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에 무사한거냐”…기안84와 인연 맺은 네팔 청년 타망·라이, ’뜻밖의’ 근황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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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전해진 의외의 근황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이하 '태계일주 4')에 출연했던 네팔 청년 라이가 한국에서 근황을 전하며 눈길을 끈다.

기안84와 네팔 청년 타망. /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기안84와 네팔 청년 타망. /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라이는 4일 자신의 SNS에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southkorea"라는 문구를 올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가 공개한 사진에는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선문대학교 아산캠퍼스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방송 당시 셰르파로서 산길을 오르내리던 풋풋한 모습과 달리, 해당 사진 속 라이는 깔끔한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착용해 한층 세련된 인상을 준다.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 참사로 그의 안부를 걱정하던 국내 네티즌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공개된 근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홍수 참사 속 이어진 안부 걱정

앞서 지난달 네팔 현지에서는 빙하가 원인이 된 대홍수로 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히말라야에서 셰르파로 일하던 라이와 타망의 안전을 염려하는 국내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두 사람의 SNS에는 "대홍수에 무사한거냐" 등 걱정 섞인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라이, 타망과 인연을 맺었던 방송인 기안84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SNS에 "라이, 타망 무사하대요"라는 글을 올려 팬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기안84가 직접 안부를 확인해 전한 소식이었던 만큼, 당시 해당 게시물에는 안도하는 반응이 이어진 바 있다.

4일 깜짝 근황 알린 네팔 청년 라이. / 라이 스레드
4일 깜짝 근황 알린 네팔 청년 라이. / 라이 스레드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기안84와의 인연

라이와 타망은 지난해 5월 방송된 '태계일주 4' 네팔 편에 출연한 셰르파들이다. 당시 기안84는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이동하는 셰르파들의 고단한 삶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짐꾼을 자처했고, 두 사람과 동행했다. 그는 방송에서 "어린 나이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하루하루 짐을 나르며 버틴다는 게 대단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이 셰르파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기안84는 촬영 과정에서 타망과 라이에게 옷과 신발, 한국어 책 등을 선물하며 우정을 나눴다. 타망의 집을 찾아가서는 어머니가 어린 아들의 수입으로 병원비를 충당한다는 사연을 접하고 "효자다. 나였으면 벌써 도망갔을 텐데 참 맑고 착하다. 철이 빨리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라이에게도 제작진을 통해 별도로 선물을 전하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기안84와 셰르파들의 이별 장면이 담긴 해당 회차는 방송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요일 전체 예능 2049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태계일주' 시리즈는 매 시즌 기안84가 현지인들과 맺는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왔고, 기안84는 이 시리즈로 MBC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하며 대표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안84와 네팔 청년 라이와 타망. /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
기안84와 네팔 청년 라이와 타망. /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4'

한국 방문으로 이어진 재회, 치맥 먹방까지

두 사람의 인연은 방송 종영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9월부터 방송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라이와 타망은 한국 관광에 나선 모습과 기안84와 재회하는 장면을 공개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방송에서 라이와 타망은 간판도 입구도 찾기 힘든 의문의 장소를 찾았는데, 정체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붓으로 소스를 발라주는 방식으로 유명해진 치킨집이었다. 향신료를 즐기는 문화권 출신인 두 사람은 네팔에는 없는 다양한 양념이 발린 치킨에 반해 맨손으로 뜯어 먹는 모습을 보였고, 만 20세인 라이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말로만 들어봤던 '치맥'에도 도전했다. MC들이 "진짜 잘 먹는다"며 감탄할 정도로 이들의 먹방은 화제를 모았다.

한국에서 다시 재회한 기안84와 타망, 라이. / 기안84 인스타그램
한국에서 다시 재회한 기안84와 타망, 라이. / 기안84 인스타그램

시청률로 증명된 인기

라이와 타망이 출연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회차는 시청률 2.2%를 기록해 전주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시즌1에서 기안84와 인연을 맺은 포르피 가족 편은 3.5%를 기록하며 2023년 방송 전체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낸 바 있다. 이처럼 기안84의 '태계일주' 인연들은 후속 프로그램에서도 시청률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기안84가 알린 네팔 청년 라이, 타망 무사 소식. / 기안84 인스타그램
최근 기안84가 알린 네팔 청년 라이, 타망 무사 소식. / 기안84 인스타그램

네팔 현지에서는 구조 소식도 전해져

한편 네팔 대홍수가 발생한 지 9일 만인 4일(현지 시각) 고립돼 있던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근로자 2명이 생존한 상태로 구조됐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팔군 등으로 구성된 구조대는 이날 네팔 중부 바그마티주에 위치한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남성 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대홍수 발생 이후 열흘 가까이 이어진 구조 작업 속에서 나온 소식인 만큼, 추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셰르파', 사실은 직업명이 아닌 민족의 이름

앞서 소개한 라이와 타망처럼 히말라야에서 등반을 돕는 이들을 흔히 '셰르파'라고 부르지만, 이는 특정 직업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셰르파는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 거주해온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하나의 민족이다. 등반 지원 분야에서 이들이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온 탓에 '등반 가이드'라는 의미로 굳어졌을 뿐, 원래는 종족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셰르파'라는 이름은 티베트어로 동쪽을 뜻하는 '샤르(Shar)'와 사람을 뜻하는 '파(Pa)'가 합쳐진 말이다. 이들은 원래 티베트 동부 캄 지역에 거주했으나 15~16세기경 종교적 박해와 정치적 혼란을 피해 히말라야 산맥을 넘었고, 네팔 솔루쿰부 지역 등 고산 지대에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팔의 셰르파들.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네팔의 셰르파들. /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 MBC 공식 종합 채널'

산소 효율 뛰어난 유전적 고산 적응력

셰르파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등반 가이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전적인 고산 적응력이 있다. 수백 년간 해발 3000~4000미터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 살아오면서 일반인보다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유전적 변이를 갖게 됐는데, 특히 EPAS1 유전자가 이와 관련이 깊다.

일반인은 고산 지대에 오르면 적혈구가 과도하게 생성돼 혈액이 끈적해지고 심장에 부담이 커지지만, 셰르파족은 적혈구 수치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세포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는 능력을 갖춰 고산병에 상대적으로 덜 걸린다.

초모랑마를 향한 신앙, 푸자 의식

셰르파족 대부분은 티베트 불교, 그중에서도 닝마파를 깊이 믿는다. 산을 신성한 존재로 여겨 에베레스트를 '초모랑마', 즉 세계의 어머니 여신이라 부르며, 등반에 나서기 전에는 산의 신에게 안전을 기원하는 '푸자' 의식을 반드시 치른다. 언어 역시 티베트어의 방언에 해당하는 독자적인 셰르파어를 사용한다. 과거에는 척박한 고산 지대에서 감자와 보리를 재배하고 야크를 기르며, 티베트와 인도를 오가는 무역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텐징 노르가이 이후 세계에 알려진 이름

셰르파족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1920년대 영국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등반이다. 당시 영국 원정대가 셰르파들을 고용하면서 이들의 뛰어난 체력과 고산 적응력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1953년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면서 셰르파족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오늘날 셰르파들은 단순히 짐을 나르는 포터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등반 루트를 개척하고 로프를 설치하며, 날씨와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캠프를 구축하는 등 원정대의 핵심 리더이자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라이와 타망 역시 이런 셰르파족의 일원으로, '태계일주 4'에서 기안84가 체험한 셰르파의 삶은 이처럼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민족적 배경과 등반 산업의 역사가 맞물린 결과라 할 수 있다.

타망과 기안84. / 기안84 인스타그램
타망과 기안84. / 기안84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