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뉴욕타임스 소송서 오픈AI 편들며 “LLM 학습은 페어유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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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오픈AI 저작권소송에 개입…법무부 “LLM 학습은 페어유즈”
뉴욕타임스는 “수조달러 AI기업 편들기” 반발, 앤트로픽 15억달러 합의금도 소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 오픈AI(OpenAI)·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간 저작권 소송에 공식 개입해 AI 기업 편에 섰다. 미 법무부는 화요일(현지시각)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저작권 보호 작품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는 행위가 “페어유즈(fair use,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023년 12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을 내며 자사 기사 수백만 건이 허가 없이 GPT-4 등 모델 학습에 쓰였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의견서는 판결이 아니지만, 담당 판사 시드니 H. 스타인(Sidney H. Stein)을 비롯해 유사 소송을 심리하는 다른 법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LLM 학습은 대단히 변혁적”…20쪽 의견서 핵심 논리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미국은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AI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강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AI 활용의 실무와 절차에서 전 세계 표준을 세우는 것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에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행정명령을 인용한 대목이다.
핵심 논리는 두 가지다. LLM 학습은 저작물을 “대단히 변혁적(extraordinarily transformative)”으로 바꾸는 작업이라 원저작물과 실질적으로 다르다는 것과, 오픈AI의 LLM이 뉴욕타임스 기사와 시장에서 유의미하게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페어유즈 여부를 판단할 때 이 두 요소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법무부는 “페어유즈 원칙에 대한 오해로 LLM 개발을 제약하면 창조적·과학적 진보를 가로막고 미국의 번영과 경제적 이동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작가 조앤 디디온(Joan Didion)이 청소년 시절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으며 글쓰기를 익힌 사례를 들었다. AI의 학습 과정을 인간 작가의 습작 과정과 같은 선상에 놓고, 학습과 결과물을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다. 스탠리 우드워드(Stanley Woodward) 법무부 차관보는 수요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 대통령은 AI 패권이 국가 안보와 번영, 경제적 이동성에 결정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 행정부는 저작권법에 대한 명백히 잘못된 이해 때문에 우리나라가 외국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도록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뉴욕타임스 소송 배경과 앤트로픽·메타 판례
뉴욕타임스는 2023년 12월 소송을 제기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과 함께, 자사 기사로 학습된 언어모델 폐기까지 요구했다. 이 소송은 AI와 저작권을 둘러싼 수십 건의 소송 가운데, 법원이 향후 AI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보여주는 시험대로 여겨진다.
관련 판례도 이미 나왔다. 지난해 윌리엄 앨섭(William Alsup) 판사는 카드레이 대 메타(Kadrey v. Meta) 소송에서 메타(Meta)가 기술적으로 승소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판사는 원고 측이 학습으로 인한 피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른 상황이라면 허가 없는 저작물 학습이 불법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앤트로픽(Anthropic)도 유사한 소송에 휘말렸다. 앨섭 판사는 앤트로픽이 작가들에게 15억 달러(약 2조 415억 원, 1달러 1,361원 기준) 규모의 저작권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7월(현지시각) 법원이 이 합의를 승인했다. 다만 이는 AI 학습 자체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학습에 쓸 서적을 불법 섀도 라이브러리(shadow library)에서 해적판으로 확보한 데 대한 벌금이었다. 앨섭 판사는 “작가를 꿈꾸는 독자와 마찬가지로, 앤트로픽의 LLM은 원작을 추월하거나 대체하려 학습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 방향을 튼 것”이라고 밝혔다. 5월(현지시각)에는 아셰트(Hachette)·센게이지(Cengage)·엘스비어(Elsevier)·투로(Turow) 등 다수 출판사가 메타를 상대로 뉴욕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기도 했다.
저작권청 보고서와 정면충돌…전임 청장 해임 논란
법무부 의견서는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이 낸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저작권청은 앞서 낸 보고서에서 AI 학습에 대한 포괄적 페어유즈 인정을 거부하며, AI가 완벽한 복제와 인간을 뛰어넘는 속도·규모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기존 시장과 경쟁하는 상업적 활용은 페어유즈 범위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전임 저작권청장 시라 펄머터(Shira Perlmutter)의 판단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보고서가 사안별 판단 원칙이나 실제로 인정되는 시장 피해 유형에 관한 판례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펄머터는 보고서 발표 직후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해임됐다. 민주당 소속 조 모렐(Joe Morelle) 의원은 그가 AI 저작물 학습을 정당화하라는 압박을 거부해 해임됐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트럼프 동맹인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선호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의견서 각주에서 펄머터가 현재 자신의 해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투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창작자·법률 전문가 반응…“수조 달러 AI기업 편들기” 비판
뉴욕타임스 대변인 그레이엄 제임스(Graham James)는 “행정부가, 자신들의 저작물을 도용당한 수많은 미국 창작자를 희생시키면서 소수의 수조 달러 규모 AI 기업들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그는 “AI와 창작자 모두 함께 번영할 수 있다. AI 기업은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대로, 자사 제품을 가능케 하는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2023년 오픈AI를 상대로 독자적 소송을 낸 작가조합(Author's Guild)의 메리 라젠버거(Mary Rasenberger) 대표는 이번 의견서에 “매우 실망했다”며 “허점 많은 논거와 페어유즈 원칙·저작권법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지적재산권 전문 로펌 닐 앤드 맥데비트(Neal & McDevitt)의 에번 브라운(Evan Brown) 변호사는 담당 판사 스타인이 이 의견서를 따를 의무는 없지만 “법무부에서 나온 문서인 만큼 상당한 무게를 두고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클리 법·기술센터(Berkeley Center For Law & Technology) 공동소장인 파멜라 새뮤얼슨(Pamela Samuelson)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이번 의견서를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AI 저작권 판결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픈AI는 이미 AP(Associated Press)·악셀 슈프링거(Axel Springer)·복스미디어(Vox Media) 등 여러 매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왔다. 뉴욕타임스도 2025년 아마존(Amazon)과 계약을 맺어 자사 기사·레시피 등 편집 콘텐츠가 아마존 생성형 AI 도구에 활용되도록 허용한 바 있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와이어드(Wired)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