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울린 ‘천원 식당’의 기적 같은 밥상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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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한백년식당 최선희 대표, 직접 기른 20여 가지 반찬으로 특별한 나눔 실천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관의 지원금이나 대형 복지재단의 후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동네의 작은 식당 하나가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식당이 차려낸 밥상은 그 어떤 화려한 만찬보다 따뜻했고, 사람들의 마음을 깊게 울렸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 / 노해섭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 / 노해섭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에서 지난 1일 특별한 점심 식사가 마련됐다. 거동이 불편해 평소 외식이 쉽지 않은 중증장애인 50명을 식당으로 직접 초청해 정성이 가득 담긴 한 끼를 대접한 것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 주도가 아닌, 지역 사회의 평범한 식당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이 자리는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우리 이웃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진 이 따뜻한 식탁은 참석자 모두에게 잊지 못할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 텃밭에서 온 정성, 20여 가지 자연식 반찬

이날 식탁에 오른 음식들은 화려한 고급 요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정성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선희 대표가 직접 텃밭에서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정성껏 가꿔 수확한 제철 채소와 나물들이 주재료였다. 인공 조미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이 주는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려낸 20여 가지의 다채로운 반찬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듯 풍성하게 차려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최선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최선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노해섭 기자

밥상을 마주한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금세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정성스레 조리된 나물과 장아찌를 맛본 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 참석자는 “오랫동안 혼자 지내며 대충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엄마가 해주던 집밥 같은 따뜻한 밥을 먹으니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배식과 안내를 도운 자원봉사자 역시 “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모든 과정에 최 대표님의 땀방울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음식을 나르는 제 마음마저 덩달아 든든하고 훈훈해졌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 2년을 이어온 '천 원 밥상'의 깊은 철학

사실 한백년식당의 이러한 선행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최선희 대표는 이미 지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역 내 홀로 사는 어르신들과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이른바 ‘천 원 밥상’을 묵묵히 운영해 왔다. 요즘처럼 무서운 물가 상승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가격이다.

여기서 ‘천 원’이라는 금액은 밥값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훨씬 크다. 밥을 먹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동정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우고, 스스로 밥값을 지불했다는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한 최 대표만의 깊은 배려인 셈이다. 경제적인 문턱은 한없이 낮추되, 사람의 존엄성은 높여주는 이 천 원 밥상의 철학이 있었기에 이번 중증장애인 50명 초청 행사 역시 별다른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적 나눔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 / 노해섭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한백년식당(대표 최선희)이 1일 증증장애인 50여분을 초청,점심을 대접했다. / 노해섭 기자

◆ 화려함 대신 온기로 채워진 소통의 식탁

이날 식당 안팎은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이웃들의 정겨운 인사와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했다. 거창한 무대 장치나 지루한 기념식 식순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가운데 두고 서로 눈을 맞추며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소박한 과정 속에서 세대와 계층의 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졌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피어났다.

행사를 곁에서 지켜본 한 사회공헌 분야 관계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동체’라는 것이 책 속에 있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싹트는 것임을 오늘 새삼 깨달았다”고 깊은 감명을 표했다. 식탁 위에서 오가는 숟가락질 사이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 밥 한 끼의 위대한 힘

최선희 대표는 행사를 갈무리하며 자신이 차린 밥상이 지역 사회에 작은 밀알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최 대표는 “그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시는 우리 중증장애인 이웃들과 맛있는 밥 한 끼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며 자신을 한껏 낮췄다. 이어 “ 모든 주민이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백년식당이 쏘아 올린 ‘밥 한 끼의 기적’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100년의 미래를 밝히는 든든하고 따뜻한 이정표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