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사 왔는데 왜 누린내가 날까… 고기 고를 때 꼭 확인해야 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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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 실패의 원인, 고기 선택과 밑손질에 답이 있다

김장철과 명절이면 어김없이 밥상에 오르는 보쌈. 그러나 막상 집에서 삶아보면 특유의 ‘잡내(누린내)’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육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수육 자료사진. / mnimage-shutterstock.com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은 고기를 고르고, 냄새를 잡아주는 몇 가지 재료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수십 가지 비법 레시피가 떠돌지만, 정작 원리를 알고 나면 복잡할 것 없이 몇 가지 기본만 지켜도 충분하다. 잡내를 잡는 재료 하나하나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나면, 냉장고 사정에 맞춰 재료를 유연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조리법의 장점이다.


잡내의 정체는 지방산화와 특정 호르몬 성분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는 크게 두 갈래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지방 부위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하면서 생기는 냄새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돼지에게서 나타나는 안드로스테논 등 호르몬성 성분에 의한 냄새다. 특히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나 성숙한 개체일수록 이런 호르몬성 냄새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 대부분은 위생 관리와 사육 방식이 표준화돼 있어 이런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부위나 개체에 따른 편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핏물이 충분히 빠지지 않은 경우 잡내가 한층 강해진다. 핏물 속 헤모글로빈과 근육 조직에 남은 노폐물이 가열 과정에서 특유의 비린내와 잡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는 재료 못지않게 고기 자체의 품질과 밑손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보쌈에는 통삼겹살이나 앞다리살처럼 지방과 살코기가 적당히 섞인 부위가 많이 쓰이는데, 조리 전 찬물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주는 것이 잡내를 줄이는 첫 단계로 꼽힌다. 이때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핏물 제거 효과가 한층 커진다.

부위 선택도 잡내를 좌우한다

같은 삶는 방법을 쓰더라도 어떤 부위를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잡내 정도가 달라진다. 보쌈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부위는 통삼겹살과 앞다리살, 그리고 항정살이다. 삼겹살은 지방층이 두꺼운 만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하지만, 지방이 많은 만큼 산화로 인한 잡내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반면 앞다리살은 지방이 적고 살코기 비중이 높아 담백하면서도 잡내가 덜한 편으로 꼽힌다. 항정살은 마블링이 곱게 퍼져 있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목살 역시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해 보쌈용으로 종종 쓰이는 부위 중 하나다. 부위를 고를 때는 결이 조밀하고 탄력이 있으며, 지방이 뽀얀 흰색을 띠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지방이 누렇게 변색됐거나 표면이 끈적한 경우 이미 산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잡내가 강할 수 있다.

대파·마늘·생강으로 밑작업, 된장·커피가 화룡점정

기본 밑작업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핏물을 뺀 고기를 냄비에 담고 찬물을 부은 뒤 대파와 마늘, 생강, 양파, 청주(또는 소주)를 넣고 센 불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알코올 성분은 끓는 과정에서 휘발되면서 잡내를 함께 날려주는 역할을 하고, 마늘과 생강의 향은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를 덮어주는 효과가 있다. 대파는 흰 부분보다 푸른 잎 부분을 함께 넣으면 향이 더 진하게 우러난다는 조언도 있다. 이렇게 끓기 시작하면 표면에 뜨는 거품을 걷어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거품에는 불순물과 냄새 성분이 응축돼 있어,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국물 전체에 잡내가 배어들 수 있다. 거품을 걷어내는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해줄수록 최종 결과물의 잡내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 여러 조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된 비법이 된장과 통후추, 월계수잎을 함께 넣는 방식이다. 된장 특유의 효소는 고기 단백질을 부드럽게 분해해 육질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된장 자체의 구수한 향이 잡내를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 통후추는 알싸한 향으로 누린내를 잡아주고, 월계수잎은 특유의 상쾌한 향으로 고기 잡내를 씻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세 재료를 함께 쓰면 각각의 향이 겹치면서 냄새를 다각도로 잡아주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 여러 조리법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원두커피 가루나 인스턴트커피를 소량 더하면 커피의 탄닌 성분이 냄새 분자와 결합해 잡내를 한층 더 확실하게 잡아준다. 콜라를 활용하는 방법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콜라에 든 인산 성분이 고기를 부드럽게 하면서 잡내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통째로 넣는 경우도 있는데, 과일에 든 효소 성분 역시 단백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동시에 은은한 단맛을 더해준다. 계핏가루를 살짝 곁들이면 특유의 향이 잡내를 한층 더 감춰준다는 이들도 있다. 다만 이런 재료들을 한꺼번에 모두 넣을 필요는 없다. 된장과 통후추, 월계수잎 세 가지만 기본으로 챙겨도 충분히 깔끔한 보쌈을 만들 수 있고, 오히려 재료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고기 본연의 풍미가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면 재료 욕심을 내기보다, 이 세 가지 기본 재료의 비율을 정확히 지키는 데 집중하는 편이 실패 확률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센 불에서 시작해 중약불로…뜸 들이기까지 잊지 말아야

