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쌓은 탑, 무너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더라”…나락 갔다가 부활한 ‘톱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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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주년, 대구에서 시작하는 대장정
데뷔 35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국투어에 나서는 국민 가수가 있다.

그 주인 공은 바로 가수 김건모다.
소속사 건음기획은 김건모가 다음 달 10일 대구를 시작으로 '김건모. 35TH ANNIVERSARY LIVE TOUR'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대구를 시작으로 전주, 광주, 고양 등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2027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데뷔 35주년의 의미를 오랜 시간 그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다.
해당 투어의 메인 슬로건은 '같은 이름, 다른 걸음으로 우리의 이야기로 길을 내겠다'다. 카세트테이프와 CD 시절부터 청춘을 함께해온 팬들을 겨냥한 문구로, 김건모는 최근 심경을 밝히며 "이제는 홀로 높은 탑을 쌓아 올리기보다 후배들과 오랜 팬들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따뜻한 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이래 처음, 기타 연주에 도전한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건모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무대에서 기타 연주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오랜 시간 '피아노 치는 김건모'로 대중에게 각인돼왔다. 하지만 공백기 동안 하루 4~5시간씩 홀로 통기타 연습에 몰두하며 손끝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로 준비해왔다.
김건모는 최근 인터뷰에서 "공백기 동안 매일 4~5시간씩 홀로 통기타를 연습하며 음악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무대는 단순한 재기가 아니라 기타를 연주하는 김건모의 새로운 데뷔 무대"라고 각별한 소회를 전했다. 기존 피아노 연주자로 각인됐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라, 팬들 사이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곡을 기타로 편곡해 들려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8년 쌓은 탑이 무너진 시간
김건모가 이렇게 진솔한 소회를 전한 배경에는 지난 몇 년간의 굴곡진 시간이 자리한다. 그는 2019년 여성 A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당시 A씨는 김건모가 2016년 서울 강남구의 한 주점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2021년 11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서울고검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과 고검 두 단계에서 모두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사건은 법적으로는 이미 정리된 상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건모는 이혼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가 "28년간 공들여 쌓아 올렸던 탑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 돌아본 배경에는 이 같은 개인사가 있다.
지난해 전석 매진으로 확인한 티켓 파워
긴 시간 자취를 감췄던 김건모는 지난해 콘서트로 무대에 복귀했다. 부산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이어진 공연은 각 지역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6년간의 공백에도 대중이 여전히 그의 무대를 찾는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됐다.
김건모는 지난 3월 전국투어 당시 "이제 재기가 아니라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새 앨범을 준비하며 여러분 곁으로 천천히 다시 다가가겠다"며 "오랜 시간 기다려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매진 행렬이 해당 발언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이어진 모습이다.

10년 만의 신곡, 정규 앨범까지 예고
김건모는 지난 7월 약 10년 만의 신곡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발표했다. 해당 투어를 기점으로 음악적 행보가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는 전국투어 연습과 함께 스튜디오 녹음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올가을부터 새로운 음원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발매를 목표로 정규 앨범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10년 만의 신곡 발표에 이어 정규 앨범까지 예고된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앨범에 담길 곡 수나 수록곡 스타일, 피처링 참여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앨범의 세부 트랙리스트나 참여 프로듀서 등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관련 정보는 추후 소속사를 통해 순차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전국 투어 일정과 관람 포인트
투어는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전주, 광주, 고양 등을 거쳐 2027년까지 이어진다. 여러 지역을 순차적으로 도는 장기 투어 형태로 기획된 만큼, 정확한 공연 일자와 티켓 오픈 시점은 지역별로 순차 공지될 가능성이 크다. 데뷔 이래 처음 선보이는 기타 연주 무대와 신곡을 포함한 라인업 구성이 이번 공연의 핵심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330만 장의 전설, 24년을 버틴 기록
김건모가 오랜 공백을 딛고 부활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90년대 그가 세운 압도적인 기록이 자리한다. 1995년 발매된 3집 앨범 '잘못된 만남'은 단일 앨범 기준 330만 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당시 대한민국 음반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고, 한국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타이틀곡 '잘못된 만남'은 발매 당시 전국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올 정도로 대중적 파급력이 컸다.
이 기록은 무려 24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국내 최단 기간 최다 음반 판매량 기록은 2019년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가 340만 장을 돌파하면서야 비로소 순위가 바뀌었다. 음원 스트리밍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순수 실물 음반 판매량만으로 세운 기록이 20년 넘게 유지됐다는 점에서 당시 김건모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국악과 출신이 완성한 '한국형 블랙 뮤직'
김건모는 서울예술대학 국악과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배경은 그가 흑인 음악 장르를 한국적 감성으로 소화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1993년 발표한 2집 타이틀곡 '핑계'는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레게 장르를 대중가요에 접목한 곡으로, 이 곡의 흥행 이후 가요계에 레게 열풍이 불었다. '잘못된 만남'은 하우스 댄스와 레이브 뮤직을 기반으로 속사포 창법을 결합한 곡이었고, '아름다운 이별', '서울의 달', '미안해요' 등에서는 소울풀한 발라드 창법을 선보였다. 댄스와 발라드를 오가는 스펙트럼이 그의 음악적 특징으로 꼽힌다.

서태지, 신승훈과 함께한 90년대 트로이카
1990년대 가요계는 김건모,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이 이끈 트로이카 구도로 요약된다. 1992년 '난 알아요'로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랩과 힙합, 록을 접목해 10대의 지지를 받았고, 김건모와 같은 소속사인 라인음향 출신 신승훈은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등으로 정통 발라드 시장을 이끌었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장르로 90년대 가요 시장의 파이를 키운 인물들로 평가되며, 1994년과 1995년 연말 가요 시상식 대상 경쟁은 당시 가장 치열한 순간으로 꼽힌다.
김건모는 지상파 3사 가요대상과 골든디스크 대상을 모두 수상하는 성과를 냈고, 데뷔 앨범부터 7집까지 연속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키보드 앞에서 고개를 젖히며 열창하던 모습은 90년대 가요 무대의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런 이력을 가진 그가 이번 투어에서 처음으로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서는 만큼, 오랜 팬들 사이에서는 피아노와 댄스 중심이었던 과거 무대와 어떻게 다른 색깔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