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공을 보며 반성한다는 글에서조차... 뭔가 좀 황당한 '일본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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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실패 분석 사례에서도 드러난 '오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세계 무대를 점령한 지는 이미 오래다. K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모두 알 정도로 세계적인 그룹이다. 넷플릭스에서 미국 작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콘텐츠 역시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등 한국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를 아무리 봐도 도무지 정이 안 간다는 사람조차 이 흐름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정반대의 풍경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 펼쳐진다. 자국 문화를 세계에 내다 팔겠다며 국가가 만든 펀드가 540억 엔을 허공에 태워버렸다. 이 극명한 대비를 정면으로 파헤친 기사가 일본 경제 전문 매체 IT미디어 비즈니스 온라인에 실렸다. 제목부터 뼈아프다. '왜 한국은 세계에서 히트를 연발하고, 일본은 540억 엔을 녹였나 - 쿨재팬의 오산'. 필자는 구보타 마사키(窪田順生) 칼럼니스트다. 무려 6개 면에 걸쳐 쿨재팬 정책의 실패를 낱낱이 해부했다. 한국의 성공을 앞세워 일본의 대실패를 되묻는 구성이다.

구보타 칼럼니스트는 첫머리부터 한국을 정면에 세웠다. 한국 드라마를 아무리 해도 좋아할 수 없다는 사람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한국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출'을 국책으로 밀어붙여 이른바 '쿨코리아'를 성공시켰다는 진단이다. 영국 조사기관 앰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의 분석도 근거로 들었다. 넷플릭스에서 미국 작품 다음으로 많이 시청되는 것이 한국 드라마라는 내용이다.

문제의 주인공은 관민 펀드 '쿨재팬 기구'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음식 문화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며 2013년 세워진 조직이다. 그동안 투입된 공적 자금만 1300억 엔에 가깝다. 그런데 이 기구의 누적 적자가 약 540억 엔까지 불어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엔터테인먼트·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략 2026'을 지난달 20일 공표했다. 이 전략의 좌장에는 쿨재팬 정책에 오래 관여해온 나카무라 이치야 전 관료가 앉았다. 이를 계기로 과거 쿨재팬 정책의 '참패'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의 해외 매출은 약 6조 엔에 이른다. 최근 10년 새 3.8배로 불어난 규모다. 이제는 자동차 산업 다음가는 덩치이자 반도체에 맞먹는 수준이다.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펀드가 어째서 540억 엔이나 날렸을까. 구보타 칼럼니스트가 던진 물음이다.

애니메이션과 무관한 곳에 쏟아부은 돈

투자처를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가장 큰 돈이 흘러간 곳은 바이오 섬유 벤처 '스파이버(Spiber)'다.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에 자리한 이 회사에 무려 140억 엔이 들어갔다. 일본발 차세대 섬유 소재의 개발과 실용화가 목표였다. 결말은 약 360억 엔의 부채를 떠안은 청산이었다. 기사는 이 회사가 2026년 4월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창업자의 장녀 가와나 마야가 대표를 맡은 기업으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80억 엔이 투입된 곳은 도쿄 미나토구의 주식회사 '카타나(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을 대성공으로 이끈 것으로 유명한 모리오카 쓰요시(森岡毅)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손댄 '이머시브 포트 도쿄'는 개장 약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야심 차게 벌인 '정글리아 오키나와' 역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31억 엔은 교육 플랫폼 사업 '러프앤피스 마더'로 갔다. 요시모토흥업과 NTT가 도쿄 신주쿠구에서 함께 벌인 사업이다. 유료 회원이 좀처럼 늘지 않아 사실상 실패로 보도됐다.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해외 진출을 명분으로 내걸고 정작 무관한 회사들에 돈을 뿌렸다는 의문이 절로 나온다. 물론 콘텐츠 자체를 지원한 사례가 아예 없지는 않다. 대표적인 것이 TV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이다. 이 작품의 단독 제작을 위해 자금 조달을 도운 '재팬 콘텐츠 팩토리'가 그런 경우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흔히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제작사와 창작자의 입지를 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을 오래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원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다만 이런 성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의 돈은 콘텐츠와 직접 상관없는 분야로 새어 나갔다. 그 다수가 크게 무너졌다.

