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병원, 노후장비 개선에도 과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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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의료장비 노후화율은 낮아졌지만 진료 차질·의료인력·시설안전 문제는 지속

대전병원의 노후시설 안전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신관과 별관의 외벽 개선 공사비가 2027년 정부안에 전액 반영되지 않으면서, 산재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정훈 국회의원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내용연수 도과 고가 의료장비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산재병원의 장비와 인력, 시설 현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 노후장비 비율, 증액 예산 이후 소폭 개선
자료에 따르면 3천만 원 이상 고가 의료장비 가운데 내용연수를 초과한 장비의 비율은 2023년 43.7%에서 2024년 45.3%, 2025년 46.7%로 계속 높아졌다. 이후 올해 7월 말 기준으로는 43.0%로 다소 낮아졌다.
노후화율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국회가 산재병원 노후 의료장비 교체 예산을 기존 38억 원 수준에서 110억 원으로 크게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예산 증액을 통해 일부 장비 교체가 이뤄지면서 전체적인 노후화 비율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선 폭만으로 산재병원의 장비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 고가 의료장비 400점 가운데 172점이 여전히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는 노후화율이 43.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교체 기준을 넘긴 상태다.
산재병원에서 의료장비는 단순한 진료 지원 수단을 넘어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 직업 복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이다. 특히 영상진단과 수술, 재활치료에 사용되는 고가 장비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면 진료 일정과 치료 계획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용연수를 넘긴 장비라고 해서 즉시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사용에 따른 고장 가능성과 부품 수급 문제, 성능 저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가 작동하더라도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고장 발생 시 대체장비와 수리체계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단년도 예산으로 일부 장비를 교체하는 방식보다, 장비별 사용기간과 고장 이력, 진료 중요도 등을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장기 교체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장에 따른 검사·수술 일정 조정
노후장비 문제는 단순히 장비 보유 현황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 진료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산재병원에서 발생한 고가 의료장비 고장 건수는 196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장비 이상으로 영상 오류와 재촬영, MRI 촬영 중단 및 검사 연기, 환자 데이터 재획득, 건강검진 일정 변경 등 모두 4건의 진료 차질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한 차례가 지연되면 환자는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진단과 치료 결정도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산재환자는 부상이나 질병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수술과 재활, 직업 복귀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 일정의 변경이 치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수술 중 사용하는 C-ARM 장비에서 이상이 발생해 대체장비를 투입하고 수술 일정을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 C-ARM은 수술 과정에서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는 데 활용되는 장비인 만큼, 수술 중 문제가 생기면 의료진의 판단과 수술 진행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장비 고장은 환자의 불편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부담과 병원 운영의 비효율로도 이어진다. 예정된 검사를 다시 조정하고 대체장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신정훈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 예산 증액이 장비 교체와 산재의료 인프라 개선의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비 교체가 일시적인 성과에 머물지 않도록 앞으로도 안정적인 투자와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의사 충원율 속 정규직 18명 결원
의료장비뿐 아니라 의사 인력 확보 문제도 산재병원의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보면 9월 개원 예정인 울산병원의 정원 36명을 선반영한 경우를 제외할 때 기존 산재병원과 의원의 정규직 의사 충원율은 90.1%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의사는 지난해와 같은 62명이 유지됐고, 기간제 인력까지 포함한 공단식 충원율은 96.4%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간제 의사를 포함한 충원율이 95.49%였던 점과 비교하면 전체 충원율은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정규직 의사 18명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정규직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공단은 산재병원이 지방 산업단지 인근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의사들의 선호도가 낮고, 민간병원과 비교해 공단병원 의사의 평균 급여가 약 4천500만 원 낮은 임금 격차까지 겹치면서 정규직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 의사 부족은 진료과 운영과 당직체계, 환자 대기시간, 의료진 업무 부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산재환자는 치료뿐 아니라 장기 재활과 직업 복귀를 위한 연속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하면 진료 연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기간제 의사로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는 방식은 단기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지만, 인력의 지속성과 조직 내 협업, 장기적인 환자 관리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산재병원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고려하면 정규직 중심의 안정적인 인력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사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급여체계 개선뿐 아니라 주거와 교육, 근무환경, 연구 기회, 진료 지원인력 등 지역 근무에 대한 종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모집 공고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방 산재병원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대전병원 외벽개선 예산은 미반영
노후시설 안전 문제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산재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은 2023년까지 노후 안전시설 개선공사를 진행했지만, 예산 제약으로 신관과 별관 외벽 공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해당 시설이 D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거나 낙하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낙하방지망을 임시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안전대책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외벽 균열과 누수는 건물 미관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빗물이나 습기가 건물 내부로 침투하면 전기설비와 배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단선이나 화재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조속한 보강공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전병원 신관과 별관 외벽 개선에 필요한 공사비 29억5천400만 원은 2027년 정부안에 전액 반영되지 않았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임시 안전조치가 장기화될 수 있고, 시설 안전 문제에 대한 불안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병원 시설은 일반 건축물과 달리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고령자, 보호자들이 상시 이용하는 공간이다. 외벽 마감재 낙하나 누수, 전기설비 이상과 같은 위험은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신속히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정훈 의원은 산재병원의 의료장비와 인력, 시설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공의료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비가 최신화되더라도 이를 운용할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시설이 안전하지 않다면 안정적인 진료 제공은 어렵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 예산 증액이 노후 장비 교체와 산재병원 인프라 개선의 마중물이 된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여전히 고가 장비의 절반 가까이가 내용연수를 넘겼고, 의사 인력 공백과 노후시설 문제도 남아 있어 일회성 예산으로는 개선 흐름이 쉽게 후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재병원은 노동자가 치료를 넘어 재활과 직업복귀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공공의료 기반”이라며 “정부는 장비·인력·시설에 대한 중장기 출연계획을 마련하고, 특히 대전병원 외벽개선과 같은 시급한 안전보강 예산부터 책임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재병원은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치료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시 일터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기관이다. 일반적인 의료기관보다 환자의 치료 기간이 길고 재활과 직업복귀 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장비와 인력, 시설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자료는 지난해 예산 증액이 일정한 개선 효과를 냈다는 점과 함께,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노후화와 진료 차질 문제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장비 교체 주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규직 의료인력을 확보하며,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이 확인된 시설을 우선 정비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향후 산재병원에 대한 중장기 재정지원 계획을 마련할지, 대전병원 외벽 개선 예산을 포함해 노후시설 보강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산재노동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한 검사 지연이나 일정 변경을 겪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받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