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칩값 두 자릿수 인상, 매출 20% 줄어도 강행…안드로이드 값 150달러 뛴다

작성일

퀄컴, 9월 1일(현지시각) 스냅드래곤 칩값 두 자릿수 인상…삼성·구글도 가격 올려
안드로이드폰은 대당 150~200달러 인상 압박, 아이폰17 모뎀에도 영향

퀄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퀄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9월 1일(현지시각)부터 퀄컴이 하드웨어 파트너에 공급하는 스냅드래곤 칩 가격이 두 자릿수 퍼센트 인상됐다.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는 7월 29일(현지시각)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원가가 오른 만큼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인상은 삼성전자·샤오미·원플러스·오포·모토로라·구글 등 스냅드래곤을 쓰는 모든 주요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적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번 칩값·메모리값 인상이 겹치며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기기 가격을 대당 150~200달러(약 20만~27만원, 1달러 1,374원 기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6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가 전년 대비 27.6% 오른 581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은 꺾이는데 값은 올린다…퀄컴의 역설

퀄컴은 수요가 무너지는 시점에 최대 규모 가격 인상을 발효시켰다. 퀄컴이 밝힌 2026 회계연도 3분기 휴대폰용 칩 매출은 5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한 분기 만에 12억 7,500만 달러가 줄어든 규모다. 같은 3분기 순이익도 인상이 발효되기 전인데 벌써 전년 대비 25% 줄었다.

아카시 팔키왈라 최고재무책임자는 같은 실적발표에서 일부 고객사가 이미 구형 스냅드래곤으로 구매를 돌리고 있다고 확인했다. 아몬 최고경영자도 메모리값 인상 탓에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라인 중 더 저렴한 하위 모델을 택하거나 전년형 휴대폰을 그대로 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자기 시장에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지만, TSMC 웨이퍼값·메모리값·패키징값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마진을 지키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제조사가 쥔 네 가지 카드, 전부 아프다 / AI 생성 이미지
제조사가 쥔 네 가지 카드, 전부 아프다 / AI 생성 이미지

제조사가 쥔 네 가지 카드, 전부 아프다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택할 수 있는 대응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인상분을 그대로 흡수해 마진을 줄이는 것이다. 1,000달러가 넘는 플래그십이라면 20~30달러 수준 원가 상승은 이론상 감당할 수 있지만, 399달러대 중급기에서는 같은 금액이 훨씬 큰 마진 타격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넘기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였다. 갤럭시Z폴드8 가격을 전작보다 올리면서 부품비 상승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구글도 픽셀11 시리즈 가격이 픽셀10보다 오른다고 확인했다. 구글의 한 부사장은 메모리값 상승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셋째는 가격은 유지한 채 사양을 낮추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램 용량을 줄이거나 저장장치 속도를 낮추고 카메라 사양을 하향해 칩값 상승분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가장 알아차리기 어려운 대응이라 안드로이드 중급 라인에서 조용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는 구형 스냅드래곤이나 미디어텍으로 물량을 옮기는 것이다. 팔키왈라 최고재무책임자가 확인한 대로 첫 번째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다만 두 번째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텍 디멘시티는 2026년 4월(현지시각) 안투투 중급기 순위 상위 10개를 모두 차지했지만, 최상위 성능을 원하는 구매자를 겨눈 스냅드래곤8 엘리트급 대체재는 아직 없다. 플래그십 구간에서는 여전히 퀄컴이 유일한 선택지다.

업계에서는 제조사 대부분이 가격대별로 이 네 가지를 섞어 쓸 것으로 본다. 플래그십 구매자는 더 비싼 정가를, 중급기 구매자는 같은 정가에 낮아진 사양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IDC와 옴디아는 2026년 400달러 미만 저가 스마트폰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아이폰도 예외는 아니다

퀄컴 인상은 안드로이드에만 머물지 않는다.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자체 모뎀 개발에 투자해왔지만, 그 전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폰17 시리즈는 여전히 퀄컴 모뎀을 쓴다. 아이폰17e와 아이폰 에어만 애플 자체 C1X 모뎀을 탑재했다. 이번 칩값 인상은 이미 판매 중인 아이폰17 라인에 들어가는 부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타타 일렉트로닉스(Tata Electronics)에서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아이폰18 프로 일부 모델은 여전히 퀄컴 모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 아이폰18 프로 모델과 루머로 떠도는 폴더블 아이폰은 더 빠른 5G 속도를 지원한다는 애플 자체 C2 모뎀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몬 최고경영자는 7월(현지시각) 실적발표에서 공급 제약으로 아이폰18 라인에 들어가는 퀄컴 부품이 줄어들며, 9월~12월 분기 사이 애플 관련 매출이 약 5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DRAM과 저장장치 가격이 업계 전반에서 오른 영향은 애플에도 이미 번졌다. 애플은 6월(현지시각) 맥과 아이패드 일부 모델 가격을 이미 올렸다. 아이폰18 프로 역시 전작보다 비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전망은 퀄컴의 이번 인상 이전부터 같은 DRAM·저장장치 원가 압박을 근거로 나온 것이다. 여기에 퀄컴 칩값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상승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협상은 고객사별로, 방향은 하나

퀄컴은 정률로 일괄 인상하는 대신 고객사별로 가격을 개별 협상한다고 밝혔다. 같은 인상이라도 삼성전자·구글 등 개별 제조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액과 방식은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방향은 하나로 모인다. 부품값은 오르고, 더 빠른 5G 모뎀 같은 프리미엄 기능에 대한 수요는 기본 원가 상승과 별개로 제조사를 더 비싼 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핵심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될 휴대폰이 이미 가격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퀄컴의 이번 인상이 그 흐름을 새로 만든 것은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상승세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결정이라는 점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