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고 벌금 미납액 6537억… 수조원대 금괴 밀수왕, 7년 추적 끝에 드디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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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들여온 금괴 4만여개,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 거쳐 일본으로 밀반출

홍콩에서 들여온 금괴 4만여개를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출한 대규모 밀수 조직의 운반 총책 검거 모습 / SBS 뉴스
홍콩에서 들여온 금괴 4만여개를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출한 대규모 밀수 조직의 운반 총책 검거 모습 / SBS 뉴스

홍콩에서 들여온 금괴 4만여개를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을 거쳐 일본으로 밀반출한 대규모 밀수 조직의 운반 총책이 7년간의 장기 도피 끝에 수사 기관에 검거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미납한 채 신분을 숨기고 도주 행각을 벌여온 50대 남성 A씨의 위치를 특정하고 신병을 확보해 체포했다.

검찰의 확인 결과 A씨가 법원의 판결 확정 이후 납부하지 않고 회피한 벌금 잔액은 약 65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법 기관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기록한 벌금 미납 사례 중 역대 최고액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A씨는 체포 직후 벌금 납부 능력이 전혀 없음을 이유로 현금 납부를 완강히 거부했고, 검찰은 관련 법령 및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A씨를 즉시 노역장에 유치했다.

A씨는 과거 홍콩에서 면세로 매입한 금괴를 대한민국 국제공항 환승구역으로 반입한 뒤 이를 일반 여행객들의 신체 내외부나 수하물에 철저히 은닉해 일본으로 몰래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한 기업형 밀수 조직의 운반 총괄 책임자였다.

해당 조직은 이처럼 고도로 점조직화된 방식으로 무려 4만개에 달하는 금괴를 일본으로 밀반출했다. 금괴의 중량과 국제 시세를 종합해 산출하면 전체 밀수 취급액은 수조원대에 육박하며 조직은 일본 현지 판매를 통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A씨의 범죄 혐의 중대성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조 3000억원대를 선고했다. 이후 2019년 열린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감경해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6623억원을 최종 확정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구속 취소 등으로 석방 상태를 유지하던 A씨는 선고 직후 법원의 천문학적인 벌금 강제 집행을 피하기 위해 종적을 감췄다. 이후 A씨는 약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치밀하게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수사 기관의 과학 수사 기법을 회피하기 위해 A씨는 수시로 다수의 대포폰 단말기를 교체하며 사용했다. 텔레그램 등 서버가 해외에 있는 보안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을 때도 오로지 외국인 명의로 개설된 차명 계정만을 사용하는 등 통신 신원 흔적을 철저하게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 전담 수사팀은 통신 기록 정밀 분석과 광범위한 탐문 등 끈질긴 추적 수사를 전개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은신처 인근에서 A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수사관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된 A씨는 "벌금형 시효 5년이 이미 지나 납부 의무가 없다"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벌금 집행의 부당성을 항변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피 기간 중 검사의 형집행장 발부 및 지명수배 등 시효 중단 사유가 발생하고 유지됐음을 법적 근거로 제시하며 A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이 관련 법리에 따라 재산정한 결과 현재 A씨에게 부과된 유효한 벌금 미납액은 약 6537억원으로 확인됐다.

A씨는 자신 명의로 남아 있는 재산이 전혀 없다며 벌금 납부를 거부했고 결국 형법 규정에 따라 노역장 유치 처분을 받았다.

A씨의 유치 기간은 관련 법령이 정한 상한선인 최대 3년이 적용돼 특별한 은닉 재산 발견 사유가 없는 한 3년 뒤 집행을 종료하게 된다.

A씨가 가담한 대규모 금괴 밀수 범죄 배경에는 홍콩과 일본 간의 금 거래 관련 세금 제도 차이와 대한민국 공항 환승구역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과거 수사 데이터에 따르면 국제 금괴 밀수 전문 조직들은 주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면세 지역인 홍콩에서 금괴를 대량으로 매집한다.

이후 이 금괴를 일본으로 불법 밀반입해 암시장 등에 판매할 경우 일본 현지의 금 소비세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차액을 조직의 밀수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자국 내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했고 2019년에는 10%로 재차 인상했다.

이 같은 급격한 소비세율 인상 정책은 국제 밀수 조직이 얻을 수 있는 장부상 시세 차익을 급증시키는 경제적 동기로 작용했다.

밀수 조직이 직항 노선을 이용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경유지로 선택한 이유는 환승구역의 보안 검색 체계와 통관 절차 한계를 악용하기 위함이다.

홍콩에서 출발한 운반책이 대한민국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승구역에 대기하는 동안 이들은 입국장을 통과하지 않으므로 관세청의 정식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밀수 조직은 환승구역 내 사각지대에서 대기 중인 운반책들에게 대량의 금괴를 인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인계받은 운반책들은 금괴를 신체 곡선에 맞게 특수 제작된 조끼 주머니에 넣거나 신체에 테이프로 고정해 일본행 항공기에 탑승한다.

특히 일본 세관의 감시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평범한 다국적 관광객 등을 운반책으로 포섭해 무료 항공료와 수고비를 지급하는 점조직 형태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