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한도 초과” 어젯밤 달리던 서울 지하철 1호선, 불이 꺼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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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위를 달리는 지하철, 객실 소등으로 불꽃축제를 더 선명하게
기관사의 낭만적 배려, 전동차가 특별한 관람석으로 변하다
“올해도 여러분께 좋은 추억을 드리고자 저희 열차 소등하겠습니다.”

어젯밤 한강 위를 달리던 서울 지하철 1호선 객실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정전이나 고장이 아니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기관사가 승객들에게 건넨 뜻밖의 선물이었다.
어두워진 객실 창문 너머로 오색 불꽃이 모습을 드러내자 평범했던 전동차 안은 순식간에 특별한 관람석으로 변했다.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탄성을 터뜨렸고, 짧은 불꽃 관람이 끝난 뒤에는 기관사를 향한 박수가 객실을 가득 채웠다.
달리던 지하철 불이 꺼진 뜻밖의 이유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이 열렸다. 같은 시간 지하철 안에서 불꽃축제를 관람한 시민들의 영상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며 화제를 모았다.

영상 대부분은 지하철 1호선 열차가 한강철교를 건너는 용산∼노량진 구간에서 촬영됐다. 이 구간에 들어선 기관사는 승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며 객실 조명을 끄겠다고 안내했다.
조명이 사라지자 유리창에 비치던 객실 내부 모습이 옅어지고, 한강 위에서 터지는 불꽃이 한층 또렷하게 드러났다. 열차는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한강을 지났다. 승객들은 창밖을 가득 채운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곳곳에서 “우와”라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환호했고, 일부 승객은 “기관사님 멋쟁이”라고 외쳤다. 짧은 관람을 마치고 객실 조명이 다시 켜지자 이번에는 기관사를 향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문으로만 듣던 소등”…승객들이 전한 현장
당시 열차에 탑승했던 시민들은 SNS를 통해 특별했던 순간을 공유했다.
한 승객은 “올해 불꽃축제는 지하철 위에서 보게 됐는데, 소문으로만 들었던 지하철 소등까지 경험해서 진짜 낭만 치사량”이라고 적었다. 이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불꽃이 터질 때마다 모두가 환호하고, 끝나고 다시 불을 켜주시니까 터졌던 박수까지”라며 당시 객실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해당 영상을 올리며 “낭만 있는 기관사님을 만나면 생기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용산∼노량진을 달리는 지하철 1호선을 타면 창밖으로 불꽃축제를 관람할 수 있다”며 “불꽃이 보이는 구간에서는 천천히 달리고, 낭만 있는 기관사님을 만나면 객실 소등까지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저도 10여 년 전에 탄 적 있다. 너무 낭만적이다”, “멋진 기관사님, 낭만 100%”, “불꽃축제를 보라고 안내해주는 기관사님이 너무 따뜻하다”,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낭만 한도 초과”, “진짜 너무 황홀했다”,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지하철 타고 가다가 여의도 불꽃축제 봤어ㅜㅜ
— 팡 (@dailaihaoyun_) September 5, 2026
불도 꺼주셔서 진짜 잘 보였어🥹🥹
너무 낭만있다… pic.twitter.com/thdfRGc5pJ
수많은 시민이 같은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던 전동차는 기관사의 짧은 안내와 배려로 모두가 함께 불꽃을 바라보는 공간이 됐다. 승객들이 촬영한 영상에는 화려한 불꽃뿐 아니라 한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는 객실 풍경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소등 두고 민원 우려도…“이 낭만 사라질까 걱정”
훈훈한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댓글에서는 객실 조명을 끄는 일을 두고 일부 승객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전이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소등을 불편하게 느끼는 승객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많은 누리꾼은 짧은 시간 불꽃을 잘 볼 수 있도록 한 배려까지 민원 대상이 되는 현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원이 이어지면 내년이나 후년에는 이 같은 경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관사의 안내로 객실 조명이 잠시 꺼지고 승객들이 함께 불꽃을 감상하는 장면을 더는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소등 여부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날 영상을 접한 상당수 누리꾼은 기관사의 배려와 승객들의 박수가 어우러진 순간에 “낭만적”이라는 반응을 보냈다.
100만명 함께한 서울세계불꽃축제

㈜한화는 130억 원을 투입해 개최한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고 6일 밝혔다. 전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는 약 100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국가유공자 등 보훈가족 300여 명도 초청됐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축제에는 한국과 미국, 영국의 대표 불꽃팀이 참가했다. 원효대교를 활용한 ‘타워 불꽃’과 한강 상공 양쪽에서 불꽃이 대칭적으로 펼쳐지는 ‘데칼코마니’가 주요 관전 요소로 등장했다.
한국팀인 ㈜한화는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 맞춰 ‘The Starry Night(별이 빛나는 밤)-빛의 퍼즐’을 주제로 불꽃쇼를 펼쳤다. 불안과 설렘,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등 흩어진 감정의 조각이 하나의 빛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밤하늘에 그려냈다.

행사장에는 한화 임직원 봉사단 1200여 명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5000여 명의 안전관리·질서유지 인력이 배치됐다. 안전관리에는 지난해보다 약 17% 늘어난 45억 원이 투입됐다.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 서울경찰청 등 유관기관은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실시간 인파 밀집도를 측정하는 스마트앱 ‘오렌지 세이프티’와 KT의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한 CCTV 통합관제 시스템도 운영됐다.
㈜한화는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0분 천천히’ 캠페인을 진행했다. 축제가 끝난 뒤에는 한화 임직원 봉사단이 밤늦게까지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의 쓰레기를 치우고 행사장을 정리하는 ‘클린 캠페인’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