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유흥주점 여사장 녹취록' 추가 공개... 갈수록 커지는 파문

작성일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고? 알았어” 김승원 목소리 담겨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 후보자가 유흥주점 사장인 여성 브로커의 청탁을 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로비에 직접 나섰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와 양씨가 주고받은 녹취를 추가로 공개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한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자와 양씨 측이 언론에 청탁 문자 두 번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거짓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21년 10월 12일 당일에만도 김 후보자와 양 씨,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 사이에 청탁 문자 주고받기 전에 이런 노골적 불법적 통화들이 있었다.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고 하니, 김 후보자가 ‘과장 선에서 막혀있다? 알았어’라고 답한다.

그는 ”김 후보자의 로비를 받은 김 전 식약처장은 비서 고모씨의 문자메시지로 바로 그 막혀있던 과장 김모씨에게 청탁사실을 전달한다. ‘로맨틱’하고 ‘성공적’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이다.


“2021년 10월 12일

1차 통화

김승원) 어, 어. 그럼 직접 챙겨보라고 내가 얘기 한번 해볼게. 무슨 처 어디야? 어디, 과가 혹시. 아, 뭐 식약처장 알 테니까. 그럼 그렇게 3상 허가를 빨리 내서 어쨌건 결과를 봐야될 거 아니냐. 그런 식으로 직접 처장님이 챙겨봐 달라고, 어, 보고해달라고 할게.

2차 통화

김승원) 내가 말씀을 드렸고 일단 확인해서 나에게 보고를 해준다고 하니까 한번 기다려보시고 처장께서는 모든 가용화 인력을 배치해서 진행을 빨리 하는 거를 돕고 있다 이렇게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네

양수진) 맞아요. 그래서 오늘 자료 주려고 했는데 또 다른 담당자가 오늘 주지 말라고 이게 담당자끼리 책임 회피인데 조금 이슈사항이니까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해요.

김승원) 과장 선에서 막혀있다? 알았어”


한 의원이 함께 공개한 2021년 10월 12일 문자메시지를 보면, 김 전 처장의 비서는 임상정책과장 김모씨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과장님, 김승원 의원이 따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처장님이 챙겨보되, 다음부터는 그쪽에서 이런 얘기 안 나오게끔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한 의원은 브로커가 지목한 '막힌 과장'에게 그대로 전달된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했다. 브로커의 청탁이 김 후보자를 거쳐 식약처장으로, 다시 실무 과장까지 내려간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이재명 캠프 자금 필요할 때"

한 의원은 브로커 양씨가 강모씨와 나눈 2021년 10월 27일 통화 녹취도 공개했다. 강씨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제넨셀의 대표다.

해당 녹취에서 양씨는 "이거 벌어서 사실은 승원 오빠 캐시 딱 2000 쥐어주려고 그랬다. ‘이재명 캠프 자금 필요할 때인데’ 하면서 생색을 내면서"라고 말한다. 그러자 강씨는 "그런 거 내가 그냥 줄게. 내가 너 돈 벌려고 1억원을 그냥 준 거잖아"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은 양씨가 말한 '오빠 선거'가 김 후보자의 총선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을 가리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이듬해인 2022년에는 김 후보자가 출마할 총선이 아니라 대선이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수천억 벌 수 있는 거잖아"… 의혹의 배경

