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원 또 못 지켰다… 공무원 남편, '이 제도' 악용해 도망친 아내 살해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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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살인 혐의로 남편 긴급 체포해 조사 중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suguliev-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suguliev-shutterstock.com

아내의 거처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공무원 남편이 범행 당일 경찰에 검거됐다.

피해자는 과거 남편의 가정폭력을 4차례나 경찰에 신고하고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아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한 상태였으나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가해 남성이 이혼 소송 서류를 통해 피해자의 은신처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소송 절차상 개인정보 보호의 허점이 보복 범죄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1일 살인 혐의로 남편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 17분경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아내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로 다급히 신고했지만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끝내 숨을 거뒀다.

범행 당시 모자를 눌러쓰고 오토바이를 탄 채 현장에 접근했던 A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

참혹한 사건 현장에는 나이 어린 자녀가 함께 있었으며 자녀는 손가락에 찰과상을 입고 응급처치를 받았다.

범행 과정에서 자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치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현직 공무원인 남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어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통신 수사를 거쳐 신고 접수 4시간 20분 만인 오전 11시 40분경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A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던 중이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압송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 그리고 당일 행적 등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A씨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전말 규명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남편의 폭행과 협박 등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4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했다. 1차와 2차 신고 당시 B씨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월 22일 접수된 3차 신고는 A씨가 흉기로 협박한 특수협박 사건으로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5월 28일에 발생한 4차 신고 당시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3차와 4차 사건을 병합해 A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6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B씨를 재범 우려 피해자 A등급으로 분류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B씨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 경기 광주에 있는 다른 가족의 집에 머물며 지난달부터 이혼 소송 절차를 밟았다. B씨는 법원으로부터 가해자의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및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보호명령 결정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경찰과의 안전 확인 통화에서 B씨는 이혼 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누락해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은 임시 숙소 피신을 권유했으나 B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경찰은 기간이 끝나 회수했던 스마트워치를 재지급하고 112 피해자 번호 등록 및 맞춤형 순찰을 시행했지만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현재 수사기관은 A씨가 소송 절차를 통해 부인의 은신처를 알아내 보복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사나 가사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파악한 뒤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6월 경기도 김포에서는 스토킹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남성이 전 연인에게 허위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피고의 주소가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이 원고에게 하는 주소 보정 명령(소송 서류를 보내기 위해 피고의 바른 주소를 알아내 제출하라는 지시) 제도를 악용해 주민센터에서 피해자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주소를 빼낸 뒤 보복 협박을 가했다.

지난해 8월 용인에서도 성범죄 신고에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이 허위 보험금 청구 소송으로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소송 과정이 보복 범죄의 우회로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