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풀빌라' 가고… 요즘 여행객들이 돈 더 얹어 예약하는 '뜻밖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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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숙박 29% 급증, 내국인을 압도하다
레저·공연 연계 숙소가 뜬다, 지방도 활기
국내 숙박 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신용카드·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전체 숙박 박수는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숙박 29.0%↑, 내국인은 1.9%↑ 그쳐
증가세를 뜯어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숙박은 29.0% 늘어난 반면, 내국인 숙박 증가율은 1.9%에 머물렀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외국인이 내국인의 약 15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역별로는 인천의 외국인 숙박 비중이 27.3%로 가장 높았고, 서울(26.3%)과 제주(25.9%), 부산(20.7%)이 뒤를 이었다. 인천이 1위를 차지한 데는 인천국제공항을 낀 지리적 특성상 환승객이나 단기 체류객의 숙박 수요가 많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골프장 테마 숙소 199.3%↑…풀빌라는 오히려 감소
여행객들이 숙소를 고르는 기준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객실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시설보다는 숙박지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레저·휴양 콘텐츠와 연계된 숙소를 찾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실제 골프장을 테마로 한 숙소의 예약 비중은 최근 3년간 예년보다 199.3% 급증했다. 온천 연계 숙소는 98.9%, 워터파크 연계 숙소는 56.5% 늘었다. 반면 풀빌라처럼 숙소 내부 시설 자체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유형의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다. 숙소 안에 머물며 즐기는 여행보다, 숙소를 거점 삼아 주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방향으로 여행 패턴이 옮겨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평창 116.9%·안동 106.4%·기장 78.5%…지방 숙박 수요 폭발
지역별 숙박 수요 증가율에서는 강원 평창이 116.9%로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경북 안동은 106.4%, 부산 기장군은 78.5%로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골프·온천·테마파크 등 앞서 언급된 레저 콘텐츠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평창은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이름을 알린 이후, 알펜시아 리조트를 중심으로 골프장과 스키장, 워터파크 등 사계절 레저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해 왔다. 겨울에는 스키·스노보드를, 여름에는 고원 지형의 서늘한 기후를 활용한 골프와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 계절을 가리지 않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인근 대관령 양떼목장과 이효석 문학관이 있는 봉평 메밀꽃밭도 함께 찾는 이들이 많아, 골프 연계 숙소 수요 급증과 맞물려 지역 전체 숙박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장군은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과 아쿠아월드, 이케아 동부산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동부산점 등이 들어선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성되며 쇼핑과 테마파크, 리조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2006년부터 조성이 시작된 이 관광단지는 부지 면적만 366만㎡가 넘는 대규모 해양 복합리조트로, 해안 산책로와 스카이라인 루지 등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레저 시설도 함께 갖추고 있다. 인근에는 국내 최대 아쿠아리움 중 하나로 꼽히는 시설과 고급 리조트 브랜드 아난티가 자리해, 하루 이틀 머물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하기 좋은 구조라는 평가다.

안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 콘텐츠가 관광객을 끌어모은 사례로 꼽힌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양반 문화와 전통 가옥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으며, 과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가족이 방문하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린 곳이다. 서애 류성룡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병산서원은 누각 만대루에서 바라보는 낙동강과 병산 풍경으로 유명하며, 2019년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하회마을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면서, 정상회담 직후 첫 주말 사흘간 방문객이 1만5009명으로 전년 같은 연휴 대비 16.7% 늘었고 병산서원 방문객도 22% 증가한 바 있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야간 행사 '하회선유줄불놀이' 역시 대부분 회차가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며 지역 숙박 수요를 뒷받침했다.
K팝 공연 주간, 외국인 숙박 예약 증가율 내국인의 6.1배
공연 역시 숙박 수요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주요 공연이 개최된 주간의 숙박 예약은 공연이 없었던 기간보다 16.4% 많았다. 특히 K팝 공연이 열린 기간에는 외국인 숙박 예약 증가율이 내국인의 6.1배에 달해, 공연 콘텐츠가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 공연 당시에도 공연장 인근 유동인구와 카드 매출이 전주 대비 크게 늘었던 사례가 있어, 이번 데이터랩 분석 결과와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공연과 스포츠, 레저시설을 숙박·교통·지역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동 편의까지 보완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1박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하느냐가 지방 관광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