이처럼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두고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강씨는 2021년 9월 식품의약품평가원으로부터 임상시험 계획 보완을 요구받았다. 그는 정치권 인맥을 자랑하던 유흥주점 사장 양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씨는 당시 초선 의원이던 김 후보자와 접촉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12일 김강립 전 식약처장에게 이를 전달했다. 식약처는 2주 뒤인 같은 달 26일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한 의원이 앞서 공개한 녹취에서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임상시험 승인이 이뤄지면 회사가 코로나 관련 기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을 벌 수 있는 거잖아"라고 답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이 발언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요청을 넣기 전에 이미 임상시험 승인이 회사에 천문학적 수익을 안길 수 있음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이 공개한 2021년 10월 7일 통화에서 양씨는 김 후보자에게 "여기 이미 300억원 투자 유치도 돼 있다. 10월 15일에 돈도 들어오기로 돼 있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안은 오빠가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뵀으면 좋겠고, 2안은 식약처를 통해 제넨셀 심사 진행 상황을 파악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치열한 로비가 있는데, 설명을 들어봐야 하니까 시간을 절약하려면 메일로 자료를 좀 보내줄 수 있니"라고 답했다.

앞선 2021년 9월 14일 통화에서는 양씨가 "이거 자금화가 되면,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그럼 추석 끝나고 바로 볼까? 날짜 보낼게"라고 응했다.

강모씨는 이후 재판에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조작·누락된 실험 자료 제출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불법 정황은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강모씨는 2021년 10월 19일 세종메디칼에 제넨셀 주식 66만주(약 63억원 상당)를 매각했다. 세종메디칼은 같은 시점에 50억원어치 제넨셀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세종메디칼이 제넨셀에 113억원가량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된 구조다. 계약이 체결된 하루 뒤인 10월 20일 강모씨는 양씨에게 "저기 주워 담아. 곧 올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강모씨는 양씨에게 1억원을 보내 세종메디칼 주식을 사게 하기도 했다. 이후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소식과 함께 세종메디칼은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요동쳤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두 달 뒤인 2021년 12월 강모씨는 양씨가 운영하던 화장품 회사에 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승인과 성공적인 기업 매각을 도운 대가라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순수한 공익 민원 전달이었다는 김 후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승인 전후로 다양한 불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최소한 도의적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승원 측 "공익 민원 단순 전달"… 검찰은 기소유예

김 후보자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언론 공지에서 "해외 임상시험 2상까지 진행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자료를 검토한 뒤, 국산 치료제의 임상시험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식약처장에게 고충 민원을 단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양씨에게서 받았다는 '물건'을 두고도 해명이 나왔다. 김 후보자 측은 양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생산한 핸드크림 등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직접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다. 2021년 10월 양씨의 청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직접적인 금품 수수가 없고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2024년 12월 김 후보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라더니… 5일 공개된 통화

앞서 한 의원은 전날인 5일에도 김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김 후보자와 양씨, 양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정모 판사가 함께 찍힌 사진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다. 김 후보자 측은 "2022년 2월경 공개된 사적 모임에서 정모 판사와 양씨를 우연히 마주쳤을 뿐 이후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한 의원은 이 해명을 반박하기 위해 녹취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9일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동생, 보고 싶어서 눈에서 눈물이 나네"라고 말했다. 양씨는 "오빠, 지금 달려갈게. 어디야"라고 답했다. 같은 날 2차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20~30분밖에 못 보면 아쉽잖아"라고 하자 양씨는 "안 아쉬워. 물건을 잔뜩 챙겨서 가고 있으니까 일단 있어봐"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양씨가 다른 사람과 나눈 통화 녹취도 공개했다. 양씨는 "인허가 푸는 거는 승원 오빠"라며 "승원 오빠가 식약처장에다가 얘기하고, 후원금도 500만원밖에 안 되니까 너가 잘 돼야지"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 로비의 대가를 양씨가 충분히 챙기라고 한 취지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김승원 사태는 제2의 조국 사태"

여야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한동훈 의원은 "김승원 사태는 제2의 조국 사태"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의 로비를 "오빠 독약 로비"라고 부르며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고 있다.

한 의원은 "룸살롱 여동생 대박 나게 해주려고 독약 승인 로비한 것이 사실이지만 잘한 일이라는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거 다 알면서도 김승원을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은 부패한 정치 세력"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옹호하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장은 김 후보자를 "적임자"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김 후보자의 로비에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며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