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결집 카드'가 아니라 폭탄이었다... 이재명 정권 궁지로 모는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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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지지율 최저치에 당황스러운 청와대... 김민석 판단에 쏠린 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청와대와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인사에 대한 부정 평가까지 함께 늘어난 탓이다. 용 후보자 거취가 정기국회 초반 정국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한국갤럽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4일 발표)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0%, 부정 평가는 51%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취임 후 가장 낮고 부정 평가는 가장 높다. 특히 20대 긍정 평가가 25%에 그치는 등 청년층 이탈이 뚜렷했다. 진보층에서도 지지세가 약해지는 흐름이 감지됐다.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를 꼽은 응답은 직전 조사 1%에서 이번 9%로 8%포인트 뛰었다.

용 후보자 발탁에는 30대 여성 정치인을 장관에 기용해 내각의 다양성을 키우고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선 이후 오히려 청년 여론이 나빠지면서 여권도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다. 1990년생인 용 후보자는 만 36세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헌정사상 최연소 국무위원이 된다. 용 후보자는 기본소득당 대표를 지내며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앞장서 주장해 왔다. 발탁 과정에 이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은 여러 갈래다. 용 후보자는 현역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 모두 거대 정당이 만든 위성정당의 당선권 순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온 이력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자의 정당 활동을 둘러싼 기본소득당 '사당화' 지적 역시 이어진다. 이른바 '꿀수저' '특혜인' '벼락출세' 같은 비판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의 SNS에서 의원직 사퇴는 거부하되 차기 총선 비례대표 불출마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른바 꼼수 절세 논란에 대해서는 전날 "통상적인 정치 활동"이라고 반박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청와대는 지명 철회와 청문회 강행 사이에서 딜레마에 놓였다. 인사청문회 전에 직접 지명을 거둬들이면 검증 책임을 둘러싼 비판이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 반대로 청문회까지 논란을 끌고 가면 기존 의혹이 재차 부각되거나 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지율 하락과 맞물릴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지명 철회보다 용 후보자가 스스로 논란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에선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후보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권 시선은 김민석 대표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쏠린다. '당정 일치'와 '취임 3개월 안에 지지율 10%포인트 상승'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권을 잡은 김 대표는 8·30 개각에 따른 청문 정국에서 첫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앞서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드러난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 여러 목소리와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하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용 후보자에게 비례직 겸직 등 논란을 방치하지 말고 태도를 바꾸라는 우회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 뉴스1

전례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에게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8·30 개각 이후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 과정에서도 김 대표가 막후에서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흐름에 비춰 김 대표가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용 후보자 거취에 '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이혜훈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사례도 소환된다. 각종 논란 속에서 청문회까지 진행됐지만 결국 낙마했다. 당시 청와대도 검증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여권 일각에서 용 후보자 문제를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용 후보자와 함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신약 임상 승인 청탁 의혹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이 의혹이 윤석열 정부 검찰 수사로 이미 사법적 검증을 거쳤다는 점을 앞세워 방어막을 쳤다. 김 후보자는 이번 개각의 핵심 인사인 데다 10월부터 시행되는 새 형사사법 체계의 안착이 시급해 당으로서는 총력 엄호가 불가피하다.

다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연일 새로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공격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 의원을 겨냥해 "아직 감을 못 잡고 총기를 난사하는 행태"라고 비판하며 역공에 나선 상태다.

정기국회는 이번 주 본격적으로 돌아간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7일 김 대표, 8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각각 맡는다. 대정부질문은 9일부터 14일까지 주말을 빼고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순으로 진행된다. 인사청문회는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15일로 잡혔다. 반면 용 후보자 청문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두 후보자를 향해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 공백을 줄이겠다며 추석 연휴 전까지 청문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두 후보자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갈렸다. 김 후보자는 적극 방어하는 반면 다른 당 소속인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론을 살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 거취를 두고 "후보자의 시간"이라며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글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0.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