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잠든 폐교의 화려한 부활, 나주 '남평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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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평북초등학교, 갤러리와 카페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지역 살릴 관광 거점 도약

아이들이 뛰어놀던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은 가족들의 여유로운 쉼터로 변모했고, 매일 점심을 책임지던 급식실은 수준 높은 예술 작품이 내걸리는 근사한 갤러리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남광주특별시 나주시 남평읍에 위치한 옛 남평북초등학교가 최근 ‘남평507’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며, 나주 지역의 새로운 문화 및 관광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폐교의 기억을 문화와 예술로 채우다
지난 2007년 아쉬움 속에 폐교된 이후, 남평북초등학교는 오랜 시간 동안 인적이 끊긴 채 장기 유휴시설로 방치되어 왔다.
이에 나주시는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폐교를 지역사회의 새로운 문화관광 자산으로 되살리고, 침체된 남평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총 24억 5천만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과감하게 투입해 전면적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민간위탁 운영 방식을 채택하여 지난 3월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남평507’은 나주시가 추진 중인 ‘남평간이역 테마공원 조성사업’의 핵심적인 결과물 중 하나다.

◆ 급식실은 갤러리로, 운동장은 놀이터로 탈바꿈
특히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은 과거 학생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던 급식실을 세련되게 개조한 ‘남평갤러리’다.
개장 직후부터 지역 출신 작가들은 물론, 전국 각지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기획전과 초대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 작가들의 순수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회까지 열리며, 누구나 일상의 문턱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수준 높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열린 문화 향유의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남평507은 단순히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수동적인 공간을 넘어, 온 가족이 다 함께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체험과 휴식의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새롭게 꾸며진 체험학습실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미술 프로그램 등이 상시 운영되며, 탁 트인 넓은 잔디마당과 야외 공간은 아이들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최고의 자연 놀이터가 되어준다.

◆ 광주·혁신도시 발길 잇따라… 지역경제 '훈풍'
이러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장 이후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광주광역시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등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에게 새롭고 안전한 주말 나들이 명소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남평507의 성공적인 변신은 ‘사람이 떠나버려 버려진 공간’을 지자체의 혜안과 투자를 통해 다시 ‘사람을 물밀듯이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완벽하게 뒤바꿨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농촌 지역 아이들의 배움터였으나 인구 감소로 문을 닫아야 했던 폐교가, 이제는 원주민과 외지 관광객, 예술가와 어린이가 한데 어울려 소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전국적인 지역 유휴시설 재생 사업의 성공적인 롤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 남평역·지석천 연계한 체류형 관광벨트 구축
나주시는 남평507이 이뤄낸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마중물 삼아 남평 지역 전체의 관광 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거시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지석천과 근대 역사의 숨결이 서려 있는 남평역 등 주변에 산재한 풍부한 역사, 문화, 자연 자원들을 남평507과 촘촘하게 엮어 하나의 거대한 관광 동선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고, 쉬고, 체험하고, 머무는’ 이른바 체류형 관광권역으로 남평을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행정의 움직임에 지역 주민들의 반응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긍정적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남평간이역 테마공원 조성사업’ 관련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오랜 세월 흉물처럼 방치돼 마을의 미관을 해치던 남평북초가 남평507로 화려하게 새 단장한 후, 외지 관광객이 몰려들며 동네 전체에 전례 없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며 크게 환영했다.
아울러 “늘어난 관광객들의 방문이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농산물 직거래 장터 개설 등 다양한 연계 방안을 마련해 주고, 나주시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 지원에 나서달라”고 한목소리로 건의하기도 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남평507은 단순히 건물을 고친 것을 넘어, 옛 학교가 간직한 마을의 소중한 추억과 남평만의 정체성에 문화와 예술이라는 현대적 가치를 절묘하게 융합해 낸 특별한 공간”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앞으로 남평역과 지석천 등 천혜의 주변 자원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와 오랜 시간 머무르며 남평의 진짜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지역 대표 문화관광 거점으로 정성껏 가꿔 나가겠다”고 굳은 포부를 밝혔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차갑게 멈춰 있던 낡은 학교의 시계가, 이제 예술과 사람의 온기를 머금고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