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최근 한국 바다에 '이 생물'이 줄줄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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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안에서 만난 예상 밖의 열대어들

한때 우리 바다에서는 여름철에 잠시 나타나는 ‘손님’처럼 여겨졌던 열대성 물고기들이 최근 남쪽 바다에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난류를 타고 올라온 어린 개체들이 국내 연안 곳곳에서 관찰되면서 바닷속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남쪽 바다의 직벽을 뜰채로 훑자 해마를 시작으로 꼬리줄나비고기와 파랑돔, 거북복으로 추정되는 어린 개체까지 화려한 물고기들이 연달아 잡혔다. 멀리 열대 바다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 국내 연안에서 펼쳐진 것이다.

뜰채. / 유튜브 'TV생물도감'
뜰채. / 유튜브 'TV생물도감'

유튜브 채널 ‘TV생물도감’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뜰채로 이런게 막 잡힙니다. 올해 역대급이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남쪽 바다에서 뜰채를 이용해 연안 생물을 관찰하는 과정이 담겼다.

뜰채 한 번에 해마부터 돌돔까지

채집은 해초와 각종 부착생물이 붙은 직벽 주변에서 시작됐다. 뜰채로 벽면을 조심스럽게 훑자 첫 시도부터 작은 해마 한 마리가 들어왔다. 'TV생물도감'은 손을 물에 적신 뒤 해마를 확인하고 곧바로 바다로 돌려보냈다.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해마. / 유튜브 'TV생물도감'

해마는 국내에서 보호 대상이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2월 해마(Hippocampus haema)를 해양보호생물로 신규 지정했다. 해양보호생물은 학술 연구나 보호·증식 등으로 허가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포획이나 채취 등이 금지된다. 영상에서도 출연자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우연히 뜰채에 들어온 해마를 즉시 방생했다.

이어 어린 돌돔과 미역치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돌돔 어린 개체 역시 다시 놓아줬다. 미역치는 독성이 있는 가시를 갖고 있어 채집 과정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생물로 소개됐다.

나비고기. / 유튜브 'TV생물도감'
나비고기. / 유튜브 'TV생물도감'

이날의 주요 목표는 나비고기였다. 출연자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비고기를 발견했지만 빠른 움직임 때문에 채집에는 번번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돌돔과 범돔 사이에서 나비고기 한 마리가 발견됐다.

뜰채 두 개로 양쪽에서 이동 방향을 좁힌 끝에 마침내 한 마리가 잡혔다. 영상에서는 이 개체를 어린 꼬리줄나비고기로 동정했다. 꼬리줄나비고기는 국내에 기록된 나비고기과 어류 가운데 하나다.

한 마리로 끝나지 않았다. 주변을 계속 살피자 또 다른 나비고기가 잇따라 발견됐다. 한 자리에서 여러 마리가 관찰되자 'TV생물도감'은 “왜 이렇게 많아?”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날 확인된 꼬리줄나비고기는 모두 어린 개체였다.

나비고기·두동가리돔·파랑돔 한자리에

영상에서는 꼬리줄나비고기를 열대·아열대성 어류로 설명했다. 따뜻한 물을 따라 국내 해역으로 들어오는 물고기 가운데 일부는 여름과 가을 연안에서 관찰된다.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국내에서 관찰되는 사례 자체가 최근에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서도 울릉도 연안에서 파랑돔을 비롯한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다수 확인된 바 있다.

베너 피시. / 유튜브 'TV생물도감'
베너 피시. / 유튜브 'TV생물도감'

잠시 뒤에는 두동가리돔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긴 등지느러미와 검고 흰 줄무늬가 두드러지는 물고기다. 영상에서는 흔히 ‘배너피시’로 불리지만 국내 정식 국명은 두동가리돔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는 푸른빛을 띠는 파랑돔 무리와 꼬리줄나비고기도 함께 나타났다.

카메라를 조금 돌리자 이번에는 감성돔 무리가 지나갔다. 외해가 아닌 내항 가까운 곳에서 감성돔과 여러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한꺼번에 포착된 것이다.

파랑돔 무리. / 유튜브 'TV생물도감'
파랑돔 무리. / 유튜브 'TV생물도감'

채집을 이어가면서 파랑돔도 뜰채에 들어왔다. 영상 속 파랑돔은 빛의 각도에 따라 푸른색이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파랑돔은 국내에서도 확인되는 열대성 어류다. 2023년 국립생물자원관이 울릉도 연안을 조사했을 당시 대표적인 열대성 어류인 파랑돔의 출현량이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작고 둥근 몸에 점무늬가 있는 물고기도 잡혔다. 출연자들은 처음에는 ‘옐로 박스피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색과 형태를 다시 살핀 뒤 어린 거북복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종 동정이 필요한 만큼 영상에서도 추정 수준으로 다뤘다.

이 밖에도 새양쥐치로 소개된 개체와 흰줄망둑, 비늘베도라치, 거미불가사리, 어린 납작돔 등 여러 생물이 차례로 확인됐다. 토종 어류와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어류가 좁은 연안 공간에서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폭염 속 관찰 마치고 다시 바다로

채집한 생물들은 오래 보관하지 않았다. 한낮 폭염으로 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통에 담긴 생물들의 상태가 떨어질 수 있어 관찰을 마친 개체부터 중간중간 방생했다. 마지막까지 남겨 둔 나비고기 세 마리를 비롯한 생물들도 원래 발견한 곳으로 돌려보냈다.

'TV생물도감'은 나비고기는 예민해 장기간 사육이 어렵다며 데려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목표였던 두동가리돔은 발견에는 성공했지만 빠른 움직임 탓에 뜰채로 잡지는 못했다.

유튜브, TV생물도감

따뜻한 바다 물고기가 한국까지 온다…‘사멸회유어’란?

남쪽 바다에서 나비고기나 파랑돔처럼 화려한 열대성 물고기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장면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사멸회유어’다.

유튜브 'TV생물도감'
유튜브 'TV생물도감'

사멸회유어는 따뜻한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알이나 어린 개체가 난류를 타고 원래 살던 곳보다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겨울철 낮은 수온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와 남해뿐 아니라 동해에서도 이런 남방계 물고기가 관찰된다.

물고기가 일부러 우리나라까지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알이나 몸집이 작은 어린 물고기가 따뜻한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국내 연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수온이 높은 여름과 가을에는 이곳에서 먹이를 먹으며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열대·아열대성 어류 가운데 일부는 차가워진 바닷물에 적응하지 못해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멸회유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에서도 따뜻한 시기에 남방계 어류가 국내 바다에서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 확인됐다. 2024년 울릉도와 독도 연안을 조사한 결과 고수온기에는 관찰된 어류 가운데 열대·아열대성 어류 비중이 각각 73.9%, 71.8%에 달했다. 파랑돔을 비롯한 열대성 어류도 국내에서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발견되는 열대성 물고기를 모두 사멸회유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해수온 변화와 함께 일부 어종의 출현 지역과 시기가 달라지고 있어 실제로 겨울을 넘기는지 일정한 지역에 계속 머무는지 등을 장기간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