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프로젝트 제니스’, 개발자용 윈도우11에 540만 원짜리 기기만 지원

작성일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전용 윈도우11 ‘프로젝트 제니스’ 공개
64GB 이상 메모리 기기 대상, AI 모델 로컬 무제한 구동 지원

윈도우11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윈도우11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자를 위한 새로운 윈도우11 경험 ‘프로젝트 제니스(Project Zenith)’를 공개했다. 개발자가 새 PC를 켠 즉시 코딩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구와 설정을 미리 갖춰놓은 “준비된, 방해받지 않는(ready-to-code distraction-free)” 윈도우 버전이다. 빌드 2026(Build 2026) 행사에서 일부 기능이 예고된 바 있었지만, 구체적인 프로젝트명과 세부 내용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최소 64GB 이상의 통합 메모리와 초당 250GB 이상의 메모리 대역폭을 갖춘 ‘개발자급 기기’에서만 지원되며, AMD의 라이젠 AI 할로(Ryzen AI Halo) 기기에 가장 먼저 탑재된다.

개발 환경 통째로 세팅…선호 도구 사전 설치

프로젝트 제니스의 핵심은 개발자가 새 PC마다 반복하던 설정 작업을 없애는 데 있다. 윈도우센트럴(Windows Central)에 따르면 윈도우 터미널과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가 기본적으로 작업표시줄에 고정된다. 더 버지(The Verge) 보도를 인용해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 파워토이즈(PowerToys), 윈앱CLI(WinAppCLI), 윈도우 개발자 스킬(Windows Dev Skills)도 함께 미리 설치된다고 전했다.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더 상세한 목록을 소개했다.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 깃허브 코파일럿, 파워토이즈, 윈앱CLI, 윈도우 개발자 스킬 외에도 인텔리전트 터미널, 파워셸(PowerShell) 7, 깃(Git), 깃허브 CLI, 애저CLI(AzureCLI), 코어 유틸(Core Utils), 오마이포시(Oh My Posh), 파이썬(Python) 3.14 이상, uv, NVM, 노드(Node) 24 이상, WSL 2 이상의 우분투(Ubuntu), .NET 10이 함께 들어간다. 파일 탐색기 설정도 개발자 친화적으로 바뀐다. 파일 확장자와 숨김 파일이 기본 표시되고, 제목 표시줄에 전체 경로가 나타난다. 윈도우센트럴은 이런 옵션이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여러 앱을 설치하고 설정을 일일이 조정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짚었다.

AMD 라이젠 AI 할로에서 첫걸음…문턱은 여전히 높다 / AI 생성 이미지
AMD 라이젠 AI 할로에서 첫걸음…문턱은 여전히 높다 / AI 생성 이미지

AMD 라이젠 AI 할로에서 첫걸음…문턱은 여전히 높다

프로젝트 제니스는 AMD의 라이젠 AI 할로 기기에 가장 먼저 적용된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이 기기는 엔비디아 DGX 스파크(Nvidia DGX Spark)에 대응하는 AMD의 미니 데스크톱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OEM과 다른 실리콘 파트너의 기기로도 앞으로 몇 달에 걸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요구 사양이다. ‘개발자급 기기’로 분류되려면 최소 64GB 이상 통합 메모리와 초당 250GB 이상 메모리 대역폭이 필요하다. 톰스하드웨어가 소개한 라이젠 AI 할로 기준 모델은 AMD 라이젠 AI 맥스+ 395(Ryzen AI Max+ 395) 프로세서에 128GB LPDDR5x-8000 램, 2TB SSD, 통합형 라데온(Radeon) 8060S 그래픽을 탑재했다. 마이크로센터(Micro Center) 판매가는 3,999.99달러(약 540만 원, 1달러 1,349원 기준)에 달한다. 엔가젯(Engadget)은 이런 고가 하드웨어 제한을 지적하며, 램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램마겟돈(RAMaggedon)’ 시기에 64GB 메모리를 요구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엔가젯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OpenAI)의 협력을 비롯한 회사의 전반적 AI 확장 전략이 메모리 가격 급등의 큰 원인이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AI 토큰 위기 속 “로컬 구동이 해법”

톰스하드웨어는 프로젝트 제니스를 마이크로소프트의 ‘토큰 위기’ 대응책으로 풀이했다. AI 에이전트가 일반 AI 대비 최대 1000배 많은 토큰을 소비하면서 클라우드 이용 비용이 치솟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제니스가 지원되는 기기는 300억(30B) 개 이상 파라미터를 지닌 모델을 로컬에서 토큰 사용량 제한 없이(제한 없이 구동할 수 있다. 최상위 프론티어 모델은 여전히 클라우드에서 돌리더라도, 나머지 작업을 로컬 기기로 옮겨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플랫폼 담당 부사장(CVP) 로건 에이어(Logan Ayer)는 엔가젯에 프로젝트 제니스가 “개발자가 300억 개 이상 파라미터 모델을 로컬에서, 토큰 제한 없이 구동”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 글에서 “프로젝트 제니스는 하나의 워크플로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며 “원하는 도구·언어·프레임워크를 자유롭게 구성하고 확장할 수 있다. 다만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설정과 도구로 시작해, 새 기기가 워크플로 가속에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출발선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개발과 실행 보안도 강화했다. 운영체제 차원의 신원 인증(OS-enforced identity), 마이크로소프트 실행 컨테이너(Microsoft Execution Containers, MXC)를 통한 격리, 기업용 관리 기능을 함께 적용해 에이전트를 더 안전하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용도별로 나뉘는 윈도우11, 남은 숙제는

윈도우센트럴은 프로젝트 제니스를 윈도우11이 사용 목적별로 세분화되는 흐름의 하나로 평가했다. 이미 엑스박스 모드(Xbox Mode)가 게임용으로 최적화된 윈도우11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개발자를 위한 프로젝트 제니스가 그 뒤를 잇는다는 것이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한 앱이나 설정이 개발자에게는 필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용도에 맞춘 접근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엔가젯은 저렴한 인디 개발자용 기기가 배제된 점을 문제로 짚었다. 깔끔한 버전의 윈도우를 원하는 개발자가 많겠지만, 64GB 메모리 요구 사양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톰스하드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프로젝트 제니스를 별도 구매·설치 가능한 형태로 확장하더라도, 메모리 요구 사양 자체는 여전히 큰 걸림돌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가젯은 이를 두고 올해 초 코파일럿 AI 강제 통합을 없앤 조치처럼 윈도우11을 덜 번잡하게 만들려는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