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고 수뇌부, 장윤기 사건 조직적 은폐... 괴물 경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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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이후 '통제 불능 경찰' 탄생 우려?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23) 사건'의 부실 수사 배후로 경찰 최고 수뇌부가 지목되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5일자 논평에서 검찰에 박성주(60)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기소된 것을 두고 "통제 불능 '괴물 경찰'의 민낯"으로 규정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의 배후가 밝혀졌다"며 "다름 아닌 경찰 최고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 지시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과 지휘부를 직권남용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고 했다.

공소 내용을 두고는 "박 전 본부장은 여고생 살인과 이틀 전 발생한 외국인 여성 강간 사건의 병합 수사를 막았다"며 "초기 대응 실패라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려고 '조용히 처리하라'며 사건을 찢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을 경찰 조직의 보신과 맞바꾼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그간 해명도 겨냥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경찰은 지금껏 부실 수사를 일선 경찰의 꼬리 자르기와 '지역 유착(향찰)' 탓으로 돌렸다"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했다. 이어 "실상은 경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서열 2위 국수본부장이 진실을 덮으려 한 '수뇌부발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그는 다음 달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진짜 공포'라고 밝혔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다"며 "이번 수뇌부의 범죄 은폐도 검찰의 보완 수사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통제 불능 '공룡 경찰'의 탄생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인지 똑똑히 증명됐다"고 밝혔다.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대국민 사과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뒤늦게 '대국민 반성문'을 썼다"며 "권력에 취해 살인 사건마저 덮어버리는 괴물 조직을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검수완박'의 철저한 실패를 시인하고, 즉각 검찰 보완 수사권 부활 논의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지검은 지난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박 전 본부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등 경찰 간부 3명도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박 전 본부장 등은 일선 경찰서 실무진의 여러 차례 건의에도 '스토킹·강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장윤기의 범행을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각각 따로 수사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지시 탓에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가 장윤기의 '강간살인죄'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성범죄를 하려던 고교생을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다른 고교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틀 전에는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스토킹·강간 범죄를 저질렀다.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당시 경찰은 '남양주 스토킹 보복 살인'에 부실하게 대응해 국민적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장윤기가 여고생 살해 직전 저지른 외국인 여성 성폭행·스토킹 사건에서 콜백(신고 24시간 내 사후 모니터링) 누락 등으로 안일하게 대처했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경찰 초동 조치가 적절했다면 막을 수도 있던 살인 사건이라는 비난이 다시 확산할 것을 우려해 분리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봤다.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박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당시 국수본 실무진은 광산서 수사팀의 사건 병합 건의를 여러 차례 묵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등을 근거로 박 전 본부장의 사건 분리 지시를 '수사 지휘권의 부당한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참고 사례로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혐의 수사를 중단하도록 청탁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을 들었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고 밝혔다. 신 차장검사는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 전 본부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입장문에서 "국가수사본부가 경찰 조직의 부실 대응을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분리 수사를 지시해 필요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했다는 식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논리 구성은 결코 인정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할 것,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할 것 등 지극히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을 뿐"이라며 "향후 재판 절차에서 거짓 없이 성실히 임하는 동시에 광주지검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을 당당히 밝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검찰은 장윤기 사건을 형량 하한이 징역 5년인 '일반 살인' 등 혐의로 송치받은 뒤 보완수사를 거쳐 무기징역형 이상으로만 처벌할 수 있는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최근 광주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는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가 주요 증거물인 '리얼돌' 실물을 폐기하고 수사 상황을 수시로 전달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수사 담당 경찰관 비위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증거인멸 방조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광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강력팀장(구속)과 팀원 등 2명을 지난달 기소했다. 당시 형사과장과 서장 등 책임자 2명은 증거인멸 방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재판에 넘겨진 강력팀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4일 오후 열린다. 국수본 '장윤기 사건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에 피의자로 입건된 당시 경찰서장과 형사과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피해 여고생의 유족은 입장문을 내고 "무능한 경찰의 방관·직무유기로 딸이 살해됐다"며 "조직 과오를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덮은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범죄 행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유족은 "이번 기소를 계기로 경찰 내 비위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며 "초동 대응을 방치한 경찰관과 책임자를 엄벌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 뉴스1

경찰 내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단순한 일선 수사관의 부실 수사가 아니라 사건 당시 국수본부장이던 박 전 본부장의 지휘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의 보직자와 함께 경찰 서열 두 번째인 치안정감으로 분류된다. 위상과 권한, 상징성에서는 서열 1위 경찰청장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비위가 잇따르자 부실 수사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경찰관 배우자와 존·비속에 대한 상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고지 유착을 막기 위한 순환인사제도 확대한다. 내부 비리를 자진 신고하면 징계를 감면하고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사 비위와 부패 행위 첩보 수집·수사를 전담하는 중요직무범죄수사대(내부비리수사대)는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다만 이런 대책이 상급 지휘부의 관리·감독 책임보다 일선 경찰관의 비위나 일탈을 막는 데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순환 근무제 확대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한마디에 13만 경찰관의 삶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권한을 지닌 고위직일수록 짧은 기간에 향찰로 전락할 우려가 큰 만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며 상급자 통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음 달부터는 검찰의 직접 수사와 직접 보완 수사가 축소·폐지되는 방향으로 형사사법 체계가 바뀐다. 수사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관여가 재판에서 확인될 경우 보완 수사권 부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종철 경찰청 차장은 취임 첫날부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김종철 차장은 현 국수본부장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이 참석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개별 경찰관의 잘못만을 탓하고 끝내지도 않겠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현장에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원인을 철저히 확인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