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 내항 1·8부두 '해양·법률 중심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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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에 해사법원 본청 유치해야

100년 넘게 인천 경제를 떠받쳤던 항만이 다시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부두를 비우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도시재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기업, 자본이 지속적으로 모여드는 ‘앵커시설’이 필요하다. 인천 제물포구(구청장 김찬진)가 내항 1·8부두 재개발의 핵심 시설로 해사국제상사법원 본청 유치를 다시 꺼내 든 이유다.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은 단순한 항만 기능 전환을 넘어 원도심의 산업·관광·상업 기능을 되살리는 대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8월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사업은 한층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관건은 개발계획을 얼마나 촘촘하게 채우고, 실제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달렸다.

항만 재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흔히 ‘앵커(anchor) 시설’로 불리는 핵심 거점이다.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오고 관련 산업과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 있는 시설이 먼저 자리 잡아야 주변 상권과 업무·문화공간도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이런 점에서 인천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부산 북항은 항만 기능을 신항으로 이전한 뒤 원도심과 연계한 대규모 재개발을 추진해 왔다.

부산시는 북항 2단계 사업에 부산항만공사와 LH, 한국철도공사, 부산도시공사 등이 참여하는 통합개발 구조를 구축했고, 철도와 원도심까지 묶는 방식으로 사업의 연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북항 2단계에는 정부 부산지방합동청사 건립이 추진되면서 부산본부세관 등 여러 공공기관의 이전이 예정돼 있다. 부산시는 철도 지하화와 북항 재개발을 연계해 해양기관 클러스터와 원도심 연결축까지 구축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반대로 대규모 개발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공공성과 상주 수요가 확보된 공간은 민간투자와 상업 기능을 끌어들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핵심 시설이 비어 있는 곳은 민간투자만 기다리면서 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도시개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인천 내항 1·8부두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내항의 역사성과 입지를 살린 관광·문화·상업 공간을 조성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람이 드나드는 시설이 없다면 개발 초기부터 활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제물포구가 해사국제상사법원 본청을 ‘앵커시설’로 바라보는 이유다.

해사국제상사법원은 단순한 법원 하나를 유치하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2026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관련 법률 개정으로 인천과 부산에 해사국제상사법원이 설치되는 것이 확정됐고, 두 법원 모두 2028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 법원은 중부권을 관할하며, 국제상사 분쟁까지 다루는 전문법원으로 출범한다.

인천시는 해사국제상사법원 설치가 국내외 소송 당사자의 방문과 법률서비스 수요를 늘리고 전문인력과 관련 산업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 기반이 확충되면 전문인력 유입과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등 연쇄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제물포구의 구상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법원이 이미 유치된 상황을 활용해 내항 1·8부두와 해사법원의 기능을 공간적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전문법원이 들어서면 법률사무소와 해상보험, 감정·중재, 해운·물류 관련 기업 등 연관 산업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본청 유치만으로 관련 기업이 자동으로 몰려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안정적인 상주·방문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시설이라는 점에서는 도시재생의 촉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동시에 보유한 도시다. 인천 해사국제상사법원이 해상 사건과 국제상사 분쟁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항만·물류·무역 분야와의 연계성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인천시도 해사법원 설치를 ‘글로벌 해양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임시청사와 본청의 관계다. 현재 인천 해사국제상사법원 설치가 확정돼 있는 만큼 2028년 개원까지는 법원행정처와 인천시 등이 인력과 공간, 관련 기반을 준비하게 된다.

제물포구는 이 과정에서 임시청사가 내항과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는 효과를 활용해 법원과 내항 재개발 사이의 기능적 연계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임시청사 운영 과정에서 법률·해양산업 관련 수요와 지역 공간의 연결 효과를 실제로 축적한다면 향후 본청 유치 논리에 구체적인 근거를 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사법원 유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미 다른 대형 법조 인프라 유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인천고등법원 설치 당시 인천시는 법조 기반 확대가 전문인력과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고등법원은 2028년 3월 1일 개원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으며, 인천시는 이를 지역 경제와 법률서비스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물론 내항 1·8부두에 해사국제상사법원 본청을 유치한다고 해서 재개발이 자동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항만 재생은 교통 접근성, 상업시설, 문화 콘텐츠, 공공공간, 투자 유치가 서로 맞물려야 한다. 핵심 시설 하나를 세우는 동시에 주변 공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도시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제물포구의 전략은 ‘법원 유치’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해사법원을 중심으로 해운·물류 기업, 법률서비스, 국제회의와 비즈니스, 관광·문화 콘텐츠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그림이 필요하다. 내항이 단순히 바다를 바라보는 친수공간이 아니라 해양과 법률, 비즈니스가 만나는 도시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부산도 북항을 단독 사업으로 보지 않고 철도와 원도심, 해양기관 등을 묶는 통합개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진역~부산역 철도 지하화와 북항 재개발을 연계해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는 전략까지 추진하고 있다.

인천 내항 역시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항만시설을 비운 뒤 그 자리에 건축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어떤 산업이 뒤따를 것인지부터 설계해야 한다.

김찬진 제물포구청장은 “새롭게 출범한 통합 제물포구의 심장부인 내항 1·8부두의 진정한 부흥은 사람과 자본이 스스로 모여드는 자족 생태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며 “2028년 개원할 임시청사의 성공적인 안착을 빈틈없이 지원하고, 이를 발판 삼아 본청 내항 유치라는 중대한 과제를 반드시 완수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물포구가 대한민국 항만 도시재생의 가장 성공적인 롤모델이자 글로벌 해양·법률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화려하게 부활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