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주가 155% 급등에도 브로드컴 PER 20배가 더 안전한 선택인 이유

작성일

마벨 155%·브로드컴 7%대 급등, AI 반도체 두 종목 온도차
구글 집중 마벨과 4대 고객 분산 브로드컴, 전략이 갈렸다

브로드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브로드컴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와 브로드컴(Broadcom)이 나란히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그런데 두 회사의 사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배팅이 깔려 있다. 마벨은 8월 27일(현지시각)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으로 매출 27억 4,000만 달러를 발표했다. 브로드컴은 이보다 석 달 앞서 매출 221억 9,000만 달러를 냈다. 같은 AI 붐을 타고 있지만 규모 격차는 압도적이고,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지출을 바라보는 방식도 정반대다. 미국 투자매체 247월스트리트(247wallst.com)는 두 종목 가운데 지금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지를 분석했다.

커스텀 반도체가 끌어올린 실적, 체급은 다르다

마벨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21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전체 매출의 79%를 차지하는 핵심 축이다. 매트 머피(Matt Murphy) 최고경영자(CEO)는 “인터커넥트, 스위칭, 커스텀 실리콘 등 데이터센터 사업 전반에서 강한 순풍이 불고 있다”고 밝혔다. 1.6테라비트급 광학 디지털신호처리칩(DSP)이 빠르게 양산 확대되고 있고, 스케일아웃 스위칭 매출은 올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드컴의 체급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AI 반도체 매출만 108억 달러(약 14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3% 급증했고, 해당 분기 수주액은 300억 달러(약 41조 2,200억원)를 넘었다. 호크 탄(Hock Tan) CEO는 AI 가속기(XPU)와 네트워킹 수요를 두고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다(simply insatiable)”고 표현했다. 평소 표현을 신중하게 고르는 것으로 알려진 CEO가 쓴 단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비GAAP 영업이익률은 마벨 36.6%, 브로드컴 약 67%로 격차가 크고, 분기 주당 배당금도 마벨 0.06달러, 브로드컴 0.65달러로 큰 차이를 보인다.

구글에 건 마벨, 4대 고객에 분산한 브로드컴 / AI 생성 이미지
구글에 건 마벨, 4대 고객에 분산한 브로드컴 / AI 생성 이미지

구글에 건 마벨, 4대 고객에 분산한 브로드컴

마벨은 한 방향으로 베팅을 더 키우고 있다. 자동차용 이더넷 사업을 인피니언(Infineon)에 25억 달러(약 3조 4,350억원)에 매각한 뒤, 셀레스티얼AI(Celestial AI)와 XConn을 인수해 스케일업 광학·칩렛 인터커넥트 영역을 공략하고 있다. 확대된 구글과의 워런트(주식매입권) 계약은 추론 가속기, 스토리지 컨트롤러,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카드(NIC), 메모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텐서처리장치(TPU) 생태계와 연결된 근접 메모리 컴퓨팅까지 포괄한다. 머피 CE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워런트를 고려하지 않고 이전에 모델링했던 수치와 비교하면 FY29부터 커스텀 부문 매출은 확실히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라는 단일 관계에 걸린 큰 약속이다.

브로드컴은 같은 성격의 베팅을 4개 하이퍼스케일러로 나눠 걸었다. 탄 CEO는 구글, 앤트로픽(2027년까지 6기가와트 규모), 오픈AI(2029년까지 10기가와트 규모), 메타(2028년까지 3기가와트 규모)와 맺은 다세대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전년 대비 9% 성장해 매출 71억 8,000만 달러, 매출총이익률 93%를 기록한 소프트웨어 자회사 VMware까지 더하면, 다른 반도체 업체가 따라가기 힘든 소프트웨어 연금 수입까지 갖춘 그림이 완성된다.

한 곳에 쏠린 마벨, 넓게 깔린 브로드컴의 위험

마벨의 데이터센터 매출 집중도 79%와 구글 중심 워런트 구조는 하이퍼스케일러 한 곳의 로드맵이 바뀌면 전체 스토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브로드컴이 내건 2027 회계연도 AI 매출 1,000억 달러(약 137조 4,000억원) 목표는 그 자체로 거대한 숫자라, 오픈AI나 메타의 배치 일정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다음 이벤트가 이 구도를 검증할 분기점이다. 마벨은 10월 6일(현지시각) 투자자의 날에서 구글향 업사이드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9월 2일(현지시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시장은 16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AI 분기 매출이 실제로 달성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밸류에이션: 브로드컴의 안전마진, 마벨의 상승 탄력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브로드컴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쪽이다. 자유현금흐름 마진 46%, VMware가 만드는 소프트웨어 완충판,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 20배는 마벨의 60배와 비교해 훨씬 넓은 안전마진을 시사한다. AI 자본 지출 사이클이 계속되는 지금 국면에서는 이 구조가 방어력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마벨은 더 큰 상승 탄력을 제공한다. 마벨 주가는 연초 대비 155.27% 오른 반면 브로드컴은 6.95% 오르는 데 그쳤다. 구글 워런트 계약이 실제로 실적으로 이어진다면 FY29 추정치는 의미 있게 상향될 여지가 있다. 집중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성장 지향 투자자에게는 마벨의 구도가 더 명확하고, 규모와 현금창출력, 분기 0.65달러 배당을 갖춘 브로드컴은 분산형 투자를 원하는 쪽에 더 맞는 선택지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