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이재성이 저를 찾아왔다”…멕시코전 앞두고 터진 일, 박항서의 충격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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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뒷담화 사건, 협회의 늑장 대응이 멕시코전 패배까지 초래했나
박항서 전 북중미월드컵 지원단장이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실태를 직접 폭로해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단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서형욱의 뽈리TV'에 출연해 월드컵 기간 벌어진 내부 사정을 털어놨다. 지난 2일 공개된 해당 영상은 조회수 130만 회를 넘기며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훈련장 마이크에 잡힌 조롱성 발언, 사태의 발단
문제의 시작은 북중미월드컵 당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공개 훈련이었다. JTBC가 촬영해 업로드한 대표팀 훈련 영상에 현장에 있던 남성 기자 2명의 사적인 대화가 그대로 녹음됐다. 러닝 훈련 중 맨 앞에서 뛰던 주장 손흥민을 지켜보던 이들은 비속어를 섞어가며 조롱성 발언을 주고받았다. 한 기자는 손흥민을 두고 소대장 뛰듯 뛴다는 식으로 비하했고, 다른 기자는 군대도 안 갔다 온 이들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대화를 이어갔다.
논란을 인지한 측에서 급히 영상을 묵음 처리했지만 이미 해당 음성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내외로 빠르게 확산된 뒤였다. 논란이 커지자 JTBC 측은 해당 음성이 자사 취재진의 것이 아니며 불특정 다수의 현장음이 담긴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과 없는 태도 그리고 이어진 후속 논란
발언 수위 자체도 문제였지만 사건 직후 일부 취재진이 보인 태도가 대중의 공분을 더 키웠다.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들은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했고, 언론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선수단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식의 불만이 흘러나와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에 분노한 손흥민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믹스트존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전면 거부하는 언론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직력 와해로 이어진 대표팀 분위기
이 사건은 단순히 취재진과 선수 간의 기싸움을 넘어 대표팀 경기력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론과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선수단 내부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졌고, 과거 간신히 봉합됐던 팀 내 불화 문제까지 다시 거론되면서 대표팀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결속력이 흔들린 상태에서 온전히 실전에 집중하지 못했고, 조직력 부재를 드러내며 북중미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하는 결과를 맞았다.

지시에도 불구하고 장기화된 갈등
박 전 단장의 지시에도 사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선수단과 취재진 사이 갈등이 이어지면서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는 "해결이 늦어져서 협회 팀장들에게 화를 냈다. 딱히 바뀌는 게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이 직접 나섰다. 박 전 단장은 "체코전이 끝나고 손흥민과 이재성이 해결해달라며 나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두 선수가 요구한 사항은 구체적이었다. 첫째 축구협회 명의의 공개 성명서에 해당 기자의 실명을 포함할 것, 둘째 취재진의 공개 사과를 받을 것, 셋째 해당 기자에 대한 취재 거부 방침을 세울 것이었다. 이 세 가지 요구는 대표팀 내부에서 협회를 향한 불신이 상당히 누적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결 안 된 채 치른 멕시코전, 결과는 0-1 패배
세 가지 요구에도 협회 차원의 명확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채 대표팀은 멕시코전을 치러야 했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시점에 선수들이 외부 갈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한국은 해당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박 전 단장은 이 사안을 두고 "10년 넘게 대표팀 생활을 한 선수들이 명백한 인신공격을 당했다. 협회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고 신뢰도도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단이라면 적극 대응을 해줄 텐데 협회는 선수 보호를 안 하냐는 하소연을 들었다. 내가 선수라도 화가 났을 것이다. 협회가 적극 대응을 안 해주면 선수들은 누구를 믿고 뛰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결국 멕시코전을 앞두고 박 전 단장이 직접 나서 선수단 앞에서 "선배로서, 단장으로서 너희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공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차원의 조치가 지연되는 사이 단장이 개인 자격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 것인데, 이는 협회의 위기 대응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단장직의 구조적 한계, 보고 체계 부재
박 전 단장은 월드컵 지원단장을 맡으며 겪은 경험을 두고 명확한 권한이나 보고 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기형적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행정 책임자들이 단장에게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피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협회의 행정 시스템 부재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축구협회를 향한 쓴소리, '기득권 카르텔' 지목
박 전 단장은 한국 축구가 반복적으로 위기를 맞는 원인으로 단순한 학연 문제를 넘어선 협회 내부의 기득권 카르텔 구조를 지목했다. 협회가 지나치게 교만해져 현장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으며, 이번에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쌓여온 문제가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과 같았다고 평가했다.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 후배 세대에 거는 기대
박 전 단장은 인터뷰 말미에 선진 축구와 행정 시스템을 경험한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등 젊고 깨끗한 후배들이 전면에 나서 협회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 축구인들은 이들의 행보에 일일이 훈수를 두기보다 사심 없이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실어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뒷이야기 폭로를 넘어 대표팀 운영 체계와 협회 행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라는 대표팀 핵심 선수 두 명이 직접 단장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중요한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정황은 협회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국 2부 리그 칸차나부리를 선택한 이유
인터뷰에서는 박항서 전 단장이 최근 태국 2부 리그 칸차나부리 지휘봉을 잡은 배경도 함께 언급됐다. 그는 베트남 축구 팬들로부터 받은 각별한 사랑 때문에 동남아 무대에서 베트남 대표팀을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감독직은 도의상 맡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팀이나 대표팀 감독직 제안도 고사했다고 전했다. 대신 칸차나부리 구단 수뇌부가 보여준 진정성, 그리고 한국인 지도자로서 태국 무대에 새롭게 도전해보겠다는 의지가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