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마리 집단 폐사… 추석 앞두고 값 치솟는 '국민 횟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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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온 피해 558만 마리...내년 밥상 물가도 위험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민 횟감’으로 꼽히는 광어와 우럭 등 수산물 가격표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말쥐치 가두리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말쥐치를 수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름철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급등하면서 양식어류 폐사가 끊이지 않는 데다, 명절을 앞두고 횟감 수요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온 변화에 민감하고 찬물을 좋아하는 우럭은 9월에도 남해안 양식장에서 대규모 폐사가 이어져 추가적인 가격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명절 밥상에 오를 회 한 접시 가격이 예년보다 얼마나 더 뛸지,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매년 여름 되풀이되는 고수온 재해가 이제는 밥상 물가까지 흔드는 상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광어 1㎏에 2만3000원…1년 새 6.5% 올랐다

3일 수협노량진수산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양식 광어 1㎏ 가격은 2만원대 초중반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17~22일 노량진시장에서 거래된 양식 광어 평균 가격은 ㎏당 2만28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5% 높았다. 앞서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평균 가격 역시 ㎏당 2만2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급등한 바 있다. 두 시점의 가격 흐름을 나란히 놓고 보면, 7월 말 급등세가 8월 중순 다소 진정된 뒤에도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훨씬 무겁다. 해양수산부가 집계한 8월 광어 소비자가격은 ㎏당 3만7950원, 우럭은 3만7430원에 달했다.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격차는 유통 단계에서 붙는 비용과 마진을 고려하더라도, 결국 밥상에 오르는 순간 체감 물가는 도매가의 배 가까이로 불어난다는 뜻이다.

9월에도 안 멈추는 폐사…경남 558만 마리, 여수도 20만 마리

피해는 9월 들어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2일까지 남해와 하동, 통영, 거제 등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는 558만 7000마리에 달했고, 전복도 44만 마리가 죽었다. 지난 2일에는 전남 여수에서도 우럭 19만 8500마리를 포함해 양식어류 20만 5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 인근 바다는 여전히 28도 안팎의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전남 완도의 한 냉동창고에는 폐사한 광어 수만 마리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기준 전남도 공식 집계로도 여수 지역 우럭 양식장 피해 신고는 32개 어가, 90만 마리에 달했을 만큼 남해안 전역에서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폐사한 물고기들은 대부분 매몰이나 냉동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해, 처리 비용까지 어가의 이중 부담으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수산물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수산물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전국 단위로 보면 피해 규모는 더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로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에서 폐사한 양식어류는 900만 마리를 넘어섰다. 다만 정부는 아직 ‘공급 대란’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6월 기준 출하 가능한 1㎏ 이상 광어는 1148만 마리로 전년 대비 0.8% 감소하는 데 그쳤고, 500g 이상 우럭은 272만 마리로 오히려 27.7%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양식어류는 출하까지 일정한 성장 기간이 필요한 만큼, 고수온 피해가 이어질 경우 시차를 두고 향후 출하량과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 당장의 재고는 넉넉해 보여도, 폐사한 개체들이 원래 출하됐어야 할 몇 달 뒤에는 공급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징어 15%·고등어 32%↑…수산물 물가 전방위 비상

가격 압박을 받는 것은 양식어류만이 아니다. a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오징어(냉장·대)는 한 마리에 5210원으로 1년 전보다 15.4% 올랐고, 갈치(냉장·대)는 1만4171원으로 7.8%, 명태(냉동·대)는 4146원으로 6.8% 각각 상승했다. 오징어는 어획량 감소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다. 어획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수온 변화로 인한 회유 경로 이상, 즉 오징어 떼가 예년과 다른 바닷길로 이동하면서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사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산 고등어 역시 노르웨이 현지의 어획 쿼터 축소 여파로 수입 물량이 2024년 21만 5000t에서 지난해 16만t, 올해는 8만t 수준까지 줄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지난달 27일 기준 수입산 고등어 한 손 가격은 1만1606원으로 1년 전보다 31.6% 상승했다. 3년 사이 수입량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셈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씨알 굵은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예년만큼 저렴하게 접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갈치와 오징어는 국내 어획량 감소가, 고등어는 해외 수입 여건 악화가 각각 원인이라는 점에서 배경은 다르지만, 결국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함께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수온 피해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남 남해안에 고수온 특보가 71일간 이어지면서 경남에서만 양식어류 2828만 마리가 폐사한 바 있다. 광어의 경우 적정 수온은 18~25도이며, 27~28도를 넘어서면 고수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늦게 데워지고 늦게 식는 특성이 있어, 폭염이 한풀 꺾이더라도 수온 상승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후 변화로 여름철 폭염과 열대야가 매년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고수온 피해가 일회성 이변이 아니라 양식업계가 상시적으로 대비해야 할 구조적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마다 반복되는 여름철 재해 앞에서, 근본적인 양식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 “조기출하 유도”에 재난지원금 332억원 확대

가격 압박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수산물 가격 수급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고수온에 취약한 광어와 우럭, 전복 등을 조기 출하하도록 유도하고, 경영상 피해를 본 어가의 회복을 돕기 위한 재난지원금을 올해 기준 전년 대비 153% 늘어난 332억원으로 확대해 추석 전 1차 복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기존 ‘거주’ 기준에서 ‘생계’ 단위로 넓히고, 넙치·우럭 등 18개 품목의 복구 단가를 인상하는 한편 김 종자 등 7개 품목을 새로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재난지원금 규모를 1년 만에 1.5배 넘게 늘렸다는 것은, 그만큼 올여름 피해가 예년보다 심각하다는 정부 스스로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발표 당시인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전국 35개 해역 가운데 31곳에 고수온 특보가 내려져 있을 만큼, 남해안을 넘어 전국 대부분 양식 해역이 비상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재해보험 제도도 손질했다. 피해 수준이 상위 10%에 해당하는 재해가 발생하면 다음 해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양식 재해보험 판매 상품에 왕우렁이와 미꾸라지를 새로 추가했다. 피해 원인이 규명되면 30일 안에 추정 보험금의 50%를 먼저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급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7월 초 ‘2026년 고수온·적조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실시간 수온 관측망을 지난해 200개에서 210개로 늘리는 한편 액화산소 공급장치 등 현장 대응 장비 보급 예산을 지난해보다 31% 늘린 76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계절해양예측시스템에 따르면 올여름 국내 대부분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을 것으로 관측된 데 따른 선제 조치였다. 수협중앙회 역시 지난달 말 고수온 재난 예·경보가 ‘심각 1단계’로 격상되자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고, 70억원 규모의 1%대 저리 재해복구 융자와 함께 기존 대출 상환 유예, 이자 감면 조치에 나섰다. 앞서 수협은 900여 곳의 양식 어가를 대상으로 산소 공급기와 차광막 등 고수온 예방 장비 구입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별도로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