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 6회 수상 제이슨 이즈벨 등 4명, 수노에 저작권 아닌 “퍼블리시티권”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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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6회 이즈벨 등 4명, 수노AI에 집단소송…“이름 넣으면 목소리 복제”
저작권 아닌 퍼블리시티권 침해 정면 제기, 생체정보보호법 위반도 주장

수노AI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수노AI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그래미상 6회 수상자 제이슨 이즈벨(Jason Isbell)을 비롯한 음악인 4명이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Suno)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8월 31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이즈벨과 함께 크래커(Cracker)·캠퍼 밴 비토벤(Camper Van Beethoven)의 프런트맨 데이비드 로워리(David Lowery), 텍사스 블루스 뮤지션 가이 포사이스(Guy Forsyth), 플로리다 색소포니스트 에두아르도 칼레(Eduardo Calle)가 공동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84쪽에 이르는 소장에서 이들은 저작권 침해를 전혀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수노가 음악인의 이름을 입력받으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방한 곡·설명·커버 이미지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을 구축했다며 퍼블리시티권(성명·초상 등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 침해를 정면에 내세웠다.

“이름을 검색키로 쓴다”…소송의 핵심 주장

소장은 “수노는 음악인을 이름으로 색인화하도록 모델을 만들고 학습시켰다”고 적었다. 이어 “동의 없이 음악인들의 정체성을 AI 모델에 인코딩해 상업적 제품을 만들었고, 이제는 음악인들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사용해 수노에 상당한 상업적 이익을 안기며 그 정체성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음악인 이름을 마치 검색어처럼 입력하면 AI가 이를 ‘검색키’로 활용해 그 음악인의 스타일을 모방한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소장은 수노가 자사 플랫폼이 “인터넷에 있는 거의 모든 음악 파일”을 학습 데이터로 쓴다고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원고 측은 수노가 수천만 건에 이르는 녹음물을 학습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음악인의 정체성을 추출했다고 주장한다. 소장은 수노를 스타트렉의 보그(Borg)에 비유하며 시작하고, 마지막 문장에서도 같은 비유로 돌아간다. “음악인의 정체성은 그들의 재산이지만, 수노는 동의 없이 이를 가져갔다. 이 소송은 음악인들이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전제에 저항하는 방식이다”라는 문구가 소장에 담겼다.

“Paper Bell”부터 “Pull Over Where the Wheat”까지 / AI 생성 이미지
“Paper Bell”부터 “Pull Over Where the Wheat”까지 / AI 생성 이미지

“Paper Bell”부터 “Pull Over Where the Wheat”까지

원고 측은 실제 프롬프트 실험 결과를 증거로 제시했다. 수노의 v5 모델에 “jason isbell”이라고 입력하자 “핑거피킹 어쿠스틱 기타를 곁들인 컨템포러리 아메리카나 싱어송라이터” 스타일로 소개된 ‘Paper Bell’이라는 곡이 생성됐고, 교회와 나무를 배경으로 한 이미지가 함께 나왔다. 소장은 이 결과물이 “이즈벨 특유의 맑은 남성 보컬과 컨트리 특유의 억양”을 모방했고, 이미지 역시 “컨트리풍 풍경을 연상시켰다”고 주장했다.

v5.5 모델에 “Camper Van Beethoven”을 입력하자 “아코디언과 피들 장식음이 간간이 들어간 1980년대 후반풍 얼터너티브 록”으로 소개된 ‘Pull Over Where the Wheat’가 나왔다. 포사이스와 칼레의 이름을 넣었을 때는 각각 블루스 록 곡과 라틴 재즈 곡 2곡이 생성됐으며, 곡 제목도 입력한 음악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형태였다. 소장은 이 밖에도 버디 가이(Buddy Guy), 메이비스 스테이플스(Mavis Staples), 칼리 사이먼(Carly Simon), 톰 웨이츠(Tom Waits), 더 칙스(The Chicks), 이스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 등 약 20건의 추가 사례를 나열했고, 원고 측 법률대리인이 이보다 더 많은 사례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노 “필터로 차단” vs 원고 “거짓, 우회법까지 안내”

마이키 슐먼(Mikey Shulman)이 공동 창업한 수노는 그동안 자사 플랫폼이 이런 모방을 막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소장에 인용된 수노의 입장문(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가 7월 보도)에는 “우리는 의도적으로 아티스트 이름을 학습 메타데이터의 한 범주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모델이 다른 아티스트의 기존 작품을 복제하는 음악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담겼다. 수노는 이어 “특정 아티스트·곡·앨범 이름을 프롬프트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탐지 필터를 구축했고, 기존 작품과 일치하는 가사나 음원을 업로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은 이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장은 “수노는 사용자가 특정 이름을 프롬프트로 쓰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실제로 수노는 이름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 음악인의 정체성에 기반한 결과물로 응답한다”고 적었다. 나아가 이름 글자 사이에 띄어쓰기를 넣는 식으로 필터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수노의 유료 제휴 마케터들이 구독자들에게 이 우회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을 게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저작권 아닌 “퍼블리시티권”…생체정보 침해 주장도

소장은 17개 청구항목으로 구성됐지만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예비 집단(class) 전체에 걸린 금액이 연방법원 제소 기준인 500만 달러(약 68억 원, 1,368원/달러 기준)를 넘는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법원이 주(州)법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수노가 문제의 행위로 얻은 수익을 반환하도록 명령하며, 주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수노가 동의 없이 음악인의 목소리·이름·정체성을 수집·저장·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원 명령도 함께 구했다.

소장의 두 번째 축은 음성 데이터 문제다. 원고 측은 수노가 “보이스프린트”라 불리는 음성 데이터, 즉 “한 개인의 목소리를 식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을 무단으로 수집·저장했다며 일리노이주 생체정보보호법(BIPA) 위반도 함께 주장했다. 다만 원고 측은 특정 장르나 스타일 자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장은 “원고들은 컨트리 음악, 아메리카나 음악, 그 어떤 장르·스타일·음악적 아이디어에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며 “이 주장은 그보다 더 좁고 오래된 것이다. 누구도 타인의 성명과 정체성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착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분은 워너뮤직그룹(Warner Music Group)·BMG 등이 최근 AI 업체들과 잇따라 맺고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소장은 레코드사가 녹음물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수노나 다른 AI 업체에 연주자의 정체성을 이용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워너뮤직그룹이 지난해 11월 수노와 맺은 합의·라이선스 계약은 참여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자신의 이름·이미지·초상·목소리·작품이 새로운 AI 생성 음악에 어떻게 쓰일지 완전히 통제할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소장은 이 보호가 계약에 참여한 권리자와 관련 창작자에게만 적용되며, 이즈벨처럼 계약 밖에 있는 음악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수노를 상대로 한 별도의 저작권 침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컨트리 가수 앤서니 저스티스와 그의 레코딩사가 낸 이 소송은 수노가 무단으로 파생저작물을 생성하고 유튜브의 보호장치를 우회해 노래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법과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위반을 다투고 있다. 담당 판사가 수노의 기각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아 본안 심리로 넘어간 상태다. 이즈벨 등이 낸 새 소송은 저작권 침해를 전혀 주장하지 않고 퍼블리시티권과 생체정보보호 문제를 핵심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같은 법원에서 진행 중인 저작권 소송과는 성격이 다른 별개의 법적 쟁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