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산터널서 차선 막고 웨딩사진 촬영했다며 욕먹은 사람입니다" 본인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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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졸업식 날 터널에서 차가 고장났을 뿐인데..."
남산3호터널에서 차선을 막고 웨딩 촬영을 했다는 이유로 '정신 나간 예비부부'로 지목돼 온라인에서 큰 비난을 받았던 당사자가 직접 해명했다. 웨딩 촬영이 아니라 차량 고장이었다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게시글 하나가 사실처럼 퍼지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당사자의 설명이다.

A씨는 최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남산3호터널 정신 나간 예비부부' 사진 속 당사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은 남산3호터널에서 웨딩 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평일 오전 남산3호터널에서 차량 고장으로 통행에 불편을 드린 점 죄송하다"며 "비상등과 안전삼각대로 조치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적었다.
당사자에 따르면 사건 당일 그는 대학원 졸업식에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는 "하필 남산3호터널 안에서 차가 고장 났다"며 "바로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고 차량 뒤쪽에서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도 출동했다. 당사자는 "누군가 '터널 안에서 웨딩 촬영을 한다'고 신고해 경찰관들이 왔고 웨딩 촬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관들과 함께 차를 밀어 터널 밖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덕분에 터널이 아닌 안전지대에서 견인차를 기다릴 수 있었다"며 "결국 차량 고장 처리를 하느라 졸업식에는 가지 못했다"고 했다.
당사자는 "그날까지만 해도 그냥 '졸업식 날 차 고장으로 터널에 갇힌 해프닝' 정도로 끝난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인터넷에서 저희는 '남산3호터널에서 차선 막고 웨딩 촬영한 정신 나간 예비부부'가 돼 있었다"고 적었다.
자신들을 향한 조롱에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15년을 만났는데 아직 '예비부부'처럼 보였다는 건 감사하다"며 "'둘이 평생 헤어지지 말라'는 말도 덕담으로 받겠다"고 했다. 다만 "나머지 (근거 없는 비난과 욕설이 섞인) 말들은 덕담으로 받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은 스레드 이용자가 올린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이 이용자는 "8월 25일 오전 남산3호터널 차선 하나를 막아두고 터널에서 웨딩 촬영하는 정신 나간 예비부부를 포착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2차로 터널 한쪽에 흰색 차량이 정차해 있고 차량 뒤쪽에 삼각뿔이 세워져 있었다. 터널 벽면 쪽에는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이 서 있었다.
작성자는 "삼각뿔이 세워져 있길래 사고가 났나 했더니 촬영차 세워놓고 촬영하더라"며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건지 똑같은 것들끼리 만나서 둘이 평생 헤어지지 말고 애는 낳지 마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이를 토대로 한 기사까지 나오면서 포털 뉴스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스레드에 블랙박스 사진 한 장과 확인되지 않은 설명이 붙으면서 커뮤니티를 돌고 기사가 만들어졌다"며 "평범하게 살던 저희 입장에서는 솔직히 꽤 당황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의 확인되지 않은 글 하나가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고 기자들이 사실 확인도 없이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조금 놀랐다"고 적었다.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A씨는 "원글과 기사 댓글에는 웨딩 촬영이 아니라면 증거를 제시하라는 말이 있었지만 왜 우리가 보험 접수 내역과 개인적인 자료까지 공개하면서 '우리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나 싶었다"고 밝혔다.
A씨는 "주변 분들이 먼저 사실관계를 알려줬고 이후 '웨딩 촬영이 아니라 차량 고장이었다'는 정정·후속 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초 게시글 작성자의 사과는 없었다. 그는 "후속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 뒤 별다른 사과 없이 원글과 계정은 사라졌다"고 전했다.
법적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사자는 "경찰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재로서는 해당 게시물만으로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적인 대응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처럼 게시하고 퍼뜨리는 것이 괜찮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악성 댓글 자체보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하나가 너무 쉽게 사실이 되고 또 그 이야기를 믿은 사람들이 별다른 확인 없이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비판받을 수 있다. 차량 고장으로 통행에 불편을 드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차량 고장으로 통행에 불편을 드린 것'과 '터널에서 차선을 막고 웨딩 촬영을 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정할 것은 정정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비슷한 일이 또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적었다.
온라인에선 응원과 사과가 이어졌다. "원글 봤는데 아무리 봐도 사진작가가 없던데 왜 그렇게 생각을 했나 이해가 안 되더라. 가짜뉴스 퍼뜨린 원글 작성자한테 사과는 받았나", "흰옷, 정장 보고 차 타고 지나가는 찰나에 웨딩 촬영이라고 못 박아버리고 ‘뻘글’을 쓴 최초 작성자 꼭 찾아내서 크게 혼내달라", "처음에 원글만 보고 오해했다. 죄송하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 퍼온 기사를 보고 ‘저러면 안 된다. 외국으로 보내고 싶다’는 글을 썼던 사람이다"라며 "인터넷 언론에 올라온 기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경솔하게 비난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진위 여부를 신중히 알아보고 댓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애초 게시글 내용에 의문을 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셀프 웨딩 촬영이나 업체 웨딩 촬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원글 사진만 봐도 이상한 걸 알았을 것"이라며 "운전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터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누군가 사실 확인 없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저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의심한 사람도 많았다는 걸 꼭 알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