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쪽으로 다가오는 태풍 ‘크로반’?…예상 경로 수정, 한국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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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경로 서쪽 이동, 제주도 거리 가까워진 크로반
올해 24개 태풍 발생했는데 한반도 상륙 '0'인 까닭
제24호 태풍 ‘크로반’이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이동해 동중국해까지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기상청도 예상 경로를 서쪽으로 수정하면서 태풍 중심과 제주도의 거리는 종전 예보보다 가까워졌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전망만 놓고 보면 크로반이 한반도에 상륙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태풍은 제주 남쪽 먼 해상을 지난 뒤 오키나와 방면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동 속도가 느리고 5일 이후 예보 범위가 넓다는 점이다. 제주 해상에는 높은 물결과 강한 바람이 예상돼 경로 변화와 별개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일본 남쪽 향한다던 크로반, 예상보다 서쪽으로
3일 기상청에 따르면 크로반은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380㎞ 해상에서 시속 17㎞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94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21m다. 강풍반경은 약 250㎞에 이른다.
크로반은 3일 오후 오키나와 동북동쪽 해상을 지나 4일 오전 오키나와 북쪽 약 220㎞ 해상까지 북상할 전망이다. 이후에는 서쪽으로 이동해 동중국해에 진입하고, 5일부터 남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된다. 그대로 북상해 한반도를 향하는 일반적인 경로가 아니라 동중국해에서 크게 휘어지는 형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일본 기상청의 예상 경로다. 지난 1일 예보에서는 크로반이 4일 아마미군도 부근까지 올라온 뒤 일본 남쪽 해상을 향해 동남동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3일 오전 발표된 예보에서는 태풍이 아마미시 서쪽 약 200㎞ 해상까지 이동한 뒤 5일 동중국해로 진입하는 것으로 경로가 수정됐다.
태풍의 이동 방향이 일본 남쪽 해상에서 동중국해 쪽으로 옮겨지며 지도상 제주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셈이다. 크로반은 4일 오전 3시 아마미 제도 서쪽 약 200㎞ 해상을 지나 5일 오전 3시 제주 서귀포에서 남쪽으로 약 570㎞ 떨어진 동중국해까지 서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후 6일에는 오키나와 남쪽 해상으로 내려간 뒤 다시 동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제주와 가까워졌지만 ‘한반도 상륙’ 가능성은 낮아

예상 경로가 서쪽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크로반이 곧바로 제주도나 한반도를 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태풍 중심은 제주 서귀포에서 약 500~570㎞ 떨어진 남쪽 해상을 통과한다. 강풍반경이 250㎞인 점을 고려해도 제주가 태풍의 중심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아직 경로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크로반의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5일 이후 예상 위치를 나타내는 예보원이 크게 넓어지고 있어서다. 예보원이 넓다는 것은 태풍 중심이 자리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주변 고기압의 세력과 기압계 변화에 따라 실제 이동 방향이 달라질 여지가 남아 있다.
직접적인 상륙 가능성과 별개로 제주 주변 해상은 먼저 거칠어질 전망이다. 제주도에는 3일과 4일 각각 5~20㎜의 비가 예보됐다. 3일 제주 동부 앞바다의 물결은 최고 5m, 남부 앞바다는 최고 4m까지 높게 일겠다.
밤부터 제주도에는 순간풍속 시속 55㎞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도 있겠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와 남해 동부 바깥 먼바다에서는 바람이 시속 30~70㎞로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2~3.5m로 높게 일면서 풍랑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동해안과 경남 남해안, 제주 해안에는 강한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을 수 있어 해안가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
태풍은 벌써 24호인데…한반도 상륙 ‘0’인 이유

올해 동북아에서는 태풍 활동이 유난히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17호 태풍 ‘낭카’가 발생한 시점에 이미 1~8월 평년 태풍 발생 수인 13.5개를 넘어섰고, 현재는 제24호 크로반까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8개 많고 2023년과 2024년보다는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태풍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올해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아직 없다. 올해 첫 영향 태풍으로 기록된 ‘장미’ 역시 남해 먼바다에만 영향을 미쳤다. 태풍 발생 횟수와 국내 상륙 여부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한여름 한반도를 덮은 강한 고기압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중 열돔 형태로 발달한 고기압이 태풍의 북상을 가로막으면서 중국이나 일본 쪽으로 방향을 틀게 했다는 것이다. 태풍이 한반도로 들어오려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이른바 ‘태풍의 길’이 형성돼야 하지만, 올해 여름에는 이 통로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가을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수축하면 태풍이 이동하는 길도 달라질 수 있다. 바다에는 태풍이 발달하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강한 태풍이 한반도로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태풍의 수와 강도 모두 예년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크로반이 지나간 뒤에도 경계를 늦추기는 어렵다.
크로반에 이어 발생하는 태풍에는 제25호 ‘두쥐안’, 제26호 ‘수리개’, 제27호 ‘초이완’이라는 이름이 차례로 붙는다. 크로반의 직접 영향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올해 태풍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동해안·제주 비, 남부는 체감 33도 무더위

3일에는 동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충청과 전라, 경상 내륙에는 오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겠다. 수도권은 대체로 맑겠지만 그 밖의 지역에는 구름이 많고, 동해안과 제주도는 대체로 흐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강원 동해안·산지 5~30㎜, 부산·울산·경남 동부 내륙과 경북 동해안·북동 산지, 울릉도·독도 5~20㎜, 제주도 5~20㎜다. 소나기는 광주·전남과 경남 내륙에 5~40㎜, 전북 동부와 대구·경북 내륙에 5~30㎜, 충남 남동부와 충북에 5~20㎜가 예상된다.
소나기가 내리는 곳에서는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와 함께 돌풍이 불고 천둥·번개가 칠 수 있다. 좁은 지역에 강수가 집중되는 특성상 같은 시·군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침 최저기온은 19~26도, 낮 최고기온은 25~33도로 예보됐다. 서울과 인천은 31도, 광주 33도, 부산과 제주 31도까지 오르겠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일부 전남과 경남, 제주에서는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치솟겠다. 전남과 경상권, 제주 일부 지역에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도 이어질 전망이다.
태풍 크로반이 한반도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지만 제주 해상에는 강풍과 높은 물결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경로의 변동성이 남아 있는 만큼 최신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해안가와 방파제에서는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