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설' 민주당 초긴장…청와대 입장은 어떤가 들어보니

작성일

파병 검토설에 여당 내부 긴장 고조

더불어민주당이 미국과 이란이 충돌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국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국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마찰,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후보자 사태, 조국혁신당 반발에 따른 여권 내분 등 부정적 요인이 겹친 상황이라 파병 이슈가 더해질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여당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4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파병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게 논의되거나 검토되는 사안이라서 당 차원에서도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결정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파병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개각 문제나 당내 분열과 갈등 등 부정적 요소가 많고 지지율을 반등시킬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당으로서는 긴장하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들이 현재 이란 전쟁을 보는 시각이 나쁜 데다 파병까지 한다고 하면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며 "대미 투자 등 미국의 압박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부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이 진보진영 내분과 국민 저항을 불렀던 사례가 여당 내부에서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20여년 전과 비슷한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여지는 열어둬

청와대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긍정적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으로 해외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에서 실질적 기여를 하려면 한반도 대비 태세를 고려해야 하며, 그 대비 태세에 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병시 대비 태세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청와대가 사실상 파병 가능성을 상당 부분 열어두고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은 검토 단계에 있으며,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고려를 할 때 국내법적인 절차에 따라서도 고려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는 않다"고 했다.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안건 상정과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정부 내 논의와 별개로 국회 측과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 호르무즈를 핵심 이해당사국으로 규정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국제 화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이 원유 수입의 70퍼센트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핵심 이해당사국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여를 요구해왔고, 정부는 그동안 실질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군사적 기여 방안을 언급하기 시작해 파병 여지를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고심하는 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 / 뉴스1
고심하는 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 / 뉴스1

파병 절차, 청해부대 활용이냐 신규 파견이냐가 관건

이미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을 변경해 투입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국회 파병안 동의가 필요 없다. 반면 새로운 부대를 국내에서 파견할 경우에는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가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관련 법에 따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SNS에 "국회에 파병 동의요청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호르무즈 파병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거론되는 파병 전력은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반, 해군 군수지원함 등"이라며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그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신중하게 상황을 관리해 온 마당에 이 같은 무리한 군사적 기여는 국익과 안보를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며 "미국이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기약 없는 전쟁에 우리 국민과 군을 내몰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방위 소속의 다른 민주당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신중론을 폈다. 해당 의원은 "구체적인 미국의 요구가 무엇인지, 국제 사회 동향과 호르무즈 전황은 어떤지, 우리 군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나라로선 중요한 원유 수송로기도 한 만큼 안전 확보 필요성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운송선만 보호하면 되는지, 이것이 이란과의 충돌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진영, 파병 검토 자체에 강경 반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지도부는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파병은 정부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분명히 경고한다. 그 선을 넘지 마시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검토하고, 파병동의안의 국회 제출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하며 "청와대 관계자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확인했고, 외교부 대변인 역시 미국 측과 관련 방안을 긴밀히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청와대 관계자들이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며 파병동의안의 국회 제출까지 언급했다"고 짚었다.

김 원내대표는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다시 결정된 바 없다고 발을 뺀다"며 "외교 안보 정책을 다루는 누군가 매번 같은 방식으로 언론에 가능성을 흘리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논란이 커지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대체 왜 이 불법적인 침략 전쟁에 대한민국이 파병을 검토해야 하나"라며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놓고 파병하지는 않았다"며 "국민주권정부를 자임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불법 침략국가를 돕는 파병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미국과 이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김종훈 진보당 대표도 SNS를 통해 "파병, 검토도 하지 말라"며 "미국의 전쟁에 동참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땅의 미군기지가 공격대상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느냐"며 "파병은 절대 국익도 실용도 될 수 없다. 우리 군을 미국의 전쟁에 동원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이 아니라는 정부 측 입장도 보도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아니길 바란다"며 "혹여나 국민 여론을 보며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면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미 협상, 반도체 투자 이슈와도 얽혀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의 안보·경제 협상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하겠단 입장을 그동안 쭉 표명해 왔다"며 직접적 연관성은 언급을 피했다. 다만 그는 최근 한미 간 안보 협상에 대해 "지금 진행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라 진행이 되던 중 올해 초 일시적으로 정체됐다가 5월에 복원된 바 있다"며 "지금 여러 다른 이슈와 연결돼 다시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1월부터 5월까지 했던 것처럼 이를 복원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협상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다양한 영역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며 어떤 것은 정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투자 이슈도 있고 그중 반도체도 논의 대상인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분야 투자 요구가 양측 대화의 쟁점 중 하나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는 "이런 부분이 서로에 있어 저해 요인이나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파병 여부는 청해부대 작전 변경으로 처리하느냐 신규 부대 파견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회 동의 절차 필요 여부가 갈리고, 신규 파견이라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강경 반대, 민주당 내부의 반대론과 신중론 교차, 한미 안보·통상 협상 지연이라는 변수까지 겹쳐 있어 파병동의안이 실제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