'선택과 집중'의 한국, '나눠주기'의 일본

구보타 칼럼니스트는 이 대목에서 다시 한국을 불러낸다. 쿨재팬 기구의 투자가 '비정상적 국책'임은 '쿨코리아'와 견주면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분야에 화력을 몰아넣는 '집중 투자'를 택했다. 세계에서 통할 인재와 기업을 키우도록 국가가 뒷받침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성적표라고 필자는 본다. 방탄소년단과 르세라핌을 거느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 넷플릭스에서 세계적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는 아시아 최대급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국가 브랜드 전략은 통상 이길 만한 분야를 골라 자원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으로 굴러간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펀드는 바이오 벤처, 교육 콘텐츠, 중국의 상업 시설, 중고 일본차 판매, 테마파크까지 온갖 분야로 흩어졌다. 구보타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쿨재팬이 아니라 '바라마키(나눠주기) 재팬'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구보타 칼럼니스트는 나눠주기의 미궁을 풀 열쇠를 다시 스파이버에서 찾는다. 학력 경쟁을 뚫고 올라온 엘리트 관료들, 투자와 금융의 전문가들이 모인 기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는 물음이다. 스파이버는 석유 같은 화석 자원에 기대지 않는 소재로 주목받은 곳이다. 식물에서 뽑아낸 당류 등을 주원료로 삼는 구조 단백질 소재 '브루드 프로틴(Brewed Protein)'이 대표작이다. 더 노스페이스, 골드윈 같은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니트와 아우터 등 양산 제품을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 회사가 애니메이션도, 만화도, 음식도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펀드가 초고위험 첨단 바이오 소재에 거액을 몰아넣은 셈이다.

‘가전과 영화가 걸은 길 밟나’ 일본이 떠는 이유

일본이 이 문제에 유독 예민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구보타 칼럼니스트가 기사 곳곳에 깔아둔 감정은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다. 기술도 품질도 '아래'라고 얕봤던 상대에게 어느 순간 따라잡히는 악몽이다. 일본은 그 악몽을 이미 두 번 맛봤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백색 가전이 경쟁국에 자리를 내줬다. 자국 영화도 힘을 잃은 지 오래다. 구보타 칼럼니스트는 백색 가전과 자국 영화가 그랬듯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도 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불안을 정면으로 꺼냈다.

이 불안이 엄살이 아닌 근거는 숫자에 있다. 일본 콘텐츠 산업의 해외 매출은 약 6조 엔이다. 자동차 다음, 반도체에 맞먹는 규모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지금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몇 안 되는 성장 기둥이다. 그 기둥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며 만든 펀드가 정작 콘텐츠 아닌 곳에 돈을 붓다 540억 엔을 잃었다. 잘나가는 산업과 헛발질하는 국책 사이의 간극이 위기감을 키운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바로 옆에 있는 나라 한국의 성공은 그 위기감을 더 헤집는다. 일본이 엉뚱한 사업에 자금을 흩뿌리는 동안, 한국에서는 하이브와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세계적 기업이 쏟아졌다. 넷플릭스 상위권을 한국 드라마가 채우는 현실은 일본에 자극이자 초조함이다.

쿨재팬 기구를 둘러싼 뒷정리는 이미 시작됐다. 세 차례나 계획을 달성하지 못한 이 기구를 두고 일본 정부는 폐지와 통합까지 포함한 검토에 들어갔다. 실패를 이끈 인사들이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새 국책의 자리를 다시 꿰찬다는 비판도 일본 안에서 터져 나온다. 나카무라 전 관료의 좌장 취임에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는 이유다.

일본 정부의 결론은 연내에 나온다. 경제산업성은 유식자 회의를 꾸려 기구의 통폐합 여부를 올해 안에 매듭짓기로 했다.

실패에서 교훈 찾는다더니... 그 교훈마저도 착각?

다만 구보타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성공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중요한 오류가 있다. 한국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국가적 지원을 해왔다는 사실과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이 정부의 '선택과 집중'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사실이지만 후자는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에 가깝다.

한국 정부가 문화산업을 정책 대상으로 삼은 것은 맞다. 1990년대 중반부터 문화산업을 제조업에 준하는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됐다. 김대중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영화산업을 지원했고 영화진흥과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콘텐츠 제작과 수출, 인력 양성, 해외 진출 등을 지원했다. 한국의 콘텐츠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방탄소년단(BTS) / BTS 인스타그램
방탄소년단(BTS) / BTS 인스타그램

그러나 여기서 '정부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정부가 세계적인 콘텐츠를 골라내 집중 투자했다'는 이야기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의 콘텐츠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과정에서 정부가 BTS나 특정 드라마, 특정 제작사를 선정해 세계적인 성공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90년대 한국 영화의 변화를 보면 민간 자본과 기업의 역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뛰어들었고 창업투자회사와 금융자본이 제작비를 공급했다. 전문 프로듀서가 등장하고 기획·제작·배급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정부가 직접 만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1990년대 초 한국 영화의 극장 점유율은 15%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투캅스' '은행나무 침대' '접속' 같은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고, 1996년 이후 창업투자회사의 자금이 영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의 영상전문 투자조합이 등장했고 이후 벤처자본과 투자조합이 영화 제작비를 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정부 예산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민간 자본이 위험을 감수하고 콘텐츠에 투자하면서 형성된 측면이 컸다.

