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야구장 지켜온 '치맥'의 배신… 야구장 포장·배달 주문 1위 차지한 '의외의 메뉴'
작성일
치킨 왕좌 끝내고 육회·물회가 야구장 먹거리 1위 차지
야구장 관람 문화 변화, 2030세대 중심 프리미엄 푸드 선호 확산
프로야구 경기장의 배달 음식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오랜 세월 야구장 먹거리의 절대 강자였던 치킨이 뒷전으로 밀리고, 시원한 물회와 육회 같은 신선식품이 그 자리를 꿰찼다.

육회·물회가 치킨 제치고 1위…소셜 언급량도 역전
6일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 따르면 올해 야구장 포장·배달 메뉴 주문 점유율 1위는 '물회·육회세트'(26.9%)가 차지했다. 2위는 '고추튀김'(11.2%)이었고, 야구장 대표 메뉴로 꼽히던 '치킨'(10.5%)은 3위로 밀려났다. 무더운 성수기 시즌,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물회·육회세트가 야구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셜미디어 언급량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요기요가 올해 야구장 음식 관련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구 음식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메뉴 1위 역시 전통 강자 치킨을 제치고 '육회·육회바른연어'가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야구장 먹거리를 대표해온 '치맥(치킨+맥주)'의 왕좌가 흔들리고, 한층 다양해진 이색 메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요기요는 이런 변화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야구장 관람 문화의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름진 음식 대신 야외에서도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 인증사진을 남기기 좋은 신선식품이나 고품질 미식이 야구장 인기 메뉴로 급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 주문 37.3%↑…줄 서지 않고 좌석에서 받는다
인기 매장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람 행태도 한층 똑똑해졌다.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음식을 편하게 즐기려는 팬들이 늘면서 스마트 주문 서비스 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야구장 내 요기요 포장·배달 이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3% 늘었다. 요기요는 SSG 랜더스필드(인천)와 키움 고척스카이돔(서울) 등 주요 구장에서 포장 주문 및 좌석 배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관람객들은 음식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번거로움 없이, 응원하는 좌석이나 가까운 수령존에서 음식을 받아볼 수 있어 현장 만족도가 높다고 요기요는 소개했다.
대구는 삼겹살·국수, 광주는 크림새우·떡갈비…구장마다 시그니처
이런 변화는 특정 구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 구장은 지역 특색을 살린 이른바 '시그니처 메뉴'로 경쟁하고 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삼겹살과 국수를 함께 즐기는 조합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크림새우와 떡갈비 등을 활용한 퓨전식 메뉴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막걸리 슬러시나 스테이크처럼 기존 야구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메뉴까지 등장했고, 추로스와 솜사탕 등 아이들을 겨냥한 디저트류도 선택지를 넓혔다. 이렇게 구장별 시그니처 먹거리와 주변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이른바 '야푸족(야구장푸드족)'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경기 결과 못지않게 "오늘 야구장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구장 안 먹거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올 시즌 최소경기 최다관중…구장 주변 외식업 매출도 동반 상승
이런 먹거리 변화의 배경에는 KBO리그의 폭발적인 흥행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리그는 개막 222경기 만에 누적 관중 403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소 경기 400만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이런 흥행 속도라면 역대 최다 매진 기록 경신도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가 홈 매진 45경기로 가장 많은 만원 관중을 모았고, 삼성이 42경기로 뒤를 이었다. 원정 매진 최다 팀은 KIA(49경기), 롯데(42경기) 순이었다. 이런 흥행은 구장 밖 상권에도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일평균 관중 수가 전년보다 13.7% 늘었는데, 같은 기간 경기장 인근 외식업장의 일평균 매출은 홈경기가 열리는 날 평균 7.13% 더 높게 나타났다. 야구장이 단순히 스포츠를 관람하는 공간을 넘어, 다채로운 먹거리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미식·문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기요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치맥 공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에 맞춘 다채로운 '야푸(야구푸드)'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는 모습이라며, 응원의 열기와 고급화한 미식을 동시에 만끽하는 새로운 관람 문화가 한국 야구의 역대급 흥행을 이끄는 주요 동력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