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는 호불호 갈리는데…해외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인’ 뽑힌 한국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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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할리우드 리포터 선정 '영향력 있는 장르 감독 30인'

영화 ‘호프’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미국 영화 전문 매체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 영화 감독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자신만의 강렬한 장르 세계를 구축해 온 나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나홍진 감독 (왼쪽) / 나홍진 인스타그램
나홍진 감독 (왼쪽) / 나홍진 인스타그램

미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 장르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감독 30명을 선정했다.

나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 샘 레이미, 조던 필, 아리 에스터, 로버트 에거스, 제임스 완, 코랄리 파르자, 라이언 쿠글러 등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명단에 포함됐다. ‘백룸’의 케인 파슨스와 ‘옵세션’의 커리 바커, ‘웨폰’의 잭 크레거 등 차세대 장르 영화 감독들도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나 감독을 두고 "아트하우스 영화 팬부터 액션 영화 팬까지 아우르는 국제적인 팬층을 구축한 한국의 거장"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선정과 함께 나 감독의 특별 인터뷰도 공개될 예정이다. 인터뷰에는 나 감독이 구축해 온 작품 세계와 함께 ‘추격자’, ‘황해’, ‘곡성’을 거쳐 네 번째 장편영화 ‘호프’를 선보이기까지의 과정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나홍진 감독은 2008년 ‘추격자’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를 알렸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당시 한국 영화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2010년에는 ‘황해’를 통해 한층 거칠고 밀도 높은 추격극을 선보였다.

2016년 개봉한 ‘곡성’은 나 감독의 이름을 세계 영화 팬들에게 더욱 널리 알린 작품이다. 정체불명의 사건이 벌어지는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미스터리와 공포, 종교적 상징을 결합했다. 이후 약 10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이 바로 ‘호프’다.

나홍진 감독 / 뉴스1
나홍진 감독 / 뉴스1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예상하지 못한 위협과 맞닥뜨린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다.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과 경찰 성애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쫓아 산으로 향한 성기와 마을 청년들은 오히려 사냥감이 되는 상황에 놓인다. 작은 사건으로 시작된 위기는 인간들의 갈등과 충돌 속에서 더욱 거대한 비극으로 번져간다.

황정민이 출장소장 범석을 맡았고 조인성은 성기 역으로 출연했다. 정호연은 경찰 성애를 연기했다. 여기에 ‘셰임’, ‘엑스맨’ 시리즈 등으로 알려진 마이클 패스벤더와 ‘툼레이더’,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본즈 앤 올’의 테일러 러셀, ‘마인드헌터’의 카메론 브리튼 등이 합류했다. 한국 배우와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국제적인 캐스팅도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은 요소였다.

‘호프’는 지난 7월 15일 국내 개봉해 첫날 약 33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고,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개봉 첫날 성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흥행을 이어가며 9월 초 기준 누적 관객 수는 453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는 국내 흥행에 그치지 않고 해외 영화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나 감독은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호프’까지 자신의 장편 연출작을 모두 칸영화제에 진출시키는 기록을 이어갔다. ‘호프’는 이후 뉴욕아시안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호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북미 개봉도 관심을 받고 있다. ‘호프’는 오는 9일 북미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며, 미국 배급사 네온이 약 1500개 극장 규모의 배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9년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 가운데 손꼽히는 대규모 북미 극장 배급 사례로 거론된다. 네온은 과거 ‘기생충’의 북미 배급도 맡았다.

국내에서는 작품을 바라보는 평가도 엇갈렸다. 압도적인 제작 규모와 배우들의 조합, 나홍진 감독 특유의 긴장감에 높은 평가가 나온 반면 긴 러닝타임과 독특한 전개 방식을 두고 호불호도 나타났다. 씨네21 기준으로 관객 평점은 5점대 후반, 전문가 평점은 6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데뷔작 ‘추격자’부터 ‘호프’까지 범죄 스릴러와 추격극, 미스터리, 공포와 SF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연출 세계를 선보인 나 감독은 이번 할리우드 리포터의 선정으로 또 하나의 이력을 추가했다. 신작 ‘호프’의 북미 개봉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이번 선정이 해외 관객들의 관심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