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없는 택시' 마침내 운행 시작... 택시요금도 혁명적인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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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사이버캡의 '운송 혁명'

운전자가 없는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대도 브레이크 페달도 없다. 승객이 차량에 올라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출발한다. 오랫동안 자율주행 업계가 그려온 장면이 실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전용 무인택시 ‘사이버캡’의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탑승은 지난 4일부터 본격화됐다. 사이버캡은 두 명이 탈 수 있는 전기차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가 기존 차량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운영해온 로보택시와 달리 처음부터 무인택시를 목적으로 만든 차량이다.

테슬라가 내놓은 사이버캡은 단순히 새로운 자동차 한 대가 아니다. 자동차를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는 전제를 없애면서 택시 산업의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승객 입장에선 운전기사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사라진 만큼 더 저렴한 이동수단을 기대할 수 있고, 테슬라 입장에선 차량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사이버캡이 대규모 운행망으로 확대될 경우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차량 호출과 운송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이번 출발은 제한적이다. 사이버캡은 현재 오스틴의 일부 지역에서만 운행되고 있다. 테슬라가 텍사스에 등록한 자율주행 차량은 약 420대이며 이 가운데 사이버캡은 45대 수준이다. 이미 수천 대의 차량을 여러 도시에서 운행하는 경쟁 업체와 비교하면 규모는 아직 작다.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그럼에도 9월 3일은 자율주행 산업에서 중요한 날짜가 됐다. 지금까지 로보택시는 대부분 기존 차량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테슬라는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차량의 구조부터 바꿨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량이 실제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단계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의미를 갖는다.

두 좌석만 남긴 자동차

사이버캡은 기존 자동차와 내부 구조부터 다르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구분할 필요가 없고 운전자가 조작할 장치도 없다. 승객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한다.

차량은 카메라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한다. 테슬라는 라이다나 레이더를 핵심 센서로 사용하는 경쟁 업체들과 달리 카메라와 신경망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사이버캡의 차체 역시 효율적인 무인 운행을 전제로 설계됐다. 탑승 인원은 두 명으로 제한된다.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는 대중교통 수단과는 다르고, 일반 승용차보다 탑승공간을 줄이는 대신 차량을 작고 가볍게 만들어 운영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테슬라가 사이버캡을 차량 호출 서비스에 투입한 것은 기존 로보택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수순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22일 오스틴에서 모델Y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에는 소수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운행을 시작했고 이후 텍사스와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사이버캡은 성격이 다르다. 기존 모델Y는 원래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이었다. 사이버캡은 애초부터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제작됐다. 따라서 테슬라가 향후 대규모 차량을 투입하려면 기존 차량의 자율주행 성능을 개선하는 것뿐 아니라 사이버캡 자체의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

테슬라는 장기적으로 사이버캡을 대량 생산하고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사이버캡의 가격을 3만 달러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사이버캡은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번 출시의 핵심은 판매가 아니라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차량을 투입하는 데 있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을 직접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다른 사업자나 차량 소유자가 자율주행 차량을 테슬라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차량을 한 대씩 판매하는 기존 자동차 산업과 달리 차량이 플랫폼에 연결된 뒤 지속적으로 승객을 태우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현실화되면 자동차의 경제적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대부분의 시간 주차돼 있지만 로보택시는 하루 동안 반복적으로 승객을 운송한다. 차량 한 대가 여러 차례 운행되면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버보다 싼 택시

가격은 사이버캡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력이다.

지난 4일 공개된 오스틴의 실제 탑승 사례에서는 약 15분 거리의 동일한 이동에서 사이버캡 요금이 9.65달러로 표시됐다. 같은 조건에서 비교된 우버 요금은 팁을 포함해 21달러였다. 단일 사례인 까닭에 평균 요금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이버캡이 기존 차량 호출 서비스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단순 비교하면 사이버캡의 요금은 해당 우버 요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운전자 비용의 차이다.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는 승객이 지불한 요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플랫폼은 차량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반면 완전 무인택시는 차량에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다. 차량의 전력비와 유지보수비, 보험료, 통신비, 감가상각비 등이 주요 비용이 된다.

테슬라가 충분한 규모의 차량을 확보하면 차량 한 대가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보다 더 긴 시간 운행할 수 있다. 운전자가 교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승객이 없는 시간에는 차량을 호출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로보택시 산업에서는 차량의 판매가격만큼이나 차량 한 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실제 영업에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테슬라가 사이버캡의 대량 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결국 차량 한 대의 운송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우버로선 새로운 경쟁자를 마주친 셈이다. 기존에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차량을 만들고 우버 같은 플랫폼이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차량과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시스템, 호출 앱을 하나의 사업 안에 결합하려 한다.