K팝의 성장 과정은 이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초기 한류의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정부가 특정 가수를 선정해 육성한 것이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같은 민간 기획사였다. 특히 중국에서 초기 한국 대중음악 붐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한 연구는 당시 한류 확산이 정부보다 민간 기획사의 노력에 더 크게 기인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이후 성공이 나타난 뒤 지원을 확대했지만 음악의 제작과 기획에는 비교적 적게 개입했고 민간 기획사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가 어느 시점에 특정 드라마를 골라 해외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방식으로 한류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겨울연가'를 비롯한 초기 한류 드라마의 성공은 제작사와 방송사, 배우, 작가, 연출자 등이 만든 개별 콘텐츠의 경쟁력과 해외 유통 과정에서 나타났다. 이후 한류가 이미 시장에서 확인된 뒤 정부가 수출 지원과 해외 홍보, 저작권 보호, 번역과 마케팅 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정책 자료를 봐도 정부의 지원은 해외 진출 컨설팅, 번역, 수출 박람회, 저작권 보호, 정책금융 등 산업의 기반을 지원하는 데 상당 부분 맞춰져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사례를 일본의 쿨재팬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가 한류가 만들어지기 전에 정부 돈으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골라 투자한 것과 민간 기업이 만든 콘텐츠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뒤 정부가 산업 기반을 보강한 것은 정책의 성격부터 다르다. 한국의 문화산업 정책엔 분명 정부 개입이 있었지만 그것이 곧 '국가가 흥행을 설계했다'는 뜻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대신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가까웠다고 보는 편이 자료에 부합한다. 영화산업에서는 검열 완화와 영화법 개정, 투자 제도 정비 등이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했다. 정부가 직접 작품을 제작하거나 특정 영화에 흥행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민간의 투자와 창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바꾼 것이다. 국가기록원과 한국영상자료원 등의 자료에서도 1990년대 영화산업의 구조 변화에서 대기업과 창업투자회사의 자본 유입, 전문 인력의 등장, 제작·배급 시스템의 정비가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된다.

학계에선 이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한국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이 한류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정부의 역할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도 있다. 옥스퍼드대에 소개된 연구는 한류의 성장 과정에서 정부 정책과 기업의 지원을 함께 살펴보면서도 한국 정부가 처음부터 대중문화 수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정부가 한류의 성공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과도하게 부각했다며 실제 성공의 상당 부분은 기업과 예술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시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규모로 K콘텐츠 수출을 정책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은 한류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둔 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K콘텐츠 관련 예산으로 8442억원을 편성했고 2024년에는 콘텐츠산업에 1조74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계획까지 내놨다. 최근에는 세액공제와 정책금융을 확대하며 콘텐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BTS와 '기생충',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 성공이 이런 최근 정책자금 투입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는 없다. 시간적으로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 구보타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사례에서 끌어낸 '선택과 집중'이라는 결론에는 상당한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이 잘된 이유를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에 국가가 화력을 몰아줬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려면 정부가 특정 기업이나 콘텐츠를 선별해 투자했고 그것이 세계적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한국의 성장 과정을 보면 민간 기획사와 제작사, 대기업과 벤처자본, 방송사와 플랫폼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자하고 경쟁하면서 산업을 키운 과정이 먼저 확인된다. 정부는 그 과정에 제도와 정책금융, 수출 지원, 해외 홍보, 저작권 보호 등으로 개입했다. 둘을 뒤집어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성공의 원인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결과를 원인으로 거꾸로 읽는 셈이다.

일본이 쿨재팬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으려면 한국의 성공을 '국가가 잘될 산업을 골라 집중 투자한 사례'로 보는 것부터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례가 증명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히트작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에 가깝다. 일본이 실패한 핵심 원인이 투자 분야를 너무 넓게 잡았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성공을 국가가 승산 있는 분야를 정확히 골라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한류는 정부가 설계한 성공작이 아니라 민간에서 만들어진 성공이 정부 정책과 결합하면서 산업 전체로 확산한 사례에 가깝다. 이 차이를 놓치면 일본은 쿨재팬의 실패에서조차 잘못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