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루트, 美 OCC서 은행헌장 예비승인…스테이블코인 직접발행 안 하고 배포만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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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루트, 美 OCC 조건부 은행헌장 획득…자본 9500만달러 요건 부과
스테이블코인 직접 발행 대신 배포·커스터디만 맡는 모델 채택

리볼루트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리볼루트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영국 핀테크 리볼루트(Revolut)가 미국 통화감독청(OCC)으로부터 내셔널뱅크 헌장 예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유럽계 네오뱅크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CC는 결정문(Corporate Decision #1390)에서 리볼루트에 9,500만 달러(약 1,289억 원, 1달러 1,357원 기준) 규모의 자기자본 확충을 1년 내 마치라는 조건을 달았다. 최초 3년간 티어1 레버리지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는데, 일반 은행에 적용되는 5% 기준의 두 배에 해당한다. 리볼루트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고 제3자가 발행한 토큰을 마케팅·유통·커스터디하는 배포 중심 모델을 택했다.

2023년 캘리포니아 좌절 딛고 재도전

리볼루트는 2023년 캘리포니아 주(州) 은행 헌장 신청에서 규제 마찰과 내부통제 문제로 벽에 부딪힌 바 있다. 이후 리볼루트는 연방 차원의 내셔널뱅크 헌장으로 방향을 틀어 재도전에 나섰다. OCC의 예비 조건부 승인은 코네티컷 소재 은행 설립을 전제로 한 결정이다.

리볼루트가 자체 은행을 원하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성이다. OCC는 결정문에서 리볼루트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증 파트너 은행에 의존하는 현재 방식보다 더 낮은 비용과 높은 효율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은행을 통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를 제공하고, 고객이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국경 간 송금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발행은 제3자에, 리볼루트는 마케팅·배포·커스터디만 / AI 생성 이미지
발행은 제3자에, 리볼루트는 마케팅·배포·커스터디만 / AI 생성 이미지

발행은 제3자에, 리볼루트는 마케팅·배포·커스터디만

이번 헌장의 핵심은 리볼루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은 리볼루트 브랜드 스테이블코인을 마케팅하고 고객 접근을 제공하며 기술 계열사를 통해 커스터디를 관리하는 역할만 맡는다. 실제 토큰 발행은 제3자에게 맡기는 구조다. 이런 “배포 중심” 모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배포를 분리하도록 설계된 GENIUS법의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이 전략은 리볼루트가 유럽에서 이미 검증한 방식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리볼루트는 2026년 8월 유럽 미카(MiCA) 규정을 준수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 EURR을 덴마크·폴란드·포르투갈에서 선보였다. 당시 토큰은 스트라이프(Stripe) 계열사인 브리지 빌딩(Bridge Building S.A.)이 발행하고 리볼루트는 배포만 담당했다. 미국에서도 이 “발행 대행(Issuance-as-a-Service)” 구조를 그대로 적용해 준비금 관리와 규제 대응 부담을 전문 파트너에게 넘기는 전략이다.

GENIUS법 시행 앞두고 몰려드는 가상자산 은행들

리볼루트만 이 흐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현지시각 수요일 공개된 별도 결정문에 따르면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투자한 크립토뱅킹 스타트업 오픈리저브(OpenReserve) 역시 유타주(州) 소재 내셔널뱅크 설립을 위한 예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오픈리저브는 모니라이언(MoneyLion)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인 디 초베이(Dee Choubey)가 2025년 설립한 회사로, 토큰화 예금과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결합한 블록체인 기반 은행을 지으려 한다. 오픈리저브는 토큰화 예금,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자회사까지 구상하고 있지만 해당 자회사 인가는 아직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두 은행 모두 아직 문을 열 수 없다. OCC가 요구하는 개점 전(pre-opening) 요건을 충족하고 최종 승인을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다. 2025년 7월 발효된 GENIUS법은 2027년 1월 18일(현지시각) 시행에 들어간다. 7개 주요 규제기관이 초기 세부규정 마련 기한을 지키지 못한 가운데 OCC 굴드 청장 대행은 2026년 11월까지 최종 규정을 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리볼루트는 규제 틀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미국 내 인프라 구축을 먼저 시작한 상태다. 목표로 하는 미국 출범 시점은 2027년 상반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클(Circle)·리플(Ripple)·팍소스(Paxos) 등을 포함해 5개 신탁은행 헌장이 이미 승인된 상태다. 주(州) 은행감독기구협의체(CSBS)는 이런 흐름이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조장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21개 은행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업계는 서로 다른 헌장 경로가 연방 감독 체계와 어떻게 맞물릴지 주시하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의 첫걸음”…남은 과제도 여전

리볼루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닉 스토론스키(Nik Storonsky)는 이번 조건부 승인을 “리볼루트 뱅크 US 설립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서 사업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했고, 수백만 미국인에게 리볼루트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서비스”가 당장 가능한 것은 아니다. 레버리지 외환거래, 외환 선도거래, 가맹점 결제대행, 코레스폰던트 뱅킹 등 4개 핵심 상품군은 여전히 추가 감독 승인(supervisory non-objection)을 받아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자기자본 9,500만 달러 확충과 10% 레버리지비율 유지라는 조건도 각각 1년, 3년에 걸쳐 충족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결국 리볼루트의 조건부 헌장은 발행보다 배포·커스터디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의 결과다. 리볼루트는 2027년 상반기 미국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남은 4개 상품군에 대한 감독 승인과 자본·레버리지비율 요건 충족이 그 전 단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