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보다 주차비가 더 무서워… 1가구 1.2대도 주차 못 하는 '주차난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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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두배 오른 주차비, 쇼핑몰서 1만원대 시대 도래
서울 아파트 4곳중 1곳, 1가구 1차량도 못세운다

쇼핑몰과 아파트 단지 안팎에서 벌어지는 '주차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660만 9015대에 달한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차를 가진 셈이다. 차는 넘쳐나는데 세울 곳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가 곳곳에서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강원 속초 해수욕장 인근 마트 주차장이 꽉 차 있다.  / 연합뉴스
강원 속초 해수욕장 인근 마트 주차장이 꽉 차 있다. / 연합뉴스

롯데월드몰 주차비 1년 새 두 배…11년 만에 최고 요금

쇼핑몰 주차비 인상 흐름이 먼저 두드러졌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 1일부터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 주차요금을 평일 10분당 600원, 주말·공휴일 800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평일은 10분당 300원에서 600원으로 두 배, 주말은 500원에서 800원으로 60% 뛴 수치다. 주말 낮 기준 3시간 주차비는 9000원에서 1만 4400원으로 늘었다. 1년도 채 안 돼 두 번째 인상이며, 롯데월드몰 주말 낮 요금이 10분당 800원까지 오른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다른 대형 쇼핑시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동 코엑스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15분당 1500원,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6000원 수준의 요금을 적용하고 있어, 서너 시간만 머물러도 주차비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소비자원이 현대·신세계·롯데 백화점 이용객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24.9%가 이용 중 불만이나 피해를 겪었다고 답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불만이 주차·편의시설에 관한 것이었다.

서울 아파트 10곳 중 4곳, 1가구 1차량도 못 세운다

주차 전쟁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매일 반복된다. 부동산인포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서울 관리비공개의무단지 3022곳을 분석한 결과, 세대당 주차대수가 1.2대 미만인 단지는 2094곳으로 전체의 69.3%에 달했다. 1대에도 못 미치는 단지도 1131곳(37.4%)이나 됐다. 이론상 모든 가구가 차를 한 대씩만 가져도 주차면이 모자란 단지가 서울 아파트 10곳 중 4곳꼴이라는 뜻이다.

신축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2020년 이후 준공한 신축 단지 297곳을 따로 살펴봐도 254곳(85.5%)이 세대당 주차대수 1.5대에 못 미쳤다. 이런 부족은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진다.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가 2022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접수된 약 55만 건의 민원을 분석한 결과, 주차 관련 민원이 전체의 11%를 차지하며 4년 연속 민원 접수 건수 1위를 지켰다.

30년 전 기준이 발목…국토부, 개선 연구용역 착수

이런 만성적 주차난의 뿌리에는 낡은 법정 기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1996년 개정 이후 공동주택 세대당 주차대수를 1대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1가구 1차량이 일반적이던 시절 만들어진 기준이다. 이후 30년 가까이 승용차 대중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1가구 2차량이 보편화됐지만, 법정 기준은 사실상 그대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 공동주택 주차여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사전규격을 공고했다. 최근 5년간 가구당 차량 보유 현황과 지역별 주차 기준 등을 조사해, 주택 규모·유형별 적정 주차대수 산정 기준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주차 갈등을 둘러싼 법적 제재도 강화되는 추세다. 그동안 아파트나 상가 진출입로를 막는 이른바 '무개념 주차'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공권력 개입이 어려웠지만, 오는 28일 시행되는 개정 주차장법은 통행 방해 주차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강제 견인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법정 주차대수 기준을 손질하는 근본 대책과, 기존 주차 공간을 둘러싼 갈등을 다스리는 제재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연구용역 결과가 실제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장 눈앞의 주차난을 해소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