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자폐 아들 27년 돌봤던 '피터팬 아빠', 하늘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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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아들을 27년 동안 키우는 것 같았다”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27년간 홀로 돌보며 ‘피터팬 아빠’로 알려진 전경철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는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 작가의 부고를 전했다. 정 대표는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56분, 전경철 피터팬 아빠가 먼 길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장례는 평소의 뜻에 따라 무빈소 장례로 치르기로 했다”며 “현재는 병원에 안치돼 있으며 빈소는 별도로 설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빈소 장례는 별도의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27년간 홀로 아들 돌본 ‘피터팬 아빠’
전 작가는 성인이 된 아들 제원 씨를 오랜 기간 홀로 돌봐온 아버지다. 제원 씨는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며 사회성 연령은 2.3세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 작가는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상생활 전반을 세심하게 보살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글로 기록했고,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인 ‘피터팬’에 빗대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그가 브런치에 연재한 글은 독자들의 후원과 응원을 받았고 이후 에세이 ‘안녕, 피터팬’으로 출간됐다. 책을 통해 27년간 아들과 함께 살아온 경험과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의 일상을 알렸다.
전 작가의 사연은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당시 전 작가는 자신이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기대 여명이 약 6개월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자신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게 될 아들을 걱정하며 아들이 지낼 시설을 찾아 나섰다.

“두 살배기 아이 키우는 것 같았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5회에도 전 작가가 ‘피터팬 아빠’로 출연했다. 방송에서 그는 성인이 된 아들의 외모와 실제 사회성 발달 수준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설명했다.
전 작가는 당시 “아들이 잘생기고 건장한 청년이지만 정신 연령은 2.3세”라고 말했다. 이어 27년 동안의 생활에 대해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전 작가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치료하지 않으면 6개월 정도밖에 살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들이 살아갈 곳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들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는 방송에서 약 1000곳의 시설을 찾아갔지만 받아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결국 의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겠다고 호소했고, 이후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아들과 함께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전 작가는 오랜 돌봄의 시간을 단순한 희생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며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도 행복을 얻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특히 27년 만에 아들과 함께 캠핑을 떠난 이야기를 공개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들을 시설에 보낸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떠난 캠핑에서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전 작가는 아들이 자신을 언젠가 잊더라도 따뜻한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아들이 훗날 자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바라보면 따뜻했고 맛있는 것을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정도로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보다 아들이 자신의 삶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간암은 어떤 병인가
고인이 생전 앓았던 간암은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간세포암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 간경변증, 알코올성 간질환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비만과 당뇨 등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만성적인 간 손상이 반복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B형·C형 간염이나 과도한 음주 등으로 간세포가 지속적으로 손상되고 재생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고, 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간경변증은 간이 장기간 손상을 받아 정상적인 조직이 딱딱한 섬유성 조직으로 바뀌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사람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간암이 진행하면서 오른쪽 윗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황달, 식욕부진,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정기검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개수, 발생 위치뿐 아니라 환자의 간 기능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수술로 암이 발생한 부위를 잘라내는 간 절제술이나 간이식이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며, 환자 상태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고주파 열치료, 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 치료 등이 시행될 수 있다. 간암은 암 자체뿐 아니라 기존 간 기능 상태가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 특징이다.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암 위험을 높이는 만성 간염을 관리하고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B형·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간암 위험이 높은 질환을 가진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생긴 뒤 검사를 받기보다 위험요인을 관리하면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꿈은 ‘네버랜드’ 공동체
전 작가가 생전에 품었던 또 다른 목표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가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제원 씨뿐 아니라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24시간 돌봄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 ‘네버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원과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일컫는다. 전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동시에 다른 중증 발달장애인들도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세와 관련 수익을 재단에 귀속하고 전국에 자립생활 공동체를 세우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네버랜드’는 이러한 구상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장기간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전 작가의 뜻이 담겼다.
전 작가는 생전 방송과 글을 통해 27년간 아들과 살아온 이야기를 꾸준히 알렸다. 자신의 건강이 악화된 뒤에는 아들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시설을 알아보고 공동체를 구상하는 등 자신이 없는 이후의 삶을 고민해왔다.
정 대표에 따르면 전 작가의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장례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