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브라스 254억달러 수주잔고, 오픈AI 계약이 매출의 32%까지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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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라스, 2분기 잔여계약의무 254억 달러 공개
오픈AI 750메가와트 계약이 백로그 대부분 차지

세레브라스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세레브라스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스(Cerebras Systems)가 8월 중순 내놓은 2분기 실적에서 진짜 화제는 매출표가 아니라 254억 달러(약 34조 3,000억원, 1달러 1,350원 기준)에 달하는 잔여계약의무(RPO·수주잔고)였다. 이는 회사가 2026년 한 해 예상하는 매출의 약 29배에 이르는 규모다. 세레브라스는 2분기 조정 매출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억 99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추론 클라우드 사업은 거의 4배 성장했다. 회사는 연간 조정 매출 전망치도 8억 8,000만~8억 9,000만 달러로 상향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백로그 숫자를 뜯어보면 답은 하나의 계약, 바로 오픈AI(OpenAI)와의 마스터 관계 계약(master relationship agreement)으로 향한다.

254억 달러 백로그, 오픈AI 계약이 대부분 채웠다

세레브라스는 지난해 12월 오픈AI와 마스터 관계 계약을 맺었다. 오픈AI는 이 계약으로 AI 추론(inference)용 컴퓨팅 용량 750메가와트를 구매하기로 약정했고, 세레브라스는 이 계약 가치를 200억 달러(약 27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오픈AI는 2030년 말까지 추가로 1.25기가와트 용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갖고 있다.

세레브라스의 RPO는 2025년 말 246억 달러에서 2026년 3월 250억 달러, 6월 254억 달러로 늘었다. 상반기 증가폭은 약 3%에 그쳤고, 대부분은 이미 2026년 이전에 계약서에 반영된 물량이었다. 세레브라스는 최근 분기보고서에서 이 잔액 중 상당 부분이 오픈AI 계약에서 발생한 의무라고 밝혔다. 2분기에는 이 계약과 관련해 5,680만 달러의 매출을 인식했는데, 일반회계기준(GAAP) 매출 1억 8,010만 달러의 약 32%에 해당한다. GAAP 매출 자체는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백로그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는 느리다 / AI 생성 이미지
백로그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는 느리다 / AI 생성 이미지

백로그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는 느리다

254억 달러라는 숫자가 당장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세레브라스는 2028년 6월 30일까지 24개월 동안 전체 백로그의 약 22%, 약 56억 달러만 매출로 인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25개월째부터 48개월째까지 43%가 추가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그 이후로 넘어간다. 이 일정은 고객 요청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단기 전환 비율이 예상보다 올라갔다는 것이다. 2025년 말 세레브라스는 2027년까지 24개월 동안 전체 잔고의 약 15%가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신 전망은 22%로 높아졌다. 다만 이번 기준 기간은 6개월 더 길게 잡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전환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세레브라스가 판 것을 아직 다 짓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오픈AI용 용량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며, 세레브라스는 2027년 말까지 인도할 데이터센터 용량 600메가와트 이상이 이미 가동 중이거나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제조 용량도 2026년 중 10배 이상 늘어날 계획이다. 세레브라스는 최근 핀란드에 165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새로 발표했고, 오픈AI는 이 구축 자금을 대비 위해 1월 세레브라스에 10억 달러(약 1조 3,500억원) 규모 운전자금 대출까지 내줬다.

고객 집중 리스크,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소수 고객에 대한 매출 의존은 세레브라스에 낯선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한 해 매출 기준으로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인공지능대학교(Mohamed bin Zayed University of Artificial Intelligence)가 62%, 그룹42(Group 42)가 24%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매출 비중이지 백로그 비중은 아니다. 2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는데,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 3곳이 합쳐서 전체 매출의 76%를 차지했다. 세레브라스는 254억 달러 백로그 중 오픈AI 몫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소수의 구매자가 대부분의 물량을 사들이고 있는 구조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남은 변수

이 집중도는 주가 평가와도 맞물린다. 미국 매체 풀닷컴(Fool.com)에 따르면 기사 작성 시점 기준 세레브라스 주가는 215달러 안팎으로, 52주 최고가 386.34달러에서 약 44% 내린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약 510억 달러(약 68조 8,500억원)로, 올해 예상 조정 매출의 약 58배에 해당한다. 세레브라스는 아직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회사다. 경영진 계획대로 2027년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난다 해도, 그 시점 예상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약 19배 수준의 주가로 거래된다.

계약 상대인 오픈AI 역시 재무 부담이 가볍지 않다. 오픈AI는 최근 현직·퇴직 직원 지분 70억 달러어치를 8,520억 달러 기업가치로 되사들였고, 1조 달러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AI의 순손실은 올해 1분기 93억 달러에서 2분기 123억 달러로 늘었다. 세레브라스가 확보한 254억 달러 백로그의 상당 부분이 이런 오픈AI의 지출 계획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세레브라스의 사업 자체는 순항 중이다. 조정 총마진은 1년 전보다 약 9%포인트 개선됐고, 5월 기업공개(IPO) 이후 보유한 현금 및 투자자산은 약 86억 달러(약 11조 6,100억원)에 달한다. 풀닷컴은 이 백로그를 두고 “압도적인 수요의 증거이자 세레브라스를 계속 주시해야 할 근거”라면서도 “오픈AI발 매출이 몇 개 분기 더 늘어나는 것을 확인한 뒤 지금 가격에 투자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