우버 역시 로보택시 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지 않다. 우버는 웨이모와 협력해 자율주행 차량을 자사 플랫폼에서 호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함께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루시드와 누로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승객을 이동시키느냐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규제 장벽도 커졌다

사이버캡의 출발과 동시에 규제 문제도 불거졌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테슬라가 사이버캡을 연방 안전기준에 맞춰 자체 인증한 절차를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페달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에 존재하는 여러 운전자용 장치를 제거한 차량이어서 기존 자동차 안전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이버캡이 적용되는 안전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기관 입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안전기준을 운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차량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문제다.

이번 조사는 사이버캡의 오스틴 운행 자체를 즉시 중단시키는 조치와는 다르다. 다만 향후 테슬라가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안전인증과 관련한 규제 문제가 중요한 변수로 남게 됐다.

테슬라에는 경쟁사보다 불리한 점도 있다. 웨이모와 죽스 역시 완전 무인차량을 운영하고 있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규제기관과 협의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테슬라는 이번 사이버캡에 대해 별도의 연방 면제를 신청하지 않고 자체 인증을 활용했다.

따라서 사이버캡의 확산 속도는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차량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느냐와 별개로 각국 정부가 운전대 없는 차량을 도로 위에 허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미국에서도 주마다 규제가 다르다. 오스틴이 있는 텍사스에서는 테슬라의 무인 운행 확대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지만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별도의 허가와 규제 절차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완전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승인 절차와 안전기준이 미국과 다르고 국가별로 실제 운행 허용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유럽에 가져간다고 해서 곧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중국은 또 다른 변수다.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이미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시험과 상용화를 도시 단위로 확대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캡이 미국에서 규모를 키울수록 중국 업체에도 생산비와 운행비를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이 저가 차량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미국 기업보다 낮은 비용의 서비스를 해외에 내놓는다면 경쟁의 중심은 기술력에서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동차 아닌 이동망 경쟁

테슬라의 목표는 결국 자동차 판매가 아니다.

자동차 한 대를 팔고 거래를 끝내는 대신 차량이 도로 위에서 계속 움직이며 돈을 벌도록 만드는 것이 로보택시 사업의 핵심이다. 사이버캡은 이 구상을 위해 만들어진 첫 번째 전용 차량이다.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 사이버캡 /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사이버캡 생산능력을 연간 12만500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이 계획대로 확대된다면 현재 수십 대 수준인 오스틴의 전용 차량이 향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테슬라가 이미 여러 차례 자율주행 사업의 확대 시점을 앞당겨 제시했다가 실제 실행이 늦어진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대규모 생산과 서비스 확대가 실제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경쟁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웨이모다. 웨이모는 미국 여러 도시에서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보다 훨씬 많은 차량과 실제 운행 경험을 축적했다.

테슬라는 대신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완성차를 직접 생산하고 전 세계에 대규모 차량 판매망을 구축했다. 여기에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면 경쟁 업체보다 훨씬 많은 차량을 빠르게 네트워크에 편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테슬라가 노리는 규모의 경제다.

현재 자동차 한 대가 개인의 이동수단이라면 앞으로는 자동차 한 대가 수많은 사람의 이동을 담당하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소유한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필요할 때 승객을 태우는 방식으로 운행된다면 도시의 차량 수요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택시업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운전자 없는 차량이 기존 택시보다 싸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승객은 가격을 기준으로 무인택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안전과 서비스 품질을 중시하는 이용자는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를 계속 이용할 수도 있다.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자율주행 택시가 대규모로 확산되면 운전기사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뿐 아니라 택시와 차량 호출 서비스 종사자가 많은 국가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관련한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처럼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량을 대규모로 상업 운행하는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축적하는 운행 데이터와 사업 모델이 성공할 경우 국내에서도 완성차 업체와 플랫폼 업체의 대응이 빨라질 수 있다.

특히 가격이 변수다.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히 안정되고 무인택시가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보다 크게 저렴해진다면 소비자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성능이 아니라 한 번의 이동에 얼마를 내느냐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사이버캡의 성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운행 차량은 아직 적고 서비스 지역도 제한돼 있다. 규제기관의 조사도 시작됐다. 악천후와 복잡한 교통상황에서의 성능, 사고 발생 때 책임 소재, 보험과 차량 유지관리 문제도 남아 있다.

사이버캡의 등장은 한국 등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적극적인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면 택시와 대리운전 등 운송업의 인력 수요부터 달라질 수 있다. 차량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호출하는 이동 서비스가 확대되면 완성차 업체와 택시 플랫폼의 경쟁 구도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테슬라처럼 차량 제조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호출 서비스를 한 데 묶는 모델이 확산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에서 언제 같은 수준의 무인택시가 운행될지는 규제와 안전성 검증에 달려 있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변화가 국내 교통산업의 미래를 앞당기는 촉매가 될 가능성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