자 도주 등 안전사고 우려, 주변 생활환경 악화 가능성도 뒤를 이었다.

4000억원 효과 기대…실제 지역에 남을 몫은

기자회견하는 이상천 제천시장 / 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이상천 제천시장 / 연합뉴스

제천시는 교정 시설이 들어서면 건설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 4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1만여 명의 면회객이 지역을 찾고, 교정 시설 직원과 가족 등 약 800명이 제천에 정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창출 역시 지역이 기대하는 효과다.

그러나 시설 유치가 곧바로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사업비 가운데 실제로 지역 업체와 주민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한다. 교정 공무원들이 가족과 함께 제천으로 이주할지, 면회객이 도심에서 숙박하거나 식당과 관광시설을 이용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시민공청회에서도 총사업비와 지역사회에 남는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정 시설만 외곽에 세워놓으면 면회객과 직원의 소비가 도심 상권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어 교통·숙박·음식점·관광지를 잇는 구체적인 동선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7일까지 희망 마을 공모…12월 최종 부지 선정

제천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17일까지 읍면동 마을을 대상으로 ‘입지 희망 마을 공모’를 진행한다. 이후 후보지를 선별해 다음 달 12일까지 법무부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최종 부지는 오는 12월 선정될 예정이다.

비공식적으로 유치를 희망하는 마을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시는 주민 토론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적정한 사업지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교도소를 둘러싼 제천의 선택은 단순한 시설 유치 문제를 넘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도시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때 무조건 밀어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던 기피시설까지 인구와 일자리를 확보할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만큼 지역의 절박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기대한 경제효과를 현실로 만들고 주민의 안전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교정 시설이 진정한 지역 회생 카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