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50만 원' 줬는데, 저축 안 했다고? 병사들 돈 어디에 쓰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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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두 배 올랐는데 적금은 33% 감소…채무 악화는 심각
병사 급여 증가도 막지 못한 고금리 대출·불법도박
병사들의 급여가 크게 오르면서 군 복무 기간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도 과거보다 많아졌지만, 정작 전역 후 목돈 마련을 위한 장병내일준비적금 신규 가입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 투자부터 온라인 게임, 도박까지 병사들의 급여 사용처가 다양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융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 장병들이 고위험 투자나 대출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채무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어 체계적인 금융교육과 조기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사 월급 두 배 넘게 뛰었는데 적금 가입은 32% 감소
1일 금융감독원이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장병내일준비적금 신규 가입 계좌는 2022년 36만1836좌에서 2023년 28만927좌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4만4933좌까지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32.3% 감소한 규모다.
군 병력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군 병력은 저출생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약 50만1000명에서 45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병력 감소폭을 감안하더라도 적금 신규 가입 감소세는 더욱 가팔랐다. 단순히 군에 복무하는 장병 숫자가 줄어든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은 병사들이 군 복무 기간 급여 일부를 저축해 전역 이후 학업이나 취업, 주거 등에 활용할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책금융상품이다.
월 최대 55만원을 18개월 동안 납입하면 본인이 넣는 원금은 990만원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과 은행 이자가 더해지면서 전역 시 약 2000만원 규모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당초에는 병사 급여가 크게 오르면서 적금 가입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병장 기준 월급은 2022년 67만6100원에서 지난해 15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실제 신규 가입 계좌는 오히려 약 12만좌 감소했다.
다만 적금에 가입한 장병들의 저축 규모는 커졌다. 5대 은행의 계좌당 평균 잔액은 2022년 172만원에서 지난해 253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병은 더 많은 돈을 저축하는 반면, 아예 가입하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급여를 사용하는 장병도 늘어나는 등 장병 사이의 자산관리 방식에 차이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바꾼 병사들의 월급 사용처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확대를 꼽는다.
과거 병사들의 급여는 사실상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병사들도 사회의 일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금융서비스와 투자 플랫폼, 온라인 게임 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급여가 늘어난 만큼 반드시 적금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각종 온라인 콘텐츠와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소비·투자 형태가 다양해진 것이다.
문제는 금융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금융상품에 노출될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나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손실 역시 확대될 수 있다. 가상자산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출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과거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급여가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근거로 대출을 이용한 뒤 투자나 소비에 사용하는 경우 채무가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온라인 도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군인 채무조정 1318명…대부업 대출도 444억원
신용회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군복무자 가운데 채무조정이 확정된 사람은 1318명이다. 이들에게 지원된 채무조정 금액은 총 301억원에 달했다.
연간 지원 금액은 증가세다. 2021년 56억원이었던 군복무자 채무조정 지원 금액은 지난해 102억원으로 늘었다. 3년 사이 82.1% 증가한 것이다.
고금리 대출에 손을 내미는 군인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상위 30개 대부업자의 군인 대출 잔액은 4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현역병 대출 잔액은 242억원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급여가 오른 것이 곧바로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소득이 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금융수단과 소비수단이 함께 확대될 경우 잘못된 금융 선택이 더 큰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군 복무 중에는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층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단순히 ‘돈을 아껴 쓰라’는 수준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도박 손실 평균 530만원…돈의 출처는 월급
군 내부의 불법도박 문제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군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불법도박으로 돈을 잃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밝힌 평균 손실액은 530만원에 달했다.
불법도박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묻자 64.2%는 월급·급여라고 답했다.
이어 적금 등 자산 처분이 17.7%, 가족에게 빌린 돈이 17.6%였다. 사채·카드론이 15.1%, 은행 대출이 13.0%로 뒤를 이었다.
도박 위험 수준이 높아질수록 적금을 중도 해지하거나 사채·카드론 같은 고위험 금융수단을 이용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병사 월급 인상으로 장병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이 자산 형성 기회 확대와 함께 금융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이는 양면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교육 강화…적금 유지하면 신용이력 활용 검토
정부도 장병들의 금융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군 장병 금융교육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교육 과정에서는 온라인 도박뿐만 아니라 빚투, 가상자산, 레버리지 상품, 고금리 대출 등 실제 장병들이 접할 수 있는 금융 위험을 사례 중심으로 다루는 방안이 추진된다.
장병을 대상으로 한 1대 1 재무상담도 확대할 예정이다.
단순히 금융상품의 종류를 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고, 투자와 대출의 위험성을 판단하며, 이미 빚이 생긴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기관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만기까지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해지한 장병의 경우 해당 금융거래 실적을 긍정적인 신용이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장병내일준비적금 가입률 하락 자체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늘어난 소득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최기상 의원은 정부의 금융교육 강화만으로는 고위험 투자와 과도한 대출을 막기 어렵다며 장병내일준비적금 신규 가입 감소 원인을 비롯해 중도해지율과 해지 사유, 고금리 대출 이용 실태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험 징후가 나타난 장병을 금융상담이나 채무조정으로 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사 월급 인상은 장병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 선택권을 제공했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금융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단순히 더 많이 저축하도록 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늘어난 급여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교육과 상담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