재료를 모두 넣은 뒤에는 센 불로 한소끔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중약불로 줄여 40분에서 1시간가량 은근하게 삶아주는 것이 요령이다. 처음부터 너무 센 불로 오래 끓이면 고기 겉면이 질겨지면서 육즙이 빠져나가기 쉽다. 반대로 천천히 삶으면 고기가 부드럽게 익으면서 잡내도 자연스럽게 함께 빠져나간다. 삶는 시간은 고기 두께와 부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젓가락으로 가장 두꺼운 부분을 찔러 핏물이 아닌 맑은 육즙이 나오는지로 익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찬물에 고기와 재료를 함께 넣고 끓이는 방식 외에, 물을 먼저 팔팔 끓여 향신 재료를 충분히 우려낸 뒤 고기를 나중에 넣는 방식도 있다. 전자는 고기와 재료의 향이 서서히 배어드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이미 향이 우러난 물에 고기를 넣기 때문에 잡내 제거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일부 보쌈 전문점에서는 재료를 미리 30분 이상 우려낸 육수에 고기를 넣어 삶는 방식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는 대체로 찬물부터 함께 끓이는 방식이 널리 쓰이지만, 시간이 부족하거나 좀 더 확실한 탈취 효과를 원한다면 향신 재료를 먼저 우려내는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

고기가 다 익었다고 바로 꺼내는 것도 금물이다. 불을 끈 뒤 뚜껑을 덮은 채 10분에서 20분 정도 그대로 두는 이른바 ‘뜸 들이기’ 과정을 거치면, 남은 열이 고기 속까지 천천히 전달되면서 육즙이 다시 살코기 안으로 퍼진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썰면 육즙이 빠져나가 퍽퍽해지기 쉬운 반면, 충분히 뜸을 들이면 한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얻을 수 있다. 뜸을 들이는 동안 국물 속에 남아 있던 잡내 성분이 고기 표면에서 한 번 더 씻겨 나가는 효과도 있어, 이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완성도를 좌우하는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다.

썰기와 곁들임까지가 완성

다 삶은 고기는 결 반대 방향으로 얇게 써는 것이 씹는 식감을 좋게 하는 요령이다. 결 방향 그대로 썰면 질긴 근섬유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씹는 데 힘이 들지만, 결을 가로질러 썰면 근섬유가 짧게 끊어져 훨씬 부드럽게 씹힌다. 썰기 전 고기를 살짝 식히면 결이 더 잘 보여 일정한 두께로 써는 데 도움이 된다. 삶는 과정에서 이미 잡내를 대부분 잡았더라도, 새우젓이나 쌈장, 마늘, 매콤한 양념 등을 곁들이면 감칠맛을 한층 더 살릴 수 있다. 새우젓 특유의 감칠맛과 짭짤함은 기름진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동시에, 혹시 남아 있을 수 있는 잔여 잡내까지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갓 담근 겉절이나 잘 익은 김장 김치와 함께 곁들이면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더해져 궁합이 한층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