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196% 폭증하며 대박 났는데… 안방 밥상선 씨가 말라가는 '국민 생선'
작성일
고등어 수출 196%↑ 역대급인데…정작 밥상 고등어값은 뛰어
한국산 고등어가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사이, 정작 국내 밥상에 오르는 고등어 가격은 오히려 뛰었다.

수출과 내수가 정반대로 갈린 배경에는 노르웨이발 국제 어획 쿼터 감축이 있다. 같은 생선을 두고 해외에서는 특수가, 국내에서는 품귀가 동시에 벌어지는 이례적인 장면이다. 명절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촉각을 곤두세운 소비자들에게는 씁쓸한 대목이다.
1~7월 수산식품 수출 22억달러…역대 같은 기간 최고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수산식품 수출액은 22억33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늘었다. 1~7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앞서 상반기(1~6월) 수출액은 19억259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9%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최대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 33억달러의 절반을 6개월 만에 넘어선 규모다. 상반기 호조가 7월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수출액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5월 말 기준 수출 실적이 이미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15억7500만달러로 집계됐던 만큼, 성장세는 상반기 내내 꾸준히 이어져 온 셈이다.
고등어 196%↑…노르웨이 쿼터 반토막이 만든 반사이익
품목별로는 대중성 어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고등어 수출액은 2억5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96.3% 폭증하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배경은 국제 수급 지형 변화다. 올해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동대서양 고등어 어획 쿼터는 29만9000t으로 지난해보다 48% 줄었다. 국제 수산관리기구들이 자원 보호를 이유로 쿼터를 대폭 낮춰 잡은 결과다. 국제 시장에서 노르웨이산 고등어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산 고등어가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국제 고등어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어획량을 유지해온 한국산이 대체재로 떠오른 셈이다.
같은 이유로 명태(4840만달러·158.8%↑)와 왕게(3370만달러·185.8%↑)도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전통 주력 품목인 참치도 3억5940만달러로 23.6% 늘었다. 굴(8.3%)과 삼치(11.0%), 미역(11.3%) 수출도 동반 증가했다. 다만 최대 수출 품목인 김은 7억10만달러로 1.5% 줄었고, 오징어도 11.3% 감소해 두 품목 모두 역성장했다. 김 수출이 다소 주춤한 것은 그동안 워낙 가파르게 성장해온 만큼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징어 역시 연근해 어획량 자체가 줄어든 여파로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억5530만달러로 최대 시장 자리를 지켰고, 일본(4억2550만달러)과 미국(3억533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태국(1억6100만달러)과 베트남(1억2910만달러)으로의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어, 수출 시장 자체가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과 일본, 미국이라는 3대 주력 시장에 더해 동남아 시장까지 골고루 성장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특정 국가의 수요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르웨이산 씨 마르자 국내 고등어값도 들썩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노르웨이 쿼터 감축은 한국 고등어 수출엔 호재였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정반대로 작용했다. 국내에 들여오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수입량은 2024년 21만5000t에서 지난해 16만t, 올해는 8만t 수준까지 급감했다. 3년 새 수입량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면서, 최근 수입산 고등어 한 손 가격은 1년 전보다 30%가량 뛰었다. 국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진열대에 오르는 고등어 씨알이 예년보다 작아지거나, 아예 품절 안내가 붙는 사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후문이다. 국산 고등어마저 여름철 폭염에 따른 고수온 여파로 어획과 양식 모두 타격을 받으면서, 추석을 앞둔 밥상 물가에는 이중 부담이 겹친 셈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부족한 수입 물량을 메우기 위해 국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산 역시 폭염 피해로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뾰족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결국 같은 고등어를 놓고 수출 시장에서는 '특수'를, 내수 시장에서는 '품귀'를 동시에 겪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와 국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가 엇갈리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듯 정부와 업계도 수출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aT는 올해 수산물 수출 35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수출 기업의 해외 현지화를 지원하는 수산식품바우처 사업을 연말까지 158개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어묵과 붕장어, 해삼 등을 새로운 '수출 1억달러 스타품목' 후보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수출 1000만달러 이상을 올리는 수산 기업을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이른바 '수산 수출 1000만달러 기업 100개 육성' 목표도 국정과제로 세운 상태다. aT는 지난 1일에는 서울 용산에서 경복궁면세점과 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해외 관광객을 겨냥한 판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뿐 아니라 방한 관광객을 새로운 수출 채널로 활용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정부, 비축 수산물 2만t 풀어 내수 방어
정부는 이런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 2만t을 시장에 풀고 있다. 명태 1만5700t을 비롯해 오징어 1700t, 고등어 1500t 등이 시중가보다 최대 40% 저렴하게 공급된다. 전국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라인 도매시장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유통되는 물량이다. 수출 전선에서는 청신호가, 내수 밥상에서는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가운데, 정부 비축 물량 방출이 추석 전 국내 고